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병행수입 판매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 SIMMONS 및 K-SWISS 판례
SIMMONS 사건
병행수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고시 제4조에서는 원칙적으로는 병행수입을 허용하면서도 제2항에서는 진정상품이 아니고 위조상품인 경우 상표권 침해를 이유로 독점수입권자가 그 판매를 중지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사양이나 품질이 다른 상품인데도 허위의 출처표시를 하는 등 일반 소비자에게 독점수입권자가 취급하는 상품과 동일한 것이라고 오인될 우려가 있는 경우 상표권침해를 이유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시몬스(Simmons)의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 시몬스사 제품을 직접 인터넷 사이트에서 팔거나 구매 대행을 해온 K사를 상대로 낸 상표권침해금지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이 K사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시몬스침대 측의 손을 들어준 사례다.
대법원은 “국내에 등록된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가 부착된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을 수입하는 행위가 그 등록상표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외국의 상표권자 내지 정당한 사용권자가 그 수입된 상품에 상표를 부착하거나 그 외국 상표권자와 우리나라의 등록상표권자가 법적 또는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어야 하며, 혹은 그 밖의 사정에 의해 위와 같은 수입상품에 부착된 상표가 우리나라의 등록상표와 동일한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수입된 상품과 우리나라의 상표권자가 등록상표를 부착한 상품 사이에 품질에 있어 실질적인 차이가 없는 경우에도 등록상표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대법원은 진정상품 병행수입이 허용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사안에 대해선 미국 시몬스침대와 한국의 시몬스침대가 법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동일한 주체로 볼 수 없다고 보고 진정상품 병행수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사안에서 1심 재판부는“원고 시몬스침대는 미국 시몬스사와 기술 제휴를 통해 동일 수준의 품질을 생산하고 있다고 광고해온 점 등에 비춰 원고와 미국 시몬스사 사이에 자본적 결합 관계는 없지만 상표권 지역 분할에 관한 합의 및 상표권 전용사용계약·기술제휴를 통한 법률적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원고와 피고 판매 제품간 품질 차이가 없다”며 진정상품 병행수입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진정상품 병행수입이 아닌 동일 상표에 대해 국내외 상표권자가 다른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결국 대법원에서는 “네덜란드의 S사가 시몬스아시아리미티드로부터 미국 시몬스사 상표권에 대해 재실시권을 설정 받은 관계에 있었다 해도 이는 미국 시몬스사로부터 실시권을 설정받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며 한국의 시몬스침대는 미국 시몬스사와 법률적·경제적으로 동일한 주체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특히 “원고가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10여 개의 특허 등을 등록받은 점을 고려하면 원고 제품을 시몬스사 제품과 동일한 출처로 표시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려운 만큼 K사의 판매행위는 진정상품 병행수입에 해당하지 않는 상표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K-SWISS 사건
대법원은 주식회사 화승이 케이스위스(K-SWISS) 상표에 대한 국내 전용사용권을 갖고 디자인팀에서 직접 디자인해 상표권자인 케이스위스인크 미국 본사와 협의를 거쳐 최종 제품을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케이스위스 제품을 병행수입한 수입업자에게 화승이 병행수입업자가 자신의 상표 전용사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아래와 같이 판시했다.
“화승은 케이스위스인크와 별도로 자체 디자인팀에서 이 사건 상표가 표시될 상품에 대한 디자인을 만든 뒤 우성산업으로 하여금 이 사건 상표를 표시한 상품을 제작해 판매하면서 그 제품에 대한 선전·광고를 하는 등 그 자신을 상품의 출처로 삼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상표의 상표권자인 케이스위스인크와 국내 전용사용권자인 화승 사이에 어떠한 법적·경제적인 관계가 있다거나 그 밖의 다른 사정에 의해 피고인이 수입한 이 사건 슬리퍼의 출처가 국내의 전용사용권자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사안에서 화승이 제작해 판매하는 케이스위스 제품은 미국 케이스위스인크가 생산한 제품과 동일한 제품이 아니고, 화승은 제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해 국내에서 광고를 통해 독점적으로 제품을 유통하고 있으며, 케이스위스 상표에 대한 국내 전용사용권을 갖고 있기도 하다.
