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트 태권브이 김청기 감독, 완성해야 할 작업이 있다는 게 큰 행복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6-08-05 08: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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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1976년 7월 24일. 서울 대한극장과 세기극장에서 <로보트태권브이>가 개봉했다. 김청기 감독이 연출한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판 장편 SF 애니메이션. 이순신 장군의 투구와 태권도로 무장해 악당을 제압하던 태권브이는 구름 관중을 불러 모으며 일본 로봇물이 득세하던 시절 K-로봇의 탄생이란 기념비를 세웠다. 50년이 지난 지금 김 감독은 여전히 태권브이를 그리고 있다. 지금까지 그려 놓은 콘티만 해도 513장이다.



여전히 정정하시다. 특별한 건강 비결이라도?

어릴 때부터 두 형들이 쓰던 아령이나 가벼운 역기를 들고 혼자 운동하는 걸 좋아했다. 지금도 팔굽혀펴기 50개는 거뜬하다. 친구들이 뒷모습만 보면 아직도 50대라고 한다. 운동으로 얻는 만족감이 크니 안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아침에 눈떴을 때 할 일이 있고 완성해야 할 작업이 있다는 게 큰 행복이다. 자다가 일어나서도 작업물을 보면 뿌듯하고 자부심도 들어 스트레스를 못 느끼는 것 같다. 요즘 심청전, 별주부전, 흥부전의 스토리보드를 그리고 있다. 아흔 살까지 꼭 완성할 테다. 이제는 K-컬처가 주류로 올라섰다. 백설공주, 신데렐라처럼 우리 전래동화도 세계 시장에서 히트할 수 있지 않겠나.



50년 전 태권브이 탄생 과정을 돌이켜보면?

일본 애니메이션이 TV를 장악했던 시절이었다. 근데 오로지 힘의 논리로 상대를 제압해 권선징악을 실현하는 흐름이 영 마음에 걸렸다. 아이들이 보는 건데 교육적으로 저래선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내 자식,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줄 만한 걸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그때 들었다. 마침 미국이나 일본 작품을 대신 그리던 중에 내 세계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이 커질 때였다. 주위 권유도 있길래 제작을 결심하고 태권브이를 기획해 투자받으려고 다녔다. 그런데 당시 거의 모든 흥행사(지방배급사)가 타이틀에 마징가를 붙여야 투자하겠다더라. 그때는 지역별 배급권을 독점한 흥행사가 실질적인 투자자라서 입김이 셌다. 하지만 난 제목에 마징가를 붙이는 게 정말 싫었다. 남의 걸 베끼거나 딴 이름을 붙이는 건 자존심이 상해서 그들의 제안을 죄다 거절했다. 결국 제작비를 마련하느라 여기저기에서 돈을 빌리고 집도 날렸다. 그렇게 어렵게 만든 작품이다. 그때 나이가 서른여섯이었다. 만화가, CF 감독, 문화·기록영화 감독 등을 거치면서 배우고 익힌 경험을 모두 쏟아 완성했다. 다른 사람 손에 맡기지 않고 내가 직접 쓰고 그렸으니 6개월 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

 

 

표절 논란을 보는 개인적 소회는?

그림을 잘 그려 어릴 때 사생대회 같은 데 나가라고 불려 다니곤 했다. 근데 그냥 보이는 거 묘사하는 게 싫어 안 나갔다. 내 머릿속에 있는 걸 끄집어내 그림을 만들어내는 게 더 재밌었으니까. 열여덟 살 때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을 때도 그랬다. 남의 거나 일본 걸 그대로 베끼는 게 가장 싫었을 만큼 난 자존심이 강했다. 마징가 이름만 붙였어도 집은 안 날아갔을 거다. 그럼에도 끝까지 거절했잖나. 로봇 외형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은 많겠지만, 설정이나 스토리는 순수 창작이다. 자국의 전통 무술로 적을 물리치는 로봇이 세상 어디에 있는가. 다만 완구를 염두에 두고 후속작을 만들다 보니 정체성을 더 확실하게 다져놓지 못한 게 아쉽다.
 


요즘도 여전히 태권브이를 그리는 중이시라고 하던데?

2017년에 연필로 그렸던 콘티를 펜으로 세밀하게 다듬는 중이다. 지금까지 그린 분량이 513장이다. 기존 태권브이의 외형을 조금 바꿨다. 이야기 스케일도 커졌다. 단순한 로봇들의 대결이 아니다. 생물학, 유전학적 요소를 접목해 세계관을 새로 구성했다. 기존 시리즈의 등장인물은 유지하되 시대에 맞는 소재와 디자인을 반영해 후속편을 준비하고 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거나 거대한 로봇들이 대결하는 구도는 아니다. 액션보다는 드라마, 로봇보다는 인간사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어느 박사가 더 많은 공간, 더 많은 권익, 더 많은 편리를 누리려고 유전인자를 조작해 인류를 난쟁이로 만들고 수많은 로봇을 통해 자기만의 세계를 만드는 계략에 태권브이가 맞선다는 내용이다.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 과학의 오용을 지적하면서 공동체 평화를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모두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대중이 태권브이를 지금도 기억하는 이유가 뭘까?

뭔가 마음을 흔들고 감동을 줬기 때문이다. 그런 게 있어야 어릴 때 본 게 나이를 먹어도 생각나는 거다. 국민학교 다닐 때 김종래 선생이 그린 눈물의 수평선이란 만화를 보고 펑펑 울었다. 그걸 보고 나도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그림 잘 그린다고, 움직임이 좋다고 작품이 사는 건 아니다. 예쁘고 잘생긴 배우 나오는 영화라고 다 잘되는 건 아니잖나. 마음을 움직여야 깊이 오래 남는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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