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콘텐츠 NFT 발행 활기
그림, 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에 블록체인 기술로 고유의 데이터를 부여하고 원본으로 지정해 거래할 수 있는 NFT는 가상공간에서 소유권을 증명하는 디지털 자산으로 활용된다.
특히 가치로 환산하지 못했던 무형의 자산에 희소성을 부여해 사고팔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NFT가 20∼30대에서 새로운 재테크 수단이자 소비 행태로 떠오르면서 디지털 아트를 다루는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게임 , 스포츠 , 패션 , 유통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다 지난해 뽀로로 캐릭터가 NFT로 등장하면서 애니메이션업계에도 NFT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이코닉스는 지난해 9월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 더샌드박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단 한 개의 뽀로로 캐릭터 NFT를 발행해 세계 최대 NFT 경매 사이트 오픈씨(OpenSea)에서 판매했다.
아이코닉스는 이를 계기로 자동차 , 기차 등 뽀로로 IP를 활용한 여러 NFT를 추가로 발행하는 한편 RPG게임도 선보일 계획이다.
더핑크퐁컴퍼니도 지난해 12월 NFT 마켓플레이스 메이커스플레이스와 손잡고 핑크퐁 아기상어 NFT 작품 시리즈 베이비샤크 컬렉션: 넘버원을 판매했다. 이 NFT는 홀로그램 테마의 다채로운 색상 , 콜라주 기법 , 대칭 패턴 디자인을 활용한 상어가족 캐릭터와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담긴 음원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이들이 NFT를 발행한 목적은 이용자들에게 무형의 콘텐츠를 자산의 형태로 소유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가상공간에서의 팬덤을 활용해 새로운 유형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창출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가기 위해서다.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경우 캐릭터 , 영상 , 음원 , 초기 작화 또는 원화 등의 디지털 아트를 활용해 마니아층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많아 다채로운 NFT를 발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최근 중견 제작사 2∼3곳이 NFT를 선보이기 위해 가상자산 플랫폼들과 활발한 논의를 진행하는 등 올해부터 메타버스 사업 진출을 노리는 애니메이션업계의 NFT 발행 시도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스토리텔링이 갖는 가치와 팬덤이 중요
NFT는 캐릭터·애니메이션업계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NFT의 발행과 거래에 따른 저작권료를 챙길 수 있을뿐더러 NFT를 매개로 한 투자 유치도 가능해 그간 라이선싱 사업에 국한된 비즈니스 모델을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NFT 업계의 한 관계자는 “ 예를 들면 26부작 시리즈 제안서를 NFT로 발행해 제작비를 모아 방영 후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한 투자유치 모델도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다 ” 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NFT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NFT 업계에서는 가상세계의 이용자들이 콘텐츠 자체보다 콘텐츠가 지닌 가치에 주목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기의 대결이라 불렸던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딥 마인드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네 번째 대국을 담은 NFT가 경매에서 Doohan_Capital이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이용자에게 2억 5,000여만 원에 낙찰된 것은 이용자들의 시선이 어디에 있고 소비의 가치를 어디에 두는지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일컬어진다.
이 NFT는 네 번째 대국 당시 바둑판 위에 흑돌과 백돌이 차례대로 놓이는 모습과 신의 한수로 평가받는 백 78수가 표시된 기보를 배경으로 촬영한 이세돌 기사의 사진과 서명이 담긴 동영상 파일이다.
하지만 이 NFT의 진정한 가치는 이 대국이 알파고가 인간을 상대로 둔 74차례의 공식 대국 가운데 인간이 승리를 거둔 처음이자 마지막 대국으로 , 인공지능을 상대로 거둔 인간의 위대한 승리를 상징한다는 점에 있다.
박기양 헤이리예술인마을 국제예술교류위원장은 “ 일단 NFT에 담을 콘텐츠가 흥미로워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스토리텔링이 갖는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 ” 며 “ 긍정의 효과를 주는 스토리텔링을 갖춘 NFT가 이용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을 수 있다 ” 고 강조했다.
또한 비록 인지도나 화제성이 낮은 콘텐츠라도 마케팅 전략만 잘 짠다면 이른바 ‘ 역주행 ’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새로운 팬덤과 시장이 열릴 수 있는 곳이 바로 가상세계이므로 단순히 기존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한 디지털 콘텐츠보다 상징성이 크거나 흥미를 유발하는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NFT일수록 경쟁력이 높다.
박 위원장은 “ 라이선싱 사업의 무대가 가상공간으로 이동한 것과 비슷한 만큼 콘텐츠 원작사와 플랫폼이 함께 NFT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며 “ 제작사들은 기술력을 갖춘 플랫폼을 선별해 누구를 타깃으로 어떤 목적으로 NFT를 발행하는가에 대한 기획을 치밀하게 구성해야 NFT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 고 말했다.
콘텐츠를 향한 팬덤 문화가 현실세계에서 가상세계로 옮겨졌을 뿐이며 NFT는 원작이 증명된 콘텐츠를 소유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NFT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는 팬덤의 유무로 귀결 된다는 얘기다.
최근 실증 사례를 통해 주목받는 NFT 작품과 좋은 작품 고르는 방법 등을 서술한 책 를 쓴 김일동 팝아트 작가는 “ 희소성과 유일성이 NFT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이용자들이 그만의 NFT를 수집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 며 “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처럼 NFT를 중심으로 콘텐츠 정보를 공유하고 이용자들과 원작자가 상호 소통하는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팬덤이 매우 중요하다 ” 고 말했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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