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영 감독은 2009년 데뷔작 <고래>를 시작으로 지난해 발표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독립 애니메이션을 작업하는 백미영이다. 프랑스 EMCA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했고 <고래>로 데뷔한 후 , <너무 소중했던, 당신>, <바람> 등 독립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다. 일러스트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데 10월에 첫 그림책 <잠 못 드는 너에게>를 출간했다. 계원예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다.
최근작인
우리는 많은 관계를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많은 관계가 끝나곤 한다. 처음에는 산뜻하게 시작했던 관계가 아주 하찮은 이유로 끝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늘 새로운 관계는 다시 시작되고 반복된다. 관계에 대해 생각하다가 만든 것이
애니메이션을 배우기 위해 프랑스에서 유학을 했다. 타지 생활을 하다 보니 그 나라의 언어를 모국어처럼 능숙하게 하지 못해서 생기는 여러 일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작품을 만들다 보니,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영상으로 내 이야기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작품에서 아예 언어라는 규격화된 커뮤니케이션을 빼버리자. 텍스트도, 대사도 없이 이미지로만 가자. 그렇게 생각한 이후 지금까지 이미지로만 작품을 표현하고 있다. 가끔은 대사를 적절하게만 쓰면 작품을 좀 더 함축적으로 만들 수 있을 텐데 너무 고집스러운가 싶기도 하다.
표현 대사가 없는 만큼 음향이 큰 역할을 차지할 것이다. 주로 어떻게 작업하는지?
대부분은 영상을 만든 후 음악 작업을 하는 분들에게 어떤 느낌의 음악을 원하는지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반대로 음악이 영감이 돼서 음악에 맞춰 작업한 경우도 있다. <달, 어디있니?>가 그런 사례다. 영상에 음악을 넣는 작업도 2차 창작에 해당되는 만큼, 창작자의 마음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거친다. 예를 들어
2009년 데뷔 후 지금까지 쉬지 않고 작품을 발표해왔다. 쉽지 않은 일인데 비결은 무엇인가?
이제 10년 차인데, 사실 질보다 양을 우선시하는 감독이 아닌가 싶어서 조금 찔린다.(웃음) 작품의 완성도에 대해 자신과의 타협점을 찾지 못해 끝내 완성하지 못하는 감독들도 많다. 그런데 내 경우는 타협점을 잘 찾는 편이다. 나는 진행중인 작업을 끝내고, 바로 다음 작품으로 들어가 계속 작업을 해나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이번엔 이 정도면 됐어, 모자란 건 다음에 하면 되지, 하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 역시 다른 감독의 작품을 보다 보면 한 장면 한 장면 오래 고뇌하고 더 몰두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결국은 성격인 것 같다.
지금까지 만들어온 작품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이 있다면?
데뷔작인 <고래>다. 프랑스 유학 시절 작업한 작품인데, 당시는 핸드드로잉으로 작업했다. 손 가는 대로 만든 이야기다. 그저 순수하게 작업하는 것 자체가 너무 좋고 재미있어서 신나게 만들었다. 완성작을 사람들에게 보여줬을 때는 솔직히 부끄러웠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내 작품이 괜찮나 봐, 나쁘지 않나 봐’라고 여기게 됐고, 계속 작업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됐다. 그렇게 상영을 하고 상까지 받아서 더욱 용기를 내게 해준 작품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래> 이후에는 나의 즐거움을 추구하기보다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며 작업하게 됐다. 그래서 천둥벌거숭이같이 아무것도 모른 채로 즐겁게만 만들었던 <고래>가 지금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핸드드로잉에서 디지털 작업으로 작업 방식이 바뀌었다
<고래>와 <늪;꽃을 사랑한 어느 새 이야기> 그리고 <너무 소중했던, 당신>까지는 핸드드로잉 작업을 했다. 마지막 핸드드로잉 작품인 <너무 소중했던, 당신>은 분량이 20분 가까이 되기 때문에 약 3년 정도가 소요됐다. 당시 작화지를 2만 장 넘게 썼고, 프랑스에서 작업한 작화지를 한국으로 가져오는 것도 매우 힘들었다. 그 뒤로는 모두 디지털로 작업하고 있다. 처음에는 디지털 작업이 낯설고 힘들었다. 첫 디지털 작품인 <바람>은 그래서 섬세한 그림을 포기하고 도형 느낌이 강한 나비와 꽃을 등장시켰다. 점차 적응해가는 과정이었다. 지금은 디지털 작업이 편하다. 무엇보다 작업할 때 장소에 구애받지 않게 돼서 좋다. 컴퓨터 하나만 가지고 가면 되니까. 그래도 여전히 핸드드로잉 느낌이 나는 텍스쳐를 많이 활용하는 편이고, 특유의 느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지난 10월 출간한 첫 그림책 <잠 못 드는 너에게>를 소개해 달라
<잠 못 드는 너에게>는 한밤중 눈을 떠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가 환상의 세계를 모험하고 돌아오는 이야기다. 독립 애니메이션 <달, 어디있니?>를 토대로 만든 책으로 출판사와 미팅을 하면서 흐름을 새롭게 잡아 수정도 많이 했고, 대사도 집어넣었다. 사실 독립 애니메이션은 예술이나 회화 같은 느낌이 강해서인지 대중에게 다가가는 면은 조금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독립 애니메이션을 좀더 대중적으로 발전시킬 만한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곤 했는데, 영상이 주를 이루는 장르인 만큼 그림책으로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 수많은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다. 일과 취미가 애니메이션으로 점철돼 있는 내게는 그림책 작업이 오랜만의 새로운 경험이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싶다.
계원예대에서 겸임교수직을 맡고 있는데,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지?
독립 애니메이션은 진입장벽이 있고, 이 일을 선택했을 때 윤택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적극 추천할 만한 일이 못 된다는 것이 조금 미안하다. 그럼에도 조언을 한다면, 한국의 독립 애니메이션은 외국 감독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 절대 수준이 낮지 않다. 해외에서의 가능성도 크니 보다 넓은 세계를 보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외국의 경우 프로덕션을 끼거나 팀 단위로 하는 등 큰 규모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작업할 수 있다면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다. 그러기 위해 언어를 공부하고, 온라인을 통해 더 넓은 시장으로 나갈 준비했으면 좋겠다. 우선은 나부터 해외로 진출해 선례를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가?
내게 독립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것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건 아주 단순하다. 다음 작품에는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 왜냐하면

백미영 감독
ㆍ<고래> 2009
ㆍ<늪;꽃을 사랑한 어느 새 이야기> 2011
ㆍ<너무 소중했던, 당신> 2013
ㆍ<바람>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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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달, 어디있니?>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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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19.11월호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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