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나 작가의 베스트셀러 그림책 <알사탕>을 스크린에서 감상하는 느낌은 어떨까. <드래곤볼>, <슬램덩크>, <원피스> 등 세계적인 히트작을 쏟아낸 일본 도에이 애니메이션이 한국 아동문학을 원작으로 제작한 첫 단편 애니메이션 알사탕이 드디어 개봉했다. 스틸컷 속 점토 인형들이 전하는 깊은 여운과 감동을 영상으로 어떻게 풀어냈을지 누구보다 궁금했을 백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완성한 영상을 본 소감이 어땠나?
도에이 애니메이션의 와시오 다카시 PD가 찾아와서 “그림책을 볼 때 페이지 사이에 숨어 있는 이야기가 굉장히 궁금하다”고 하더라. 숨어있는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더 풀어내 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러한 부분이 잘 살아난 것 같다. 특히 동동이의 목소리를 들을 땐 정말 감동적이었다.
제안받았을 때 맨 먼저 든 생각은? 그리고 무엇이 마음을 움직이게 했나?
외국 회사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흥미롭긴 해도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는데 아주 먼 나라가 아니라 가까운 일본에서 만들어지니 큰 이질감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알사탕은 많은 사랑을 받은 그림책이다. 특히 한국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림책의 배경이 한국인데 알사탕의 국적이 모호해지는 건 절대로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부분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 주길 당부했다. 도에이 측은 이런 내 의견을 존중해 작품에서 한국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작가를 존중하고 보호하려는 태도에 감동받았다.
책 속의 스틸 컷이 주는 여운을 영상이 반감시키지 않을까하는 우려는 없었나?
책과 영상은 물성 자체가 다르다. 손으로 페이지를 넘겨 가며 보는 책은 독자 스스로 마음에 드는 장면에서 더 머물 수 있고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영상은 시각과 청각을 모두 만족시키며 독자를 사로잡지만 책은 상상의 영역을 남겨 둔다. 그러므로 완전히 다른 매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제작 초반에는 CG로 만드는 데 대한 걱정이 있었다. 그래서 그림책과 같이 점토 인형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도록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동동이를 3D로 구현한 이미지를 내게 여러 번 보내 주고 다듬은 끝에 지금의 모습을 완성했다. 도에이 측이 원작을 존중하면서 제작에 임했기 때문에 큰 우려는 하지 않았다.
극 중 명장면을 꼽는다면?
가슴에 크게 와닿았던 부분은 강아지 구슬이가 나오는 장면이다. 책에서는 동동이와 구슬이가 “우리는 오후 내내 함께 놀았다”라는 말과 함께 끝나는데 애니메이션에서는 구슬이가 “이제 피곤하니 쉬러간다”면서 “나 신경 쓰지 말고 나가 놀아”라고 말한다. 이런 새로운 장면이 감동을 줬다. 그야말로 페이지 속에 숨어있던 내용이 풀어져 나온 것만 같았다. 그리고 구슬이가 말할 때 혀를 날름거리는 움직임이나 걷는 포즈같이 개의 세세한 특징을 정말 리얼하게 잘 살려 무척 좋았다. 난 그림책을 만들 때 배경이 되는 장소의 전개도를 그려 본다. 작품 속 배경의 시간대가 정해져 있다 보니 햇빛의 위치나 햇살이 비치는 각도 같은 걸 많이 고민한다. 제작진도 그런 세밀한 부분을 매우 신경 쓰면서 작업했던 것 같다. 동동이의 방이나 집 구조 같은 것을 내게 자주 물어보고 서로 논의하면서 하나씩 만들어 갔다.
<알사탕>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
사실 만든 입장에서는 작품이 사랑받으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독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한번 물어보겠다.(웃음)
인형과 세트 제작, 촬영이 고되지 않나? 이러한 작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이야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형식과 표현 방식을 늘 고민한다. 특히 어린이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현실과 닮은 입체적인 표현을 즐겨 사용하는 편이다. 그림책을 만드는 일은 참 고단하고 때로는 지치기도 하지만, 다시 시작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분명 존재하기에 계속 만들어 갈 수 있는 것 같다.
준비 중인 신작이 있다면 귀띔해 달라.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가?
신작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은 비밀이다. 일상에서 순간순간 스쳐 가는 작은 웃음, 따뜻한 말 한마디, 맛있는 밥 한 끼,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관계, 조용히 건네는 위로 같은 아주 평범한 것들이 참 중요하다고 느낀다. 앞으로도 그림책이 그런 사소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힘을 줄 수 있다면, 그림책 만드는 작가로서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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