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이슈로 돌아보는 2025년 캐릭터·애니메이션 산업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5-12-02 08: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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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9월 17일 ‘캐릭터의 날’ 제정
캐릭터 업계가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 잡은 캐릭터 산업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9월 17일을 캐릭터의 날로 지정·선포했다. 9월 17일은 한국을 상징하는 영물 호랑이를 형상화한 마스코트 호돌이가 세계 무대에 공식 데뷔한 날인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일이다.


서울시 용산구 파트너스하우스에서 열린 제1회 기념식에서 업계는 캐릭터의 날 제정 선언문을 통해 “캐릭터는 단순한 창작물이 아니라 국민의 상상력과 감성을 담아내는 문화의 언어이며 세계와 소통하는 대한민국의 힘”이라며 “캐릭터 산업의 발전과 창작자들의 열정을 응원하며 오늘 을 기점으로 더 큰 문화적 성취와 경제적 도약을 이뤄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캐릭터 업계는 매년 9월 17일에 기념행사를 열고 캐릭터 산업의 성과와 가치를 공유하면서 구성원들의 협업과 연대를 강화하는 장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캐릭터의 날 제정은 2006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추진했으나 적합한 날짜를 정하지 못해 유야무야된 적이 있다. 이에 <아이러브캐릭터>는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 잡은 캐릭터 산업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 종사자들의 자긍심을 높여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고자 올해 초부터 민간이 주도하는 캐릭터의 날 제정 추진에 앞장서 왔다.



SNS 뒤덮은 지브리 프사 열풍

올 초 SNS를 중심으로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열풍이 불었다. 자신의 사진이나 풍경, 반려동물 사진 등을 스튜디오 지브리가 만든 애니메이션처럼 AI가 변환한 이미지를 프로필 사진으로 공유하면서 너도나도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된 듯한 놀이를 즐겼다.


지브리 프사 열풍은 AI에 그렇게 큰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챗GPT를 쓰게 되고,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작가 못지않게 감성적인 이미지를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되면서 AI의 대중화를 앞당겼다. 이미지 생성 AI 기술이 그간 디자인이나 예술 등 특정 분야에 국한됐다는 인식을 넘어 대중의 일상으로 스며들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챗GPT가 사용하는 사진 속 인물의 초상권 문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창작과 모방, 인간과 기술의 경계가 어디인지 다시 묻는 상징 적인 하나의 사건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단순히 화풍을 따라 해 이미지를 생성한 건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는다. 구체적인 표현이 아니라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빌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으려면 특정 화풍의 독창적인 표현을 구체적이고 상당 부분을 모방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창작 현장에서는 이번을 계기로 고유한 창작물을 학습 데이터로 무단 사용하는 걸 막고 저작권이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와 법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빼놓고 올해 콘텐츠 시장을 얘기할 수 있을까. K-팝스타 루미·미라·조이가 화려한 무대 뒤에서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그린 케데헌은 사실적으로 묘사한 한국적인 요소 로 가득하다. K-콘텐츠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과 호감이 이제 K-컬처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2025년 캐릭터·애니메이션 산업의 주요 이슈를 정리했다.

 

 

세계는 여전히 <케데헌> 앓이 중
6월 넷플릭스가 공개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넷플릭스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넷플릭스 역대 콘텐츠 최초로 누적 시청 수 3억을 돌파하며 오징어 게임 시즌1을 제치고 전 장르를 통틀어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작품의 주요 OST도 빌보드 차트를 휩쓸었다. 특히 골든은 애니메이션 주제가로선 이례적으로 미국 그래미상에서 올해의 노래 등 5개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려 여전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케데헌의 인기 요인은 K-컬처에 대한 관심으로 압축된다. 영국의 BBC는 “케데헌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K-팝과 한국의 전통문화를 절묘하게 융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기에 기여한 또 다른 요인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K-팝, K-영화, K-드라마는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서구 시장에서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케데헌은 한국 문화의 핵심 요소인 음식이나 식습관을 중심으로 한국인의 일상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남산타워, 한강, 명동, 강남, 옛 성곽, 공중목욕탕 등 서울의 상징적인 장소와 장면을 충실히 포착해 보여준다. 또한 걸 그룹 헌터엑스가 칼과 부채를 사용하는 모습은 무당을 떠올리게 하고 사자보이즈는 저승사자처럼 차려입은 악령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당산나무, 도깨비에도 한국의 무속 신앙이 깃들어 있다. 청록 산수화풍의 일월오봉도를 무대 배경으로 쓰고 수호신과 행운을 상징하는 호랑이와 까치는 신 스틸러로 등장한다.

