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텐츠를 활용한 라이선시 시장이 캐릭터나 애니메이션 등을 기반으로 한 상품을 중심으로 형성된 가운데 만화 콘텐츠를 활용한 상품화 사업은 출판물에 머무르며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만화를 원소스로 한 다양한 라이선시 사업을 장려하고자 만화작가들의 작품과 캐릭터를 소개하는 인터뷰를 연재 한다. 인터뷰 코너가 창작자에게는 다양한 수익원 창출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콘텐츠 에이전시와 제조사에게는 마케팅을 위한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 번째 인터뷰이(interviewee)는 지난 2004년 포털사이트 다음에 ‘눈사람 아이스크림’ 이란 제목의 웹툰을 연재하며 1세대 웹툰 작가로 활동한 신명환 작가다.
만화 콘텐츠를 상품화한 사례가 많지 않다
만화가들이 창작에 집중하다 보니 사업 분야에 익숙하지 않다. 캐릭터만 귀여우면 여러 회사에서 연락이 오는 줄 알고 있는 분들도 있다.(웃음) 아무래도 주로 출판 쪽에서 만화를 기반으로한 비즈니스가 이뤄지다보니 출판사들이 에이전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보면 자본이 없고 사업 수완도 부족해 라이선싱 사업을 진척시키기 못하는 것 같다. 사실 캐릭터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만화가들이 많다. 아기공룡 둘리나 안녕 자두야 등 성공한 케이스가 있지 않나. 만화가들 캐릭터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 하던 차에 마침 인터뷰 제의를 받았다.
대표작품은 무엇인가?
1993년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작품은 2004년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첫선을 보인 ‘눈사람 아이스크림’ 이다. 옴니버스식 단편 웹툰인데 눈사람과 쥐들이 같이 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풋풋한 감성의 작품이다. 당시 다음이 처음으로 웹툰 코너를 만들었는데, 만화 플랫폼이 출판에서 웹으로 넘어가던 시기 였다. 그때 웹툰 원고료가 1회당 10만 원 정도 했다. 돈벌이가 적으니 일러스트 디자인과 학습만화 작업을 병행했다. 이후 설치미술도 하게 되면서 2010년 당당토끼를 만들게 됐다.
당당토끼의 탄생 비화가 궁금하다
당당토끼는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서 금메달을 못 딴 선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얼굴을 못 드는 것을 TV로 보고 ‘왜 저렇게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일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최선이고 1등만 주목받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 1등 외의 사람들은 저렇게 당당하지 말란 법이 있나, 정당하게 경쟁하고 똑같이 노력했다면 당당한 꼴찌도 어깨를 펴야 한다’고 믿었다. 노력도 안 하고 정당하지도 않았는데 인정해달라고 하는 뻔뻔함과는 다른 것이다. 또 남들과 비교하는 사회에서 점점 우울함에 빠지는 현대인들에게 자존감을 갖고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작품을 간략히 소개한다면?
당당토끼는 E.V.A(EhyleneVvinyl Acetate copolymer, 에틸렌초산비닐 공중합체)를 이용한 설치미술 작품이다. 이미 국내 갤러리, 미술관 등에서 일러스트, 일상 카툰을 통해 인지도와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초등학교 3 · 4학년용 미술교과서에도 실렸다. 지금은 경기도 성남문화재단 큐브갤러리에서 2020동시대미감전의 명랑미술관전에 참여하고 있다.
이 소재를 선택한 이유라도 있나?
소재가 스펀지보다 탄탄 하고 매끈한 느낌인데 아이들 놀이방 매트로 쓰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 완충재가 주는 푹신하고 따뜻한 느낌이 좋았다. 사람들은 물건을 사면 상품에만 관심을 쏟을 뿐, 포장재에는 무관심하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처럼 말이다. 때문에 버려지는 소재와 다른 동물보다 힘이 없고 덩치도 작은 토끼를 결합시킨 것이 당당토끼다. 원래 숲속에서 1등인 호랑이 같은 동물로 하면 안 맞지 않나. 그래서 토끼들이 모두 당당하게 ‘에헴’ 하며 헛기침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거다.
예전에 만든 제품들이 있나?
E.V.A는 내가 구현하려고 하는 ‘당당토끼가 사는 사회’ 를 위한 첫 번째 재료다. 집 짓는 과정으로 설명하면 벽돌 같은 재료들을 구축하는 단계다. 당당토끼는 여러 물건이나 형상으로 변형이 가능하다.
예전에 상징적으로 브로치와 조명 등을 샘플로 제작했다.
권위나 신분을 과시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양복 옷깃에 배지들을 차는 걸 보고 우리도 스스로에게 당당한 자존감 있는 삶을 위한 상징으로 당당토끼 브로치를 달고 다니길 바라는 마음에 만들었다.
독자들에게 한 마디
당당토끼는 도시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조와 복제를 통해 우리 삶의 곳곳에 설치돼 새로운 공간을 형성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지금은 그 과정에 있고 당당토끼의 꿈과 생각들을 보여주는 회화, 카툰, 사진, 가구, 패션, 책, 디자인, 공공조형물 등의 작업을 진행하거나 설계하고 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란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0.6월호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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