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시리즈 애니메이션을 어찌하오리까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4-06-04 08: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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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만 13세 이상 7,055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과 TV 이용 특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126분 4초로 2019년에 비해 18분 늘어난 반면 TV 시청 시간은 하루평균 138분 1초로 24분 줄었다.

 

연령대별 시청 시간은 7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감소했다. 10대는 32.1분, 20대는 62.5분, 30대는 53.3분, 40대는 16.6분, 50대는 29.1분씩 줄었다.
 

스마트폰을 일상생활의 필수 매체로 선택한 응답자는 70.0%로 2019년 63.0%에서 7.0%p 증가했지만 TV를 선택한 응답자는 27.2%로 5.1%p 감소했다.
 

OTT 이용률은 2019년 52%에서 2023년 77%로 급증했다. 10∼20대의 이용률이 가장 높아 98%에 육박했으며, 최근 4년간 이용률 증가 폭은 50대가 가장 높았다.

 

연구원은 “TV 시청 시간 감소분은 스마트폰과 OTT 이용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돼 시간 점유율 관점에서 볼 때 TV의 위상은 앞으로 약세를 이어갈 전망” 이라며 “전 연령대에서 스마트폰을 통한 TV 프로그램 이외의 동영상 시청이 급증한 건 TV 위상 약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 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OTT로 눈 돌리는 제작사들 TV 시청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TV를 보더라도 정규 편성 프로그램을 시청하기보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강력한 파급력을 자랑했던 TV가 서서히 위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때문에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을 대하는 제작사들의 속내도 복잡하다.


TV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저출산으로 타깃 시청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거액을 들여가며 굳이 TV시리즈를 계속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웬만한 TV시리즈용 3D 애니메이션을 만들려면 편당 1억원 이상이 들어간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11분짜리편을 만든다고 하면 최소 26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든다.

 

다 만들었다면 영상 배급과 상품화 사업을 통해 들어간 제작비 만큼 벌어들여야 하지만, 회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소위 대박 난 작품 외에는 손해를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따라서 활로를 찾는 제작사들은 온라인이나 OTT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분량을 줄이고 제작비를 낮추는 대신 시청 타깃을 높이고 전파력이 강한 채널에 올라타려는 것이다.


일례로 투니모션은 최근 중국 3대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iQIYI), 유쿠(Youku), 텐센트비디오(Tencent Video)에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 마왕의 딸로 태어났습니다를 론칭했다. 이 작품은 70화 분량의 쇼트폼 애니메이션으로 국내 OTT와 IPTV 방영에 이어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투니모션은 “글로벌 시장에서 쇼트폼 애니메이션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며 “웹툰 기반 애니메이션 콘텐츠 확산에 앞장서겠다” 고 밝혔다.

 

 

 

 

 

긴 영상을 못보는데 퀄리티가 의미 있나?
요즘처럼 기술이 발전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형태, 방식, 주체가 바뀌고 있는 대전환 시대에 TV시리즈의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업계가 모두 공감하는 대목이다.


A사 대표는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이 열악한 건 예나 지금이나 같지만, 예전의 어려움과 지금의 어려움은 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도 유튜브나 틱톡에서 편집본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서 현재 OTT용으로 제작 중인 작품의 분량도 대폭 줄였다” 며 “긴 영상을 못보는데 퀄리티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고 했다.


B사 대표는 “매체나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그간 주도권을 쥔 방송사와 완구사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며 “애들이 줄고 잘 갖고 놀지도 않아서 완구도 이제 사양산업으로 접어든 시대에 수십억 들여 작품 하나 만들어서 상품을 팔아 수익을 낸다는 건 어불성설” 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시장은 접어두고 최소 동남아시아 시장을 노리거나 키덜트를 타깃으로 한 작품을 만들어야 그나마 승산이 있다” 고 덧붙였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2023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보고서, 한국콘텐츠진흥원>


해외에선 TV용 포맷 요구 여전
TV의 영향력은 줄고 있음에도 TV시리즈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해외시장에 나가려면 TV시리즈가 필요하고, 콘텐츠 스토리와 정체성을 보여주기에도 최적의 포맷이라는 것이다.


C사 대표는 “해외에서 TV에 연속으로 방영하기 좋은 포맷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며“어느 정도 분량이 돼야 계약금도 높게 받을 수 있는 게 현실” 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온라인용 쇼트폼 콘텐츠는 기대와 달리 수익이 잘 나지 않는다” 며 “극장판이나 회당 5분 정도의 단편물 같은 저예산 작품을 해외에 많이 파는 방향으로 나아갈 생각” 이라고 했다.


D사 관계자는 “콘텐츠 세계관과 스토리를 체계적이고 짜임새 있게 보여줘야 타깃층에게 IP의 정체성을 인식시킬 수 있으므로 TV시리즈의 가치는 여전하리라 본다” 고 전했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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