 


K-애니메이션 새 역사 쓴 <킹 오브 킹스>
4월 부활절 시즌에 북미에서 처음 개봉한 킹 오브 킹스가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 역사를 썼다.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가 막내아들 월터와 함께 2000년 전 가장 위대한 이야기 속으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오스카 아이작, 케네스 브레너, 피어스 브로스넌, 우마 서먼 등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아는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더빙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개봉 후 영화 평가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관객 평점 97%, 영화 시장조사 업체 시네마스코프가 부여하는 등급 중 최고인 A+를 받으며 관객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킹 오브 킹스는 예수의 삶을 흥미롭고 섬세하게 그려낸 감동적인 서사가 관객들을 매료시키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넘어 미국에서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에 등극했다. 이에 장성호 감독은 “K-드라마, K-팝에 이어 K-애니메이션이 글로벌 주류 무대에 진출하는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킹 오브 킹스의 흥행은 기록적인 성과를 넘어 작품성과 전략적인 기획, 그리고 배급 전략이 이뤄낸 결과로 분석된다.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완성한 높은 기술력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고 종교적 색채를 보편적인 사랑과 가족의 이야기로 풀어낸 스토리가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우리나라에서는 7월에 개봉, 12년 만에 100만 관객 고지를 넘은 사랑의 하츄핑을 제치고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흥행 2위에 올랐다.

 

 

아트토이 캐릭터 <라부부> 신드롬
중국의 아트토이 캐릭터 라부부가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라부부는 홍콩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룽카싱이 만든 더 몬스터즈 시리즈에서 지모모, 모코코, 티코코와 함께 등장하는 요정 캐릭터다. 긴 귀와 부릅뜬 눈, 뾰족한 이, 털로 뒤덮인 몸이 특징인 라부부 디자인은 북유럽 신화에서 영감받았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아티스트의 한정판 피규어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 중국의 아트토이 기업 팝마트가 봉제 인형, 블라인드 박스 등 다양한 형태로 대량 생산하면서 인기에 불을 지폈고 라부부와 함께한 셀럽들의 사진과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자 폭발적인 반응이 터져 나왔다.


라부부 신드롬은 독특한 디자인, 이색적인 판매 전략에 셀럽과 SNS 마케팅이 더해진 결과다. 중국 신화통신은 “뾰족한 이빨과 장난기 가득한 표정, 기괴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외형이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며 “인형은 무조건 예쁘고 귀여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건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새로움과 정형화된 이미지를 거부하는 성향과 일치한다”고 보도했다.


MZ세대의 덕질 문화와 맞닿은 블라인드 박스 판매 전략도 주효했다. 원하는 캐릭터를 얻기 위해 반복적으로 구매하게 만드는 랜덤 뽑기는 명품 브랜드 대신 한정판 피규어나 굿즈 등 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내는 덕질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젊은 소비자들을 제대로 겨냥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블라인드 박스 형태로 판매하는 라부부 인형은 희귀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수집 욕구를 자극하고 중고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현상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잇단 비보에 완구업계 ‘먹먹’
국내 대표 프라모델 제조사 아카데미과학의 창업자 김순환 회장이 지난 3월 92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변변한 장난감이 없던 1980∼90년대에 줄지어 출시한 모형 제품이 고루 사랑받으면서 우리나라 프라모델 산업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특히 끊임없는 R&D 투자로 금형 제작과 사출 노하우를 갈고닦았고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아카데미과학을 기술력과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도 갖춘 세계 5위권의 프라모델 기업으로 일궈냈다. 40여 년간 모형 제품 개발이란 한 우물만 판 고인은 2013년 장남 김명관 대표에게 자리를 넘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 러났다.

 


8월에는 소재규 제23대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77세. 1974년 한립토이스를 세워 완구 제조업에 뛰어든 고인은 장난감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기업인으로 유명했다. 2007년 사재를 털어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예술인마을에 세운 국내 최초의 장난감 박물관 한립토이뮤지엄은 교육용 완구 외길을 고집한 그의 신념과 아이들을 향한 깊은 애정이 그대로 담긴 곳이다. 박물관에 비치된 10만 점 이상의 장난감은 고인이 수십 년간 직접 모은 것으로, 장난감과 함께한 그의 세월이 묻어 있다. 고인은 온화한 인품과 리더십으로 업계의 덕망이 높아 23년째 조합을 이끌며 왕성히 활동했지만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작별을 고했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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