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에서도 더 나은 미래 위해 뚜벅뚜벅_이슈로 돌아보는 2020년 캐릭터· 애니메이션산업

/ 기사승인 : 2020-12-03 09: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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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휩쓸고 간 한 해였다. 소비자와 직접 호흡하면서 재미를 주고 공감을 얻으며 성장하는 캐릭터·애니메이션업계는 거리를 두고 접촉을 가로막은 현실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꽉 막힌 오프라인 대신 뻥 뚫린 온라인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모색한 캐릭터·애니메이션산업은 위기 속에서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걸음을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주요 이슈를 통해 올 한 해 다사다난했던 산업계를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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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전시회 축소·폐지, 온라인 북적

지난 2002년부터 매년 여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열리던 캐릭터라이선싱페어가 코로나19로 결국 취소됐다. 국내 최고의 라이선싱 행사이자 13만 명 이상의 참관객, 바이 어, 셀러들이 참여할 정도의 대규모 국제행사로, 메르스 (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전 국민이 불안에 떨었던 2015년에도 겨울로 늦춰 열렸지만 끝내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콘텐츠 판매, 투자유치 등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SPP(Seoul Promotion Plan)는 온라인 비즈니스 상담회 형태로 개최됐다. 특히 계약 성과를 높이기 위해 바이어와 셀러간 맞춤형 매칭이 가능한 SPP 비즈매칭 플랫폼을 기반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또 9월로 예정됐던 광주 ACE페어는 한 차례 연기된 끝에 코로나19 감염 발생이 다소 잠잠해진 11월에서야 가까스로 막을 올렸고, 매년 5월 찾아왔던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도 11월 ‘온라인 놀이터’ 를 주제로 유튜브와 네이버,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 됐다.

오프라인 기반 전시회들의 온라인 개최를 보는 업계의 시선은 다소 엇갈렸다. 오프라인 행사의 매력이 바이어와 셀러가 직접 만나 상대의 진의를 비교적 알기 쉽고 내실 있는 정보를 더욱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B2B 마케팅 차원에서 보면 온라인이 더 낫다는 시각도 있었다. 더 많은 바이어나 불특정 다수에게 자사 콘텐츠를 효과적 으로 알릴 수 있어 투자비용으로 따지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캐릭터·애니메이션업계

코로나19로 캐릭터·애니메이션업계는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서 투자와 거래, 홍보와 마케팅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오프라인 마켓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고 대면접촉 제한으로 상품 매장에는 인적이 끊겼다. 캐릭터·애니메이션업계는 투자를 받아 만든 IP를 널리 알려 얻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해외에 콘텐츠와 라이선싱 상품을 팔아야 비로소 투자비를 회수하면서 로열티 수익도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투자, 거래, 판매가 실종되면서 수입은 쪼그라들었고 건물 임대료나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그야말로 벼랑 끝으로 내몰 렸다.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콘텐츠 제작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선 인력들이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 지기 일쑤였고, 해외에 하청을 준 작업도 현지에서 중단되는 사태가 잇따르면서 프로젝트 마감을 앞둔 제작사는 발만 동동 굴려야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업계를 위축시키는 것은 이 같은 사태가 언제 끝날 지 모른다는 것이다. 다행히 백신 개발이 빨라 지고 있어 코로나19 감염이 종식될 날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악화된 경영 상태를 정상화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어서 업계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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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 유정주 회장 국회 입성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 유정주 회장이 범여권 비례연합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서 시민사회 분야 추천을 받아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더불어시민당은 총선 이후 더불 어민주당과 합당함에 따라 유 의원의 소속도 더불어민주당 으로 바뀌었다. 업계에서는 내부 사정에 밝은 유 전 회장이 정계에 진출함에 따라 그간 불공정하고 불합리했던 업계의 관행이 개선되고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의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 의원은 당선 직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창작자들의 처우와 그들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제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법률 제정안을 발의할 예정” 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배정된 유 의원은 지난 7 월 문화예술계에서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계약을 강요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취하면 주무 부처 장관이 직접 조치를 내리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문화산업진흥기본법 개정 안과 애니메이션산업진흥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했다.

