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강의 웹툰 이야기 33] 2024년 웹툰산업의 주요 과제와 목표-2

서범강 기자 / 기사승인 : 2024-03-28 08: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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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웹툰산업이 외형과 규모를 키우고 성장함에 따라 웹툰은 경쟁력을 갖춘 대표적인 콘텐츠로 위상을 갖추며 세계를 향해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그 여세를 몰아 만화·웹툰산업을 국가 중심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지난해 12월 만화·웹툰산업 발전 방향을 발표했다.
 

전 세계 웹툰 플랫폼 상위 5개 중 국내 기업 4개가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만큼 문화체육관광부는 OTT산업을 이끄는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웹툰 플랫폼이 탄생하도록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 웹툰산업의 모든 이가 한목소리로 외치던 글로벌 웹툰 어워즈 역시 칸 영화제처럼 권위 있고 세계적인 시상식이 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으니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하자.

 

2. 웹툰 플랫폼의 다각화

현재 우리나라 웹툰 플랫폼은 네이버와 카카오 2강 구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몇몇 특정 장르를 대상으로 위치를 다지며 선전하는 플랫폼도 있지만 전체 시장 구성 비율을 보면 점유율에서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산업 개척에 많은 역할을 했고 지금도 여전히 세계시장을 무대로 우리나라 웹툰이 위상을 떨칠 수 있도록 기여한 바가 커 웹툰시장 왕좌에 오른 건 인정할 수 있다. 다만 웹툰산업 안정화와 고른 성장을 위해선 균형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를 몇 가지로 나눠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가. 다양성 장르의 확장
웹툰산업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다양성 장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시장에서는 유독 특정 장르에 대한 편중화가 이어져온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를 네이버나 카카오에만 물을 순 없겠으나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 크기 만큼 그들이 수용하는 장르의 영향력을 무시하기는 힘들다.


네이버나 카카오의 웹툰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하는 수익 모델이다. 이를 바탕으로 확보한 독자들이 선호하는 작품을 제공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최근 웹툰 서비스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는 큐레이션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 행동 데이터, 콘텐츠 정보, 사용자 정보 등을 수집·저장해 사용자 선호도를 파악하고 추천 작품을 선정해 노출하도록 작동한다.
 

이때 큐레이션은 AI 기술을 활용하는 딥 러닝 알고리즘 방식의 데이터 추천 기반을 기본으로 하지만, 동시에 플랫폼의 웹툰 PD나 전문가가 인기 작품, 눈에 띄는 신작, 숨어있는 작품 등 다양한 기준으로 직접 선정한 작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따라서 서비스 측면에서는 사용자 선호도를 더욱 정확히 파악해 개인 맞춤형 작품을 추천할 수 있다는 점, 갈수록 작품량이 누적되어 선택에 곤란을 느끼는 사용자가 쉽게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정리하자면 웹툰 플랫폼의 큐레이션 기능은 사용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접하도록 기회를 제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이것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알고리즘의 편향으로 인해 사용자에게 다양한 콘텐츠가 노출되지 않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사용자의 과거 조회 및 구독 기록과 선호도를 기반으로 웹툰을 추천하다 보니 사용자가 즐겨 보는 장르의 웹툰을 계속 추천해 장르의 편중화를 심화시킨다. 그러면 새로운 장르의 웹툰을 접하기 어려워 사용자는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결국 제공되는 정보가 한계적이어서 다른 장르나 인지도가 낮은 작품은 노출이 어렵게 된다.


이는 큐레이션 기능의 특징이지 네이버와 카카오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장 점유율이 워낙 크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두 곳이 선호하는 장르 위주로 편중화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나. 다양한 기회의 확장
웹툰산업의 성장과 규모만큼 나날이 늘어나는 작가와 작품 수를 네이버와 카카오가 모두 수용하기에는 사실상 역부족이다. 이러한 책임과 부담을 네이버와 카카오에만 강요하거나 해결하라고 떠미는 것도 맞지 않다. 장르 편중화의 부작용과 작품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도 인지했는지 조금씩 변화를 보이는 듯싶지만, 작품 연재를 위한 기회의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높은 수익과 인기를 얻는 작품 이외에도 평균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는 작품이 많아지는 건 중요하다. 작가나 제작사의 안정적인 기반이 갖춰질수록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상업적 목적과는 별개로 작품의 주제와 내용, 메시지 자체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작품이 반드시 필요하고 꾸준히 나와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대형 웹툰 플랫폼 주변으로 다양한 특징과 전문성을 지닌 중소형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배치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금의 앞서나가는 활동을 통해 시장 성장의 선도적 역할을 하되, 웹툰산업과 시장이 2강 체제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없도록 안정적이면서도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형태의 중소형 웹툰 플랫폼이 자리 잡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게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 웹툰산업의 중간 영역에 다양한 중소형 웹툰 플랫폼이 자리 잡고 다양한 장르를 수용하면서 평균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는 작품을 늘릴 수 있다면 무척 이상적이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점도 분명 한계는 존재한다. 웹툰 플랫폼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까지는 늘어날 필요가 있으나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한다면 한계는 존재한다. 어느 정도 경쟁력 있는 국내 중소형 웹툰 플랫폼이 자리 잡은 시점부터는 해외시장의 다양한 문화권을 노리고 해외로 진출해 더 많은 가능성과 기회를 얻도록 유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3. 중소 웹툰 기업의 육성

이제까지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중소형 웹툰 플랫폼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웹툰산업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크게 부각되지 않은 곳이 있다. 중소 제작사와 에이전시다.
 

누군가는 독자와 연결하는 웹툰 플랫폼과 작품을 만드는 작가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산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환경 안에서 돌아가는 시스템에는 여러 중요한 역할이 존재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과거 웹툰산업 초기에는 에이전시 역할을 하는 기업이 늘어나다가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사라진 경우가 있다. 이는 다시 전문 기획과 매니지먼트를 병행하거나, 혹은 제작사를 병행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개인 작가라 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해외시장 진출 사례가 꾸준히 늘면 번역과 통역은 기본이고, 전 세계의 넓은 시장을 상대로 시장조사, 거래처 구축, 계약 및 법률 관리 등을 관장하며 활동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럴 때 에이전시의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 중요해지기 마련이다. 이는 여러 사례 중 한 가지를 예로 든 것이다. 시시각각 커지는 웹툰산업의 거대한 시스템에서는 중소 웹툰 기업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제작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웹툰은 장르와 제작 목적에 따라 작가의 역량 및 감각, 역할이 중요한 작품이 있을 수 있고 제작사의 환경과 시스템을 통해 소화하거나 프로젝트의 목적에 맞는 세팅이 필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속성 때문인지 현재의 웹툰산업 구조에서 중소 웹툰 기업은 시장을 끌어가는 메이저 플랫폼과 작가들 사이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체부가 발표한 만화·웹툰산업 발전 방향은 인재 육성과 발굴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웹툰산업으로 진입하는 수많은 지원자를 수용하기 위해선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중소 웹툰 기업을 받쳐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마찬가지로 작가들의 작품 역시 기회를 넓히고 독자 수용성을 높이려면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건강한 중소 웹툰 기업과 함께해야 가능함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중소 웹툰기업의 육성과 안정적인 지원 대책을 함께 고려하길 기대해본다.

 

 

서범강
·(사)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아이나무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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