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웹툰,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오랫동안 창작과 교육에 힘써오면서 기술이 창작의 흐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지켜봤다. 한때 AI는 많은 창작자에게 낯설고 때로는 경계해야 할 기술로 여겨졌다. 그러나 AI는 이제 단순한 미래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창작의 도구가 됐다. AI는 단순히 창작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와 기업이 더욱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조력자가 되고 있다.
올해 월간 <아이러브캐릭터>에 ‘콘텐츠 산업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라는 주제로 칼럼을 연재한다. AI가 캐릭터 산업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발 빠른 소식을 전하는 것은 물론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실습 코너까지 마련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한다.
창작자는 AI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변화하는 콘텐츠 산업에서 창작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다지게 될 것이다. 올 한 해 AI와 캐릭터 산업이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가능성을 독자들과 함께 탐구하면서 따뜻한 시선으로 창작자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방향을 모색하겠다.
캐릭터 시장의 변화와 AI의 역할
캐릭터는 단순한 그림이나 디자인을 넘어 사람들에게 감정을 전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존재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주인공, 가슴속 한편에 자리 잡은 웹툰 캐릭터, 일상에서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마스코트 캐릭터까지, 우리는 캐릭터와 함께 성장하고 감정을 나누며 살아간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캐릭터 산업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제 단순한 굿즈나 애니메이션에서 벗어나 게임, 가상현실, AI 챗봇 등 새로운 기술과 결합해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AI는 캐릭터 제작과 운영 방식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AI는 캐릭터의 초기 콘셉트 구성을 도와주거나 복잡한 디자인 작업을 간소화하고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까지 바꿔가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캐릭터의 표정과 동작을 보다 자연스럽게 조정할 수 있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AI 캐릭터도 구현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살리는 AI 기반 캐릭터 마케팅이 가능해지고 창작자들에게는 보다 창의적인 작업에 집중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모든 이에게 반가운 건 아니다. 창작자는 ‘AI가 창작자의 역할을 대체하는 게 아닐까?’하는 우려를 품고 있다. 기업도 AI를 도입하면 정말 효과가 있는지 고민한다.
창작자와 기업의 시각차 조율하기
캐릭터 산업에서 창작자와 기업은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다를 수 있다. 창작자는 캐릭터의 개성과 창작 과정의 의미를 중시하는 반면 기업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과 효율성을 고민한다. AI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창작자에게 AI는 자신의 스타일과 개성을 지켜나가면서도 보다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여야 한다. 예를 들어 반복적인 배경 작업을 줄이거나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창작자는 더욱 자유롭게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다. 기업은 AI를 활용해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팬덤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모색할 수 있다.
중요한 건 AI가 대체가 아닌 보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AI가 창작의 영역을 침범하는 게 아니라 창작자가 더 깊이 있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쪽으로 활용된다면 창작자와 기업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 글에서는 AI가 캐릭터 산업에 어떤 방식으로 녹아들 수 있는지, 그리고 창작자와 기업이 AI를 활용하는 균형점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를 함께 고민해보려 한다. 새로운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 속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창작자의 개성과 감성이 캐릭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AI가 창작자와 손을 잡고 보다 따뜻하고 창의적인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길 바란다.
AI가 창작자에게 주는 도움: 영감과 보조 도구
창작자에게 아이디어는 모든 작업의 출발점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창작 과정에서 막힐 때가 많다. 때로는 새로운 발상을 떠올리는 게 쉽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럴 때 AI는 영감을 주는 도구이자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AI는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 창작자의 작업을 돕고 창의적인 과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아직 AI가 창작자의 역할을 완벽히 대신할 순 없지만 적절히 활용하면 작업 효율을 높이고 더 깊이 있는 창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1. 아이디어 발굴: AI 기반 스토리텔링과 콘셉트 생성
스토리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창작자는 종종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거나 기존 설정을 더 발전시키고 싶을 때가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트렌드를 분석하고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스토리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키워드만 입력하면 AI가 기본적인 줄거리를 생성해주거나 캐릭터의 성격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설정 및 세계관 확장: 캐릭터의 배경이나 서사 구조를 보다 구체적으로 만들고 싶을 때 AI가 관련된 문화적 요소나 역사적 배경을 제안해준다.
·트렌드 분석: 최근 인기 있는 스토리 유형이나 독자들이 선호하는 요소를 분석해 창작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을 준다.
물론 AI가 생성한 모든 아이디어를 그대로 사용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창작자가 AI의 도움을 받아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AI는 단순히 참고할 만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도구이고 창작자의 개성과 감각이 스토리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가 돼야 한다.
2. 시각 자료 활용: AI 이미지 생성과 디자인 보조
이미지 기반 AI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캐릭터 콘셉트 아트나 배경 디자인을 보조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된다.
·콘셉트 아트 및 스타일 탐색: 특정 키워드나 스타일을 입력하면 AI가 다양한 시각 자료를 생성해 캐릭터 콘셉트를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컬러링과 스타일 변환: 러프한 스케치를 기반으로 다양한 색감과 스타일을 적용해볼 수 있어 색감 연구나 디자인 실험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게 한다.
·빠른 참고 자료 생성: 캐릭터의 포즈, 의상, 액세서리 등을 빠르게 생성해볼 수 있어 작업 시간을 단축시킨다.
하지만 AI를 사용할 때 중요한 건 창작자의 개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AI가 생성한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이며 창작자의 시각적 감각과 의도를 반영해 수정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3. 반복 작업 줄이기: 캐릭터 표정, 포즈, 배경 자동 생성
창작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작업은 종종 시간과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하게 만든다. AI는 이러한 부분을 자동화해 창작자가 더욱 창의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캐릭터 표정 생성: AI를 활용하면 한 가지 기본 얼굴을 다양한 감정 표현으로 변형하는 작업이 빨라진다.
·포즈 참고 자료 생성: 캐릭터의 다양한 포즈를 빠르게 구상할 수 있도록 AI가 기본적인 포즈 모델을 생성해준다.
·배경 자동 생성: 복잡한 배경 작업을 도와주는 AI 도구를 활용하면 보다 빠르게 배경을 완성·수정하는게 가능하다.
AI를 활용하면 단순한 반복 작업에서 벗어나 좀 더 창의적인 디테일을 조정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배경을 완전히 새로 그릴 필요 없이 AI가 생성한 기본 구조를 바탕으로 세부적인 디테일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AI는 창작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의 손길을 더욱 자유롭게 해주는 도구가 돼야 한다. 앞으로 실습 예제를 통해 AI 기반 스토리텔링, 캐릭터 콘셉트 생성, 이미지 보조, 반복 작업 자동화 등에 대한 구체적인 활용법을 하나씩 다룰 예정이다.
창작 과정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창작자의 개성을 유지하면서 작업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AI는 창작자가 더욱 깊이 있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다.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건 결국 창작자의 감성과 철학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앞으로 AI와 창작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해 보길 기대한다.
김한재
·강동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콘텐츠과 교수
·애니메이션산업, 캐릭터산업, 만화산업 백서 집필진
·저서: 생성형 AI로 웹툰·만화 제작하기(2024) 외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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