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처럼 편하게 즐기는 작품 만들고파 _ 독립영화관 56 _ 최지희 감독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2-08-23 08: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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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최지희 감독의 데뷔작 <시청률의 여왕>은 밝고 경쾌하다. 2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분량에 서사구조가 명확하고 유머코드도 가득한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선명하게 전한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도 갖출 건 다 갖춘 웹애니메이션의 진수를 보여준 시청률의 여왕은 게임 캐릭터 디자이너, 웹툰작가, 일러스트레이터를 거치며 단단해진 그녀의 내공이 빛을 발한 작품인 듯하다.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웹툰작가, 일러스트레이터를 거쳐 지금은 애니메이션 감독이 됐다.(웃음) 거창한 계획이나 목표를 세워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우연한 기회를 계기로 운 좋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원래 하고 싶은 건 무엇이었나? 사실 게임 캐릭터 디자이너를 꿈꿨다. 게임의 세계관이나 스토리에 흥미를 느껴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만들어보려고 게임사에 입사했는데 막상 일을 해보니 내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다르더라. 그래서 나만의 이야기를 펼쳐보고 싶은 마음에 웹툰을 그리게 됐다.


 

웹툰의 반응은 어땠나? 2015년부터 한국인이다, 야수와 줄리엣 등 두 편의 작품을 연재했다. 즉각적으로 돌아오는 독자들의 반응이 짜릿했다. 재미있다는 호평도 있었지만 혹평도 받았다. 그럴 땐 자신감이 떨어져 위축되고 내 실력을 의심하게 되더라. 그래서 장황한 이야기보다 메시지를 함축해 전달할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에 주목해 끌레르제이란 캐릭터를 개발해 SNS에 올렸다. 그런데 정적인 그림에 재미를 주기 위해 책과 인터넷을 뒤져가며 독학으로 배운 기술로 움직임을 넣은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업로드 했다. 애니메이팅을 연습하려고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애니메이션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시청률의 여왕이란 작품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에 참여하면서 만들게 된 작품이다. 신청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던 어느 날 친구의 전화를 받고 별 기대 없이 접수했는데 덜컥 합격해버렸다. 멘토였던 이용선 감독님이 좋게 봐주신 덕이다. 당시 2분짜리 웹애니메이션 3편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는 내게 무척 버거웠다. 애니메이션 관련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6개월 남짓 기간에 전 제작과정을 배우고 작품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나리오 쓰는 게 힘들었는데 멘토와 멘티들이 한 카페에 모여 지옥훈련을 하는 것처럼 아이디어 회의에 몰두해 수많은 대화를 나누며 소재를 찾았고 수십 차례 썼다 지웠다 반복한 끝에 완성도 있는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작품을 소개해달라 시청률의 여왕은 PPL이 들어간 쪽대본을 받아와야 하는 막내 PD 윤해주가 PPL을 넣기 싫어하는 작가계의 대모 금문혜 몰래 대본을 수정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따악 PPL 한 개만, 사직서를 내는 방법, 나한테 왜 이래요 등 3편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를 통해 드라마의 과도한 PPL을 두고 벌어지는 막내 PD와 작가 사이의 갈등, 그로 인해 벌어지는 반전재미를 보여주려고 했다. 지난해 인디애니페스트에서 랜선비행상을 받았고 애니메이션어워즈에서도 수상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다. 관객들이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걸 보고 매우 뿌듯했다.

수상 당시 기분은 어땠나?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관객의 입장으로 시상식에 참여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얼떨떨했다. 수상 소감을 말하고 내려오는데 하늘을 날 듯 기뻤다. 그런데 금세 조금 두려운 마음도 들더라. 다음 작품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감사한 마음과 걱정이 교차했던 순간이었다.


웹툰과 애니메이션의 장르별 특징은? 웹툰은 연재 주기가 있는 만큼 속도전처럼 빠르게 전개되는 장르인 것 같다. 또 독자들이 정독을 하던 속독을 하던 자신만의 속도로 정지된 그림을 감상할 수 있으며 피드백 역시 빠르다. 반면 애니메이션은 제작 속도나 반응이 상대적으로 느린 장르다.
움직이는 그림이 담은 정보나 연출방식이 다르고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시청률의 여왕을 만들 때 들었던 말이 초반부터 힘 빼지 말라는 것이었다. 작업을 서두르다 보면 금방 지친다는 뜻이다. 마라토너처럼 페이스를 조절해가며 지치지 않고 꾸준히 만들어가야 하는 게 바로 애니메이션이라서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한 것 같다.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는가? 올해는 여러 영화제에서 시청률의 여왕을 관객들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또 지원사업에 선정돼 현재 제작 중인 작품을 내년 1월쯤 공개할 계획이다. 유튜브에 올린 한 점의 감성이란 애니메이션을 시트콤 장르 시리즈로 만들고 있다. 일상의 음식에 담긴 가족 구성원들의 추억을 그린 작품이다. 아직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다기보다 시청자들이 식사를 하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 편하게 볼 수 있는 친숙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래서 또 다른 웹애니메이션 또는 TV시리즈를 만들 기회가 온다면 시트콤처럼 편하게 즐기는 장르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 자극적이고 수위가 높은 소재나 이야기로 단편을 만들어볼 생각도 있다. 가능하면 여러 장르의 작품을 제작하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내 생애에 다 할 수 있을까 싶다.(웃음)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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