다년도 지원 확대는 프로젝트 성공 여부가 관건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3-02-02 11: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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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예산이 대폭 늘었다. 안정적인 제작 여건을 보장하기 위한 다년도 제작지원 방식도 도입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던 업계에 오랜만에 화색이 돌고 있다. 대신 이에 걸맞은 성과를 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이제 공은 업계로 넘어왔다. 정부 지원에 화답할 히트작을 탄생시킬 수 있을까.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내놓은 2023년 지원사업 자료를 보면 정부는 K-방송영상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OTT 특화 콘텐츠 제작지원을 강화하면서 방송영상분야 예산을 지난해보다 770억 원(183%) 늘어난 1192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에 따라 애니메이션 분야 지원규모도 지난해 156억 6,900만 원에서 올해 225억 4,900만 원으로 68억 8,000만 원(43.9%) 늘었다.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에 118억 8,900만 원, IP활용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에 30억 원, 차세대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에 12억 원, 독립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에 13억 원,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에 7억 2,000만 원, 애니메이션 해외진출지원에 10억 6,000만 원, 애니메이션 현장전문인력 양성에 11억 원을 편성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본편 제작지원은 지난해 4억 원(13편)에서 올해 최대 5억 원(17편)으로, 시즌작 제작지원은 3억 원(4편)에서 최대 4억 5,000만 원(4편)으로 확대했다. 초기본편 제작지원 규모는 최대 1억 원(20편)이다.

IP활용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사업에서는 OTT 특화 부문을 신설해 최대 4억 원(2편)을 편성했고 지원금도 지난해 3억 2,500만 원(6편)에서 올해 최대 4억 원(7편)으로 늘렸다.
독립 애니메이션의 경우 장편은 1억 원(3편)에서 최대 1억 2,000만 원(4편)으로, 단편은 지난해 12편에서 올해는 15편으로 늘려 최대 4,000만 원씩 지원한다.
올해 신설한 애니메이션 부트캠프 후속지원 프로그램인 파일럿 제작지원 및 피칭 쇼케이스 개최에는 9억 7,500만 원, 애니메이션 기획개발 공모전에는 5억 5,500만 원, 애니메이션 기획프로듀서 육성에는 7억 5,000만 원을 책정했다.
청·장년층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을 발굴하기 위해 새로 추진하는 애니메이션 기획개발 공모전에서는 장편 애니메이션 7편과 독립단편 애니메이션 8편을 선정해 편당 포상금 3,000만 원, 2,000만 원을 준다.
콘진원 관계자는 “OTT 플랫폼을 통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오징어 게임처럼 메가 히트작을 탄생시킬 수 있는 환경을 더욱 넓히고자 방송영상 분야 예산을 확대 편성했다” 며 “영·유아 중심인 국내 애니메이션의 타깃을 미국이나 일본처럼 청·장년으로 확장하고 TV가 아닌 OTT 플랫폼에 걸맞은 애니메이션 제작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고 설명했다.
업계는 지원예산 확대를 반기는 분위기다.
A제작사의 한 임원은 “수요 감소로 애니메이션 분야 예산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는데 오히려 늘어 고무적” 이라며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가 지원을 강화한 건 반가운 일” 이라고 말했다.
B제작사 관계자는 “매년 오르는 제작비를 현실화하고 투자를 유치하거나 대출받기 어려운 제작사들을 위해 지원폭을 늘렸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면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다만 메인 프로덕션보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C제작사의 한 간부는 “예전에는 TV 편성 규격에 맞추려다 보니 일정 분량과 편수를 만들어야 했지만 이제는 제한이 없고 OTT 플랫폼이 투자를 결정하는 데는 초기본편의 데모영상이 큰 역할을 한다” 며 “인력과 자본이 가장 많이 필요한 기획 단계의 프리 프로덕션에 지원을 집중하고 본편 제작은 민간 투자로 연계하는 것도 한 방법” 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본편 제작지원 신청 과제 중 일부 과제를 2년에 걸쳐 지원하는 다년도 지원제를 시범 적용한다.
1년 단위로 사업을 종료하는 게 아니라 연장평가를 통해 다음 해 지원 여부를 결정한 뒤 2차 지원금을 주는 제도로 업계에서는 사업 수행기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안정적인 제작여건을 보장받기 위해 다년도 지원제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에 콘진원은 올해 본편 선정 과제 중 4개 과제에 우선 적용한 뒤 결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콘진원 관계자는 “지난해 혁신 태스크포스팀에서 논의해 그간 업계의 요구가 높았던 다년도 지원제를 이번에 시범 도입했다” 며 “다년도 지원을 원하는 계획서를 제출한 제작사를 대상으로 연말에 연장평가를 실시해 계획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결과가 나오면 다음 해까지 지원할 예정” 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과가 좋지 않으면 작품 선정이 잘못됐거나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 무용론도 제기될 우려가 있다” 며 “확대 적용 여부는 결국 다년도 지원을 받은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 고 강조했다.
공은 이제 업계로 넘어왔다. 업계의 바람대로 지원폭이 커진 만큼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한층 높아졌다.
D제작사 대표는 “영화나 드라마처럼 애니메이션도 작품성으로 인정받고 작품만으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부의 방침에 적극 찬성한다” 면서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와 충분한 검토를 통해 작품의 옥석을 가리는 게 중요하다” 고 했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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