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애니메이션 영화의 현황 및 전망 _ 최자인의 차이나 리포트 3

최자인 과장 / 기사승인 : 2022-09-23 08: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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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D 애니메이션 서유기: 대성귀래는 중국의 전 극장에서 개봉해 10억 위안(1,900억 원)에 육박하는 흥행성적을 거둬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후 나의 붉은 고래, 대호법, 백사: 연기 등의 작품이 잇달아 등장했고 2019년 나타: 마동강세는 50억 3,500만 위안(9,700억 원)의 입장료 수익을 올려 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의 현황 및 전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신화·어린이 IP가 대세
지금까지 흥행성적이 가장 좋은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 10편 중 5편은 신화 IP, 4편은 어린이 IP로 분류된다. 지난해 개봉한 66편 중 45편 이상은 어린이 IP였고 신화 IP는 6편이었다.

1억 위안 이상의 흥행성적을 달성한 작품 12편 중 중국 국산 작품은 6편이다. 이 가운데 각각 2위, 3위, 11위에 오른 백사2: 청사겁기, 신신방: 나타중생, 서유기: 재세요왕은 신화를 활용해 세계관을 구성한 작품이다. 어린이 IP 곰출몰: 광야대륙은 1위에 올랐다.
올해 개봉작들도 이 같은 경향을 따른다. 연말까지 66편이 개봉할 예정인데 25편 정도는 어린이 IP이고 13편은 신화 IP다.
이미 개봉한 영화 중 곰출몰 시리즈의 여덟 번째 작품인 곰출몰: 지구로 돌아오다가 9억 7,700만 위안의 수익을 올려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신화 IP 영화는 성인, 청소년들이 극장을 많이 찾는 여름 방학 시즌에 맞춰 개봉하는데 남은 하반기에는 손오공 관련 영화 2편, 이랑신 관련 영화 2편이 개봉할 예정이다.

 

왜 신화일까?
어린이 IP가 많이 개발된 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어린이 IP는 춘절, 여름방학 때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테마다. 곰출몰처럼 장기적인 노출로 시장이 가치를 인정해주는 IP여야 억대의 흥행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성인이나 청소년 대상 IP보다 유리하다.
그렇다면 왜 많은 제작사가 약속이라도 한 듯 신화 소재에 집중하고 있는가?
어릴 적부터 미국,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중국의 젊은이들은 작품의 기술적인 면을 비롯해 이야기가 얼마나 잘 전개되는지 눈여겨본다.
서유기: 대성귀래가 나오기 이전 중국의 애니메이션 영화는 외면받기 일쑤였다. 이 작품도 처음에는 돈이 부족해 제작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을 정도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성공을 거두면서 비로소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계는 희망의 길을 발견한 것처럼 신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디즈니도 오랫동안 잘 알려진 동화 이야기로 애니메이션을 개발했으며 시장이 성장하면서 점차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였다.
이에 비춰볼 때 오리지널 창작 IP를 개발해 시리즈로 만드는 것보다 캐릭터, 세계관, 인물관계, 배경, 스토리를 모두 갖춘 자국의 신화를 재해석하는 게 위험부담이 훨씬 적다고 할 수 있다. 모두에게 이미 잘 알려진 세계관이 공감을 끌어내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신화를 선택한 것은 상업적인 계산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신화 우주
신화 우주를 말하면 빠질 수 없는 제작사 두 곳이 있다. 바로 나의 붉은 고래, 대호법, 나타: 마동강세를 만든 컬러룸 픽처스(Coloroom Pictures)를 설립한 광셴촨메이와 신신방: 나타중생, 백사 1·2를 제작한 주이광동화(Light Chaser Animation)다.

주이광동화는 처음부터 신화 우주를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2013년 투도우(중국 최초의 동영상 플랫폼 중 하나)의 창시자인 왕웨이는 중국판 픽사(Pixar)를 설립하겠다는 포부로 주이광동화를 설립했다. 그는 작가 및 감독으로 데뷔해 중국 전통문화를 토대로 한 소문신(2016), 아당의 기우(2017), 묘와 도화원(2018) 등의 창작 애니메이션을 내놨지만 투자비의 절반도 회수하지 못한 채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2019년 중국 신화를 재해석한 작품 백사:연기가 개봉되면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고 여세를 몰아 백사2:청사겁기, 신신방: 나타중생을 선보이며 승승장구했다. 때문에 올해 개봉을 앞둔 새 작품 신신방: 양전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 시장의 또 다른 선두주자인 광셴촨메이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소극적이었다. 서유기: 대성귀래에 투자하다 중도에 철회한 것도 애니메이션 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낮게 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성공을 거둔 후 광셴촨메이는 서둘러 컬러룸픽처스를 설립해 여러 스튜디오에 투자하거나 인수를 추진했으며 흥행성적이 50억 위안을 넘은 나타: 마동강세, 강자아를 제작했다.
광셴촨메이는 매년 2∼3편의 신화 애니메이션 영화를 론칭할 예정이며 여러 회사가 신화 우주의 개발 및 제작에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개봉 예정인 심해는 서유기: 대성귀래의 감독을 맡은 톈샤오펑의 신작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작품은 한 소녀가 신비로운 심해 세계에 들어가 독특한 생명의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중국 신화 속 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배경 샷을 보면 수묵화 느낌이 강하고 아트 스타일도 독특하다.


신화외 차별화된 소재가 많이 개발되길
통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제작된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는 878편으로 이 가운데 119편이 신화 IP 작품이다.

신화 IP는 관객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쉽다. 하지만 수많은 제작사가 동시에 신화 IP를 개발해 손오공, 나타, 이랑신이 여럿 등장하는 건 결코 신화 우주에 이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같은 캐릭터지만 다른 이미지와 성격, 세계관은 오히려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싫증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수없이 많은 중국의 신화를 통합해 독자적인 세계관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제작사가 필요하다. 신화 IP가 많아지면서 차별화된 소재를 발굴할 필요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현실 소재를 다른 웅사소년이 개봉했다. 이 작품은 병든 고양이라고 놀림을 당하는 유수소년(부모가 도시일터로 떠나 농촌에 남겨진 소년)과 친구 2명이 사자춤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은퇴한 사자춤 고수를 따라 춤을 배우면서 많은 시련을 겪은 끝에 위풍당당한 사자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광동성의 전통문화인 사자춤을 이야기에 녹여 관객들의 가슴이 벅차오르게 하는 소년들의 성장기를 묘사한 이 작품은 지난해 필자가 본 애니메이션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이고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2억 4,900만 위안(480억 원)의 수입을 거둬 지난해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중 흥행 랭킹 5위에 올랐고 신화를 소재로 하지 않은 작품의 또 다른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밖에 주이광동화는 신문화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으며 롱촹은 유목민족과 늑대 간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랑도등을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광셴촨메이와 알리바바 산하 애니메이션 제작사 소우주 미래사무소는 중국풍 SF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차별화된 애니메이션 영화가 더 많이 개발되길 바라며 중국 관객뿐 아니라 다른 나라 관객들도 함께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자인
· 모꼬지 콘텐츠사업본부 과장(모꼬지 한·중 프로젝트 책임 담당자)
· 중국 링동(광저우 링동 창상문화 과기유한공사) 창의센터 기획 PD
· 한중일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 CAMPUS Asia 1기 졸업생


 

 

 

 

아이러브캐릭터 / 최자인 과장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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