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방송총량제 실시 이후 하청 제작 위주의 산업구조가 창작 기획 중심으로 발전했고 제작사들도 부가사업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총량제는 국산 애니메이션의 적극적인 방송 편성을 유도해 뽀로로, 라바, 로보카폴리와 같은 성공 사례를 이끌었다. TV는 국산 애니메이션의 가장 중요한 유통경로다. 때문에 총량 제가 폐지되거나 축소되면 국산 애니메이션산업의 존립 기반이 위협받는다.”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남진규 회장은 “애니메이션 방송총량제의 목적은 규제가 아닌 자국의 문화적 정체성 보호에 있다”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더욱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애니메이션 방송총량제 폐지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예전부터 물밑에서 총량제를 폐지 또는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불편해했고 종합편성채널 쪽에서도 얘기가 나온 것으로 추측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이번에 현실화된 것이다. 애니메이션 방송총량제는 2005 년부터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의 진흥을 목적으로 방송법 시행령 및 편성고시 개정을 통해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이 만들어진 취지는 말 그대로 애니메이션산업의 진흥을 위해서다. 불필요한 규제라면 당연히 검토해볼 수 있겠지만 법의 취지와 전후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저 규제개혁 이란 일률적 잣대로만 접근해 총량제를 폐지하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협회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사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이전부터 총량제 규제가 필요한지를 놓고 논의 해왔는데 업계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논의 과정에서 애니메이션산업계 사람이 거의 없었다. 때문에 업계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기지 않은 편향된 논의 결과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던 중 공정위에서 방통위를 통해 총량제 폐지와 관련한 업계의 의견을 취합해보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이에 총량제가 법제화된 이유와 의의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 특히 업계 현실과 총량제 존치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고자 공정위 또는 방통 위와의 간담회를 제안했지만 “지금 꼭 만날 필요는 없다” 는 답변만 들었다. 또 유관 협회와의 성명서 발표와 함께 신문에 광고도 내면서 총량제 폐지의 부당성을 적극 알리고 있다. SNS 등 온라인에서는 총량제 폐지에 반대하고 국산 애니메이션을 지키자는 의미로 국산 애니메이션의 대표 캐릭터 둘리를 내세워 둘리 챌린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현재로선 방통위가 유관기관에 업계 입장을 담은 검토 의견을 보냈고 총량제 폐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언론에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상황이어서 일단 폐지 논의가 백지화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향후 상황에 대해선 낙관할수 없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에 하나 총량제 폐지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단체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
애니메이션 방송총량제의 의미는?
우선 법제화된 취지를 살펴야 한다. 애니메이션은 곧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으로서의 콘텐츠이자 문화이므로 발전시켜나가자는 의미다. 애니메이션 방송총량제가 법제화되기 전까지는 일본산이 주를 이뤘다. 국산 애니메이션은 편성조차 하지 않았다. 때문에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일본 문화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다. 예를 들어 짱구는 못말려를 보면 기모노, 다다미방등 일본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지 않은가. 어린이들의 문화 향유 측면에서 보면 애니메이션의 내용과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일본 애니메이션만 보고 자란 어린이들이 향후 우리나라보다 일본에 대해 더 친숙한 감정을 갖게 될 것이란 우려는 너무나 자연스럽지 않은가. 즉, 어린이들이 접하는 애니메이션이 갖는 문화적 정체성을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는 뜻이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보자면 애니메이션은 국적을 불문하고 모두가 선호하며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따라서 제2의 한류 붐을 이어가며 문화적 파급력을 높이려면 더욱 법적으로 보호해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총량제를 폐지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방송사 역시 수요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산 애니메이션이 없어 진다면 더 비싼 돈을 주고 수입해 방영해야 하는 상황으로 까지 내몰릴 수 있다.
방송사들이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를 어떻게 보는가?
TV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편당 최소 1∼2억 정도가 들어가는데 방송사로부터 받는 방영권료는 제작비의 10%도 안 되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방송법 때문에 근근이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콘텐츠의 1차 유통시장이 방송이다. 방송으로 콘텐츠의 존재를 알리고 인지도를 높여야 다음 단계의 부가사업을 진행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사가 적자 누적을 이유로 갑의 위치 에서 총량제 폐지를 운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적자 누적의 원인은 다른 데 있지 않은가.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내부구조나 방만한 경영을 축소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 보다는 1년에 몇 억 들이지도 않는 분야를 떼어내 적자를 줄여보겠다는 논리는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다.
애니메이션진흥법이 시행됐다
애니메이션진흥위원회 구성과 기금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 영화발전기금처럼 기금 마련의 당위성과 기대 논리를 만들어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할 때 애니메이션 방송총량제를 법제화했고 애니메이션진흥법도 이끌어냈다. 업계에서도 성공 사례를 자주 보여줘야 한다. 국가가 지원해야 할 근거와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제작 기술의 발전이 콘텐츠의 질을 결정한다. 우리나라 제작사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기술의 역량은 이미 수준급이다. 미국의 디즈니가 득세하는 상황에서 뽀로로와 라바, 슈퍼윙스 등 세계적인 콘텐츠가 나왔다. 우리의 아이디어가 세계의 매장에 깔리고 뉴미디어로 유통되면 얼마나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일인가. 실제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서 효자 프로그램은 애니메이션 이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영유아 쪽에 한정된 애니메이션 시장을 더욱 확대해나갈 필요도 있다고 본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일관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하나의 이슈를 갖고 부처간 이견이 나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현 정부가 애니메이션을 키우겠다고 법을 제정했는데 한쪽에선 규제로 몰아가는 건 이율배반적이다. 애니메이션산업은 캐릭터산업과 게임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영화에 필수적인 컴퓨터그래픽도 애니메이션 소스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문화산업의 근간인 콘텐츠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만큼 세계로 뻗어나갈 준비가 돼 있고 경험도 많은 애니메이션산업을 더욱 키워나가야 하며 이를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0.7월호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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