만약 국내에서 화승이 이런 방식으로 제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생산해 유통하지 않고 단순히 미국 본사의 제품을 한국으로 들여와 판매하고 있었다면 케이스위스 제품에 대한 병행수입이 허용되는 것은 당연하다.
상표제도의 목적은 상표와 상품과의 관계를 유지케 함으로써 상표의 오인 내지 상품의 혼동으로 인해 발생할 부정경쟁을 방지하고, 그 혼동으로 피해를 입는 상표권자의 영업상의 신용을 보전함과 동시에 그 상품의 거래자와 수요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 상표는 특정한 영업 주체의 상품을 표시하거나 나타내주는 것으로 그 출처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해 그 상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기능을 한다.
이처럼 상표의 주요 기능이 출처 표시와 품질보증 기능이기 때문에 화승의 사안에서 병행수입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병행수입돼 판매되는 제품이 국내에서 광고 등을 통해 케이스위스 제품을 독점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화승의 제품과 동일 제품일 것이라고 착각해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 제품 출처에 대한 혼동을 할 가능성이 높고, 병행수입된 제품의 품질이 한국에서 화승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의 품질과 다를 수 있어 이는 한국에서 상표 전용사용권을 갖고 있는 화승의 전용사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POLO 사건
일경물산 주식회사에서 미국 더 폴로 로렌 컴퍼니로부터 국내 전용사용권을 설정받아 등록하고 제품을 직접 제조해 많은 비용을 들여 광고·선전을 하면서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행수입업자가 국내로 폴로 제품을 병행수입해 판매한 사안에서도 법원은 병행수입을 불허했다.
1997년 10월 10일 선고된 대법원 96도2191 판결에서 대법원은 “국내 전용사용권자로서 등록을 마친 후 폴로 상표가 부착된 의류를 국내에서 제조·판매하면서 많은 비용을 들여 그 제품에 대한 선전·광고 등의 활동을 해왔고, 국외에서 판매되는 같은 상표가 부착된 의류 중에는 미국 외에 인건비가 낮은 제3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제조해 판매하는 상품도 적지 않으며 일경물산과 폴로 로렌사와의 사이에는 이 사건 국내 전용사용권 설정에 따른 계약관계 이외에 달리 동일인이라거나 같은 계열사라는 등의 특별한 관계는 없음을 알 수 있는 바, 사실관계가 이러하다면 국외에서 제조·판매하는 상품과 국내 전용사용권자가 제조·판매하는 상품 사이에 품질상 아무런 차이가 없다거나 그 제조·판매의 출처가 동일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또한 국외 상표권자와 국내 전용사용권자가 공동의 지배통제 관계에서 상표권을 남용해 부당하게 독점적인 이익을 꾀할 우려도 적다고 할 것이므로, 이른바 진정상품의 병행수입이라고 하더라도 국내 전용사용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리
병행수입해 판매하는 제품이 위조상품이 아닌 정품, 즉 진정상품(genuine product)인 경우 원칙적으로는 병행수입이 허용된다. 다만 국내에 이미 해외 본사와는 다른 상표권자가 존재하거나 해외 본사가 국내에 상표권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국내에 다른 전용사용권자가 존재하고 그 전용사용권자가 해외 본사의 제품을 그대로 수입해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직접 생산·판매하고 있다면 해당 브랜드 제품에 대한 병행수입은 허용되지 않는다.
병행수입 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일정한 수준의 광고행위에 대해서도 허용되므로, 매장 내부 간판, 포장지, 쇼핑백, 선정 광고물에 병행수입업자가 상표를 사용하는 것은 상표법 침해가 되지 않아 허용된다. 대신 광고행위를 통해 소비자가 해당 병행수입업자가 원상표권자 또는 그 전용사용권자인 것으로 착오를 일으킬 수 있는 형태로 광고를 하는 행위, 즉 사무소나 영업소의 외부간판 및 명함에 버버리 상표를 사용하는 건 상표법 침해는 되지 않지만 영업표지로 사용한다면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돼 허용되지 않는다.
김종면
·특허법인 아이엠 파트너 변리사
·주식회사 위고페어 대표(AI 기반 온라인 위조상품 모니터링 플랫폼 WEGOFAIR 운영사)
·이메일: kjm4good@gmail.com
아이러브캐릭터 / 김종면 master@ilovecharacter.com
[저작권자ⓒ 아이러브캐릭터.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