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와 애니메이션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말하는 진정한 이야기꾼 _ 독립영화관 48 _ 최민호 감독

정주희 기자 / 기사승인 : 2021-12-20 08: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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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만화가이자 애니메이터인 최민호는 1993년〈눈 내리는 날>로 데뷔했으며 20여 년 동안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넘나들며 많은 수작을 발표했다. <아버지> <엄마> <텃밭> <페어> 등의 작품은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애니메이션〈만선〉은 멜버른 국제영화제 등 수많은 영화제와 페스티벌에서 초청작으로 상영된 바 있다. 이후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담은 애니메이션 <늙은 개>를 선보인 최민호 감독을 만나 작품들 속에 담긴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한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 계기는? 1993년도 소년중앙에 눈 내리는 날을 발표하며 만화가로 데뷔했고 현재는 만화가 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활동 중인 최민호라고 한다. 삼 형제 중 막내로 형제들이 다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두 형들은 미대로 진학해 미술을 전공한 반면 , 워낙 만화를 좋아하던 나는 막연히 만화가를 꿈꾸던 중 만화가 시대라는 잡지를 접하게 됐다. 그 잡지를 통해 만화 역시 하나의 예술이자 의미 있는 표현매체가 될 수 있단 것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 후 여러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만화가로서의 가능성과 자신감을 얻었다. 그렇게 만화를 10년간 그려오다 좀 더 체계적인 공부를 하고 싶어 영상만화과에 입학했는데 , 학과 커리큘럼상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 해서 만선 이란 첫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그 작업을 통해 점점 애니메이션만의 매력에 빠지게 됐고 그 후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병행하며 작업하고 있다.


만화가로서 느꼈던 애니메이션만의 매력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차이는 ‘ 움직임 ’ 이다. 칸 만화 같은 경우 정지된 컷의 연결이다. 칸과 칸 사이의 빈자리를 연결하는 것부터 독자의 상상을 요구하는 매체다. 애니메이션은 그에 비하면 관객에게 주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다.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구성된다. 캐릭터 디자인 , 소리 , 움직임 , 대사 , 대사의 타이밍 , 내레이션 등 제작자가 전달하고 싶어 하는 의도를 여러 요소를 통해 좀 더 정확하게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고 창작자로서 새로운 문이 열린 것 같았다.

감독님의 작품 <늙은 개>는 어떤 이야기인가? 키우던 개가 나이가 들어 점점 기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가족들은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그들은 정든 집을 떠나기 싫어하는 늙은 개를 데리고 이사를 가게 된다. 얼마 되지 않아 늙은 개는 집을 나와 벗어나 옛집에서 유기견으로 살아가게 된다. 초라한 늙은 개의 모습을 보면서도 가족들은 쉽게 외면했고 , 불편했던 마음은 어느새 익숙해져간다. 비 오는 날 둘째 형이 본 늙은 개는 죽어가고 있었고 , 회피도 외면도 하기 힘든 상황에서 형제들은 마지 못해 늙은 개를 돌보게 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늙은 개는 사랑으로 나를 키우고 희생하신 어머니를 상징한다. 그런 어머니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어리석고 후회로 가득 찬 시간들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을 담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늙은 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부모님을 떠나보낼 때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 생각하지만 나이 든 부모님과의 이별이 마냥 아름다울 수만은 없다. 늙고 병든 부모님의 모든 순간이 두렵고 당황스럽고 병에 대한 이해 없이 마음만으로 감당하기엔 벅찬 순간들이 분명 있다. 그렇기에 ‘ 우리 부모님은? ’ , ‘ 나는 이런 순간이 온다면 어떤 준비가 되어 있나? ’ 한 번쯤은 생각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만화책 <텃밭>에 대한 소개도 부탁한다 자신의 일에는 프로지만 농사일에는 어리숙하기만 했던 주인공이 한의사 할아버지 , 멧돼지로 가장한 정체불명의 도 선생 , 참견하기 좋아하는 할머니 등 다정한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점차 어엿한 농사꾼으로 성장해간다. 봄 , 여름 , 가을 , 겨울 텃밭에서 가꾼 채소로 나눔을 실천하고 친환경 텃밭에 대한 노하우도 익힌다. 우리 농작물과 외래종에 대한 상식도 키워나간다. 텃밭을 가꾸면서 주인공은 흙의 소중함 ,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생명의 위대함을 몸소 체득하고 , 성찰과 반성의 시간도 갖게 된다는 내용이다.

 

  

 

<텃밭>을 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학교 졸업 후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미술감독으로 일했다. 나름 큰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일하다 보니 어느 순간 현실에 안주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스스로의 발전이 없었다. 회사에 익숙해진다는게 창작자로서는 무서운 것이란 걸 느꼈다. 그래서 회사를 나와 다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그때 그린 게 텃밭이다.

우연히 신혼생활을 시작한 아파트 주변에 있던 넓은 텃밭에 채소를 가꾸게 되었고 , 서울 생활만하던 내가 지난 30년간 느껴보지 못했던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면서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그 경험들을 책을 통해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책에서도 얘기했듯이 이 작은 땅이 우리들에게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하는지 함께 느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만화다.


<텃밭>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읽는 내내 힐링되는 느낌이라는 평과 함께 마치 잔잔한 드라마 한 편을 본 느낌이라고 하신 분도 계셨다. 의외로 해외에서 반응이 더 좋았고 , 프랑스에선 방송국 출연과 함께 여러 지역에서 사인회를 진행해 해외 팬들과 만남도 가질 수 있었다.

 

한국의 독립 애니메이션 시장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인디애니페스트나 SICAF 등을 보면 별처럼 빛나는 신인들이 많이 나오는데 개성 있고 톡톡 튀는 그들을 볼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계속 꿈을 이어나갔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뛰어난 실력을 지닌 젊은 인재들의 작품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어버리고 마는 현실에 좌절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독립 애니메이션을 상영할 수 있는 스크린과 매체들이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또한 애니메이션 영화제도 지금보다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프랑스 같은 경우 도시마다 만화 축제가 있고 크고 작은 영화제들도 많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이처럼 지역 문화제가 활성화되어 애니메이션을 같이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장이 많았으면 싶다.


향후 계획은? 재일 조선인의 이야기를 그린 봄이 오는 길이라는 장편 애니메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본의 아니게 일본으로 건너가 전쟁이 끝난 후 돌아오고 싶었지만 돌아올 수 없었던 조선인들의 3세와 4세들이 겪어야만 했던 차별과 정체성의 혼란 등을 그려낼 예정이다. 또한 앞으로도 계속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선 건강하게 오래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몸 관리도 열심히 할 예정이다.

 

 

 

아이러브캐릭터 / 정주희 기자 ma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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