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이 궁금하다 경북 문경에 내려가 살고 있다. 읍내까지는 차로 10분, 시내까지는 30분 정도 걸리는 곳이다. 먼 만큼 사람들이 잘 찾아오지 않아 작품을 구상하고 그림을 그리기에는 최적의 장소다.(웃음)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나? 내 작품을 보고 자라 이제는 사회를 이끄는 한 축이 된 세대들이 날 그저 옛날 사람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쉬워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기 위해 여러 작품을 기획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잃어버린 지구란 제목의 작품이다.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같은 소재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면 넓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고 꽤 보람된 일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10년쯤 기획했는데 3∼4년 전부터 그림을 그렸다. 처음에는 극장판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TV시리즈에 더 어울릴 것 같아 현재 3화까지 원화를 그려놨다.
잃어버린 지구는 어떤 작품인가? 지구가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한 나머지 사람들은 지하에 새로운 세계를 만들게 되고 서너 개의 국가가 형성된다. 바퀴가 없었던 잉카제국처럼 지형이 망가질 것을 우려해 다리가 많은 로봇을 교통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곳에서는 매년 로봇들이 경주를 벌이는 가족 로봇 대회가 열린다. 경주에서 승리하면 몬스터들이 서식하는 중간지대로 나가 나라를 이끄는 수장이 부여한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주인공 소년은 어려움에 처한 몬스터를 돕다가 몬스터 세계의 여왕이 된 엄마를 되찾으러 로봇을 타고 모험을 떠나게 된다. 이 작품이 담고 있는 큰 메시지는 지구환경 보전이지만 엄마가 괴물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 인간의 욕망과 탐욕 때문에 변형된 몬스터 등을 통해 인간애의 가치와 휴머니즘을 전하고자 한다. 잃어버린 지구가 TV시리즈로 탄생한다면 지난 1997년 의적 임꺽정 이후 25년 만에 선보이는 애니메이션이 될 것 같다.
흥행을 좌우할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그간의 경험에 비춰보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돌아가는 이치가 다 그렇듯 애니메이션도 시대의 흐름에 부합해야 한다. 따라서 작품에서도 요즘 세대들에게 맞는 콘셉트가 필요한데 무엇보다 이야기가 공감을 얻어야 한다.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는 이야기를 발굴하고 주 시청층이 좋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내세운 SF물은 분명 사랑받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연출력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그림이 탁월해도 스토리가 엉성하고 연출자가 영상을 잘 풀어가지 못하면 죽 쑤기 마련이다. 때문에 스토리텔링과 연출이 받쳐준다면 얼마든지 흥행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작품이 있나? 내가 꿈꾸는 건 우리나라 5대 판소리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심청전인데 시대에 뒤처진 진부한 소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심청이를 사랑과 희망을 전하고 세상을 밝게 바라보는 상징적인 존재로 표현해 겨울왕국의 엘사 같은 아이콘으로 만들고 싶다.
별주부전의 스토리보드도 이미 완성했다. 우리나라에서 동물들이 등장하는 판소리계 소설은 별주부전뿐이어서 이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더욱 의미와 가치가 있을 것이다.
심청전은 전통적인 기법으로, 별주부전은 최신 흐름에 맞는 작화법으로 그려 원작의 분위기와 이야기를 다르게 펼쳐보고자 한다. 디즈니도 몇 페이지에 불과한 동화를 1시간이 넘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지 않았는가. 디즈니처럼 우리나라 고전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자연스럽게 알리는 것이요, 하나의 문화적 역사를 남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이 궁금하다 잃어버린 지구가 TV시리즈로 방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현재 투자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니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TV에서 인기를 얻으면 극장판으로 만들고 라이선싱 사업도 전개할 생각이다. 심청전의 스토리보드를 담은 책도 출간된다.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일반 독자들의 많은 관심 바란다. 또한 서양화 작가와 협업해 로보트태권브이가 등장하는 엉뚱 산수화와 똘이장군, 바보온달의 한 장면을 펜으로 그린 풍속원화 전시회도 기획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로보트태권브이와 우뢰매가 그랬던 것처럼 유년부터 10대 중반까지 볼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우리의 정서를 담은 문학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통해 K-컬처가 세계에 더욱 널리 퍼지도록 하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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