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 84] 김봄 감독, 공상은 나의 힘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4-12-30 11: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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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망상은 헛된 생각이지만 공상은 현실을 알면서도 상상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주로 치열한 상황에서 뭔가를 해결해야 할 때 공상을 하는 편이에요. 현실의 고통을 이겨내는 수단이라고나 할까요?” 김봄 감독은 공상으로 희망을 얻는다. 그녀의 작품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위트 있게 바라보면서 힘듦을 극복해 보라고 얘기한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2020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일했다. 새로운 창작에 도전해보고 싶어 회사를 나와 올해부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시간 여유가 생겨서 졸업 작품이었던 나의 정원에 보푸레기를 이제야 배급했는데 인디 애니페스트에서 생각지도 못한 상을 받아 정말 영광스럽다.

 

▲ 나의 정원에는 보푸레기

수상 소감이 궁금하다

작품에 공감해주셔서 고맙단 생각이 먼저 들었다. 감상 평이나 주위 반응이 기대 이상이어서 얼떨떨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 많은 응원과 격려를 받았다. 앞으로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얻은 것 같다.

 

<나의 정원에는 보푸레기>는 어떤 이야기를 담았나?

치열하게 공상하는 주인공‘나’와 그녀의 정원을 매일 찾아오는 아주 작은 보풀에 대한 이야기다. 정원은 주인공의 내면이자 마음, 보풀은 그녀가 살아온 시간이자 흔적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은 막냇동생이 태어나자 문득 나이 든 자신이 유행 지난 공주님 같다고 느낀다. 그녀의 정원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건 낡아빠지고 고루한 모습의 보풀뿐이다. 보풀은 그녀에게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주인공은 이런 보풀이 지긋지긋하고 자꾸 거슬리지만 어쩐지 마냥 싫지만은 않다. 동생이 생기면서 일어나는 행동이나 환경의 변화를 어린아이인 주인공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다.

 

▲ 나의 정원에는 보푸레기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바꿀 수 없고, 바뀌지 않는 현실을 어떻게 다루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힘들고 녹록지 않은 현실을 공상을 통해 수긍하고 어두운 감정을 낭만적으로 승화시켰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힘든 현실이나 삶을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포장하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관조적 자세로 따뜻하게 접근해보면 어떨까하는 의도였다. 보는 이가 마냥 긍정적이지 않고 애잔하지만 따스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결심한 건 언제인가?

그림 그리는 건 좋아했지만 애니메이션을 처음 접한 건 고등학교 다닐 때였다. 당시 애니메이션과를 다녔는데 제작 실무를 배우거나 작품을 만든 건 아니었다. 대신 여러 국내외 명작을 친구들과 같이 보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고 차츰 나도 저런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대단한 포부가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대학 전공과목을 애니메이션으로 정한 건 자연스러웠다.

 

▲ 뜨거운 비가 내린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얻는 즐거움은?

사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이 정말 힘들어서 만들 때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웃음) 견디면서 하는 거다. 하지만 작품을 기획할 때 즐겁다.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표현해보고 스터디하고 디자인해보고 이야기를 짜맞춰보는 과정이 가장 재밌다. 그것이 결과물로 나왔을 때 뿌듯하고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 제작자가 아닌 애니메이션 애호가로서 좋은 작품을 감상할 때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준비 중인 차기작이 있나?

올 초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하면서 일상의 균형이나 생활 패턴이 예전과 달라졌다. 리부팅된 기분이다. 그래서 지금은 일단 외주 일을 소화하면서 생각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요새 드라마, 영화 대본을 보고 있는데 다른 장르를 탐색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는지를 공부하고 있다.

 

▲ 뜨거운 비가 내린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은가?

사람 사는 이야기다. 사람들끼리의 상호작용이나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숲을 산책하면 숲을 넓게 보기보다 꽃이나 나뭇잎, 벌레같이 그 안의 오밀조밀한 작은 대상에 더 흥미를 느낀다. 작품에 대한 생각도 그렇다. 거대한 담론을 담고 있거나 사회 전반을 바라보는 것보다 개인의 소소한 단면이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 장르가 애니메이션일지 만화일지, 시나 소설일지는 아직 모르지만.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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