한편, 지난 1989년 제작된 국산 애니메이션 머털도사의 제작자 유성웅 감독의 딸인 유 의원은 2008년 애니메이션 기획·제작사 꽃다지를 설립해 2012년 신 머털도사를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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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진흥법 시행

지난 6월부터 시행된 애니메이션 진흥에 관한 법률은 우리 나라 애니메이션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애니메이션만을 별도로 다룬 법이어서 그간 미약했던 지원 근거가 더욱 명확해졌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산업 진흥을 위한 기본 방향, 전문인력 양성 등의 내용을 담아 애니메이션산업 진흥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애니메이션 제작사나 관련 단체 등에 자금 및 융자를 지원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애니메이 션산업 관련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연구기관(기업 부설 연구기관 포함) 등을 양성기관으로 지정하고 교육 및훈련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애니메이션진흥법은 애니메이션산업 진흥에 관한 주요 사항을 자문하기 위해 문체부 장관 소속으로 애니메 이션진흥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했다. 엔팝 강문주 대표가 초대 위원장을 맡은 애진위에는 대학교수 등 업계 전문가 16명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자문기구 성격의 애진위가 독립적인 공공기관이 되고 진흥기금도 마련돼야 애니메이션산업 지원을 위한 정책과 지원이 보다 강력하게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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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장에 등장할 뻔했던 펭수

결국 무산됐지만 EBS의 인기 캐릭터 펭수가 국회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은 캐릭터산업계에 큰 자취를 남길 뻔했던 ‘사건’ 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캐릭터 저작권의 정당한 지급, 합당한 대우 여부, 근무환경 점검 등을 이유로 펭수 캐릭터 연기자를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신청했고 국회 과학기술정 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이를 의결했다.

하지만 펭수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BS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기 때문. 국감 증인이나 참고인은 정당한 사유로 미리 불출석 사유서를 내면 출석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 사유서에는 “펭수 캐릭터 사업 종사자들이 정당한 대우와 보상을 받고 있다” 며 “향후 국내외 경쟁력 확보를 위해 펭수 캐릭터가 지닌 세계관의 일관성과 신비 감이 지켜져야 하는 점을 널리 이해해달라” 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펭수의 국감 참고인 채택은 화제성에 치우쳤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저작권, 연기자 및 산업 종사자, 콘텐츠 제작 환경 등 캐릭터산업에 대한 여러 면면을 조명함으로써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회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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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출판기업 미래엔, 완구기업 영실업 인수

교육출판기업 미래엔이 완구 전문기업 영실업을 인수하면서 교육과 유아동 콘텐츠를 결합한 비즈니스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미래엔그룹은 지난 8월 홍콩계 사모펀드(PEF) 퍼시픽얼 라이언스그룹(PAG)과 영실업의 지분 100%를 인수하기 위한 주식매매 계약 체결 작업을 마무리했다. 미래엔은 교육과 완구업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자 미국의 완구 제조사 해즈브로의 한국·일본 총괄지사장을 지낸 심정훈 대표이사를 영실업의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했다.

지난 1980년 출판사 계몽사의 자회사로 출발한 영실업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계몽사의 부도로 여러 번 주인이 바뀌었고, 2015년 글로벌 사모펀드 기업 PAG에 인수됐 다. 부침을 겪던 영실업은 2008년부터 성공가도를 내달렸 다. 변신자동차 또봇 등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해 맞춤형 캐릭터 상품을 사전에 기획 제작하는 전략으로 매출을 끌어올렸고, 팽이 장난감 ‘베이 블레이드’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2017년 매출액 1,563억 원을 찍으며 장난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국내 최초의 교과서 발행 기업으로 유명한 미래엔은 초· 중·고교 참고서, 유아동·성인 단행본 출판, 인쇄 등 다양한 사업 영역을 보유한 교육출판 전문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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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키즈 콘텐츠 수익 반토막

