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열전] 쏘울크리에이티브 이지민 PD, 투덜대면서도 애정을 쏟게 만드는 그 지독한 매력이 날 붙잡아요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6-05-22 08: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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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애니메이션 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투명한 비전, 강도 높은 노동량, 낮은 처우 탓에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오늘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PD들이 있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현장의 PD들을 만나 애니메이션을 향한 그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장인정신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2012년에 처음 발을 들였다. 돌아보니 10년 넘게 쉼 없이 달려온 듯하다. 프로듀서로서 기획 단계부터 최종 완성까지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과정을 책임지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요즘은 많은 분이 사랑해 주신 ‘지구의 주인은 고양이다’의 후속작 ‘지구의 주인은 고양이다: 냥냥펀치로 세계정복’의 막바지 제작이 한창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작의 매력을 이어가면서도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제작진과 함께 마지막까지 세세하게 다듬으며 정신없이 지내는 중이다.

 

원래 애니메이션 PD를 꿈꿨나?

어릴 적부터 애니메이션 보는 걸 엄청 좋아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애니메이션 PD가 될 거라며 확고하고 거창한 목표를 세웠던 건 아니었다. 그러다 정말 우연한 기회에 이쪽에서 일해볼 기회가 찾아왔다. 평소 좋아하던 분야다 보니 큰 고민 없이 호기심과 설레는 마음으로 발을 들였다. 근데 어쩌다 시작한 일을 지금까지 하고 있을 줄은 나도 몰랐다. 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다 보니 자연스럽게 애정도 깊어지더라. 돌아보면 내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는다면?

지금까지 참여한 모든 프로젝트가 저마다 의미가 있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단연 ‘반지의 비밀일기’다. 세계관을 구축하는 기획 단계부터 모든 과정에 관여하다 보니 애틋함이 남다르다. 주인공 반지가 가진 특유의 낙관적이고, 얼핏 보면 대책 없어 보일 정도로 해맑은 성격이 내게 많은 영향을 줬다. 캐릭터가 뿜어내는 긍정적인 에너지에 기대어 힘을 얻었던 아주 특별하고 고마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 아쉬운 순간은 언제였나?

치열하게 기획하고 만들어낸 작품을 마침내 완성해 세상에 공개할 때 기쁘다. 수많은 제작진과 밤낮으로 고민하며 만들어간, 멈춰 있던 이미지들이 화면에서 살아서 움직일 때 느끼는 짜릿함과 성취감은 이루다 말할 수 없다. 기획했던 걸 100% 다 담아내고 싶지만, 정해진 시간과 한정된 자원 안에서 최상의 결과물을 내야 할 때가 있다.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아야 할 때는 원래 구현하고 싶었던 디테일을 어쩔 수 없이 덜어낼 수밖에 없다. 완성본을 보면 늘 진한 아쉬움이 남는 순간들이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동력은 뭔가?

가장 솔직한 심정을 말하면, 이 일이 싫지 않아서다. 사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푹 쉬고 싶다는 로망을 품고 살잖나. 만약 내가 생업을 위한 일을 억지로 해야 했다면 아마 온몸의 세포가 거부 반응을 일으켜서 진작 도망쳤을 거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은 참 신기하다. 출근할 때는 이불 밖을 나오기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막상 모니터 앞에 앉아 작업을 시작하면 어느 새 몰입해 있는 나를 발견한다. 본능을 이길 만큼 이 일이 싫어지지 않는다는 것, 투덜대면서도 결국 애정을 쏟게 만드는 그 지독한 매력 때문에 10년 넘게 이 바닥을 떠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나 이야기가 있나?

기회가 된다면 공익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꼭 만들어보고 싶다. 거창한 슬로건보다 누군가의 삶에 작은 보탬이나 위안이 되는, 그런 의미 있는 작품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다만 그때는 프로듀서로서 현실적인 조건의 압박을 조금 내려놓고 작품의 퀄리티와 메시지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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