새해 벽두부터 애니메이션 업계에 비보가 전해졌다. 구글이 아동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위해 어린이가 시청하는 유튜브 영상(키즈 콘텐츠)에 개인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유튜브는 이에 더해 광고뿐 아니라 어린이용 콘텐츠에 댓글 쓰기를 금지하는 추가 조치를 내놨다. 이전 에는 어린이가 출연하는 영상에만 댓글 쓰기를 제한했는데그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결국 일반 광고와 함께 어린이 콘텐츠의 양대 수입원인 개인 맞춤형 광고가 금지되고 댓글 차단으로 시청자들의 체류시간도 줄면서 콘텐츠 제작사의 수입은 반토막 났다. 수익 기반이 흔들리면서 각 제작사에서는 유튜브 콘텐츠 관련 조직을 축소시키거나 인력을 내보내는 사례가 속출했 다. 때문에 뉴미디어 콘텐츠 소비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수익은 제자리를 맴도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신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동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 제작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업계에서는 콘텐츠 생산 여력이 줄어 애니메이션산업 자체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콘텐츠를 활용하는 구글만 수익을 가져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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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캐릭터협회 출범

캐릭터산업계 여성들의 협력과 공동이익을 추구하고 비즈 니스 기회를 넓혀가기 위한 단체인 사단법인 한국여성캐릭 터협회가 출범했다.

안세희 아에이오우디자인 대표가 초대 회장을 맡은 이 단체에는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제작사와 제조 및 유통사 관계자, 에이전시, 작가 등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40 여 명의 회원이 참여했으며 출범 소식이 알려진 이후 회원 가입도 늘고 있다. 협회는 산업계 여성들의 협력과 상생을 도모하고 전문 여성인력의 발굴 및 양성, 활발한 창업, 문화교류 활동을 통한 비즈니스 기반 조성 등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협회는 국내외 캐릭터 관련 전시회를 통해 여성인력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여성기업을 발굴해 상호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회원사간 친목도모와 정보교류 기회를 확대해 신사업을 발굴하는 비즈니스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협회는 정책분과, 사업분과, 교육분과, 대외협력분과로 나눠 회원들의 역량 강화에 나선다. 정책분과는 유익한 정책을 발굴해 회원들에게 알리고, 사업분과는 비즈니스 업무를 담당한다. 교육분과는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및 정보 인프라 구축, 대외협력분과는 각국의 동향과 정보를 제공해 회원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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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애니메이션을 지켜라”…둘리 챌린지 열풍

올 상반기 SNS에서 화제가 된 둘리 챌린지는 공정거래위 원회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사들이 매년 전체 방송 시간의 0.3~1% 이상을 국산 신규 애니메이션으로 의무 편성토록 한 제도를 손보겠다고 한 것에 대한 반발이 었다.

둘리 챌린지는 최유진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사무국장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최 국장은 사람들이 친근하면서도 손쉽게 참여해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당시 SNS에서 유행하던 세일러문 챌린지에 착안해 애니 메이션 관련 단체에 둘리 챌린지를 시도해볼 것을 제안했 다. 최 국장은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모아 방식이나 시기를 놓고 논의 중이었는데, 의도치 않게 내부용 문서가 SNS에 공개되면서 일반인들의 참여가 먼저 시작돼 둘리 챌린지가 퍼지기 시작했다” 고 말했다. 이어 “일반인들은 방송총량제에 대해 잘 몰랐을 텐데, 국산 애니메이션이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과 논리가 쉽게 잘 전달된 것 같아 기쁘 다” 고 덧붙였다.

이름은 둘리 챌린지였지만 실제 SNS에서 가장 많이 그려진 캐릭터는 바로 고길동이었다. 이에 대해 둘리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어느새 고길동이란 캐릭터에 공감하는 어른이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0.12월호

출처 :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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