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수다] 캐릭터학과는 왜 없을까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5-11-04 08: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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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만화·웹툰학과, 애니메이션학과는 있는데 캐릭터학과는 왜 없을까. 일러스트 페어 현장은 발 디딜 틈이 없고 이모티콘 시장은 불야성이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IP 비즈니스의 핵심은 캐릭터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캐릭터를 배우고 싶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월간 <아이러브캐릭터>가 김효용 한국캐릭터학회장과 이지은 용인 예술과학대 토이캐릭터디자인과 교수, 조상연 플랜카즈 대표, 황소현 투즈디자인스튜디오 대표와 함께 캐릭터 관련 교육의 현실과 필요성, 대안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아이러브캐릭터 캐릭터에 관한 전문 인재를 키우는 학과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어떤가?

 

 

김효용 사실 학계에 캐릭터학이라고 정립된 게 없다. 시각 디자인,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관련 학과에서 부분적으로 캐릭터를 가르치는 정도의 개념으로 학제나 교육 커리큘럼이 돼 있을 거다. 캐릭터 디자인이나 캐릭터 커뮤니케이션같이 융합된 전공이 많지 않을까. 학과 이름에 연연하기보다 캐릭터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가르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이지은 예전에 캐릭터만 배우는 학과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요즘은 캐릭터 디자인을 배워 다양한 분야로 활용하는 걸 가르치는 학과가 많다. 캐릭터의 쓰임새가 많아지면서 분야별로 특성화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편이다. 제가 가르치고 있는 아트토이 디자인 같은 게 그런 예다. 캐릭터만 가르치는 곳은 아마 해외에서도 찾기 어려울 거다.


아이러브캐릭터 디자인에만 국한돼 있는 것 아닌가? 배워야 할 게 더 많을 텐데?


김효용 캐릭터가 이제는 디자인을 넘어 기술, IP 비즈니스와도 연결되는 시대다. 그래서 캐릭터 디자인이란 단일 전공으로 학과를 개설하긴 어려우니 소규모 학점 이수 과정(마이크로 디그리) 같은 연계 전공이나 심화 전공 학제를 운영한다.

 

 

황소현 디자인 외에도 캐릭터에 관한 교육 과정은 분명 필요하다. 요즘은 비전공자도 캐릭터 작가로 많이 활동하는데 유튜브나 성공한 기성 작가의 클래스에 많이 의존한다. 캐릭터 작가가 되려면 그림 그리는 건 기본이고, 사업에 관해 올라운더가 돼야 하는데 이런 걸 배울 곳이 없어서 현장의 니즈가 강하다.

 

 

조상연 기업에서는 캐릭터 디자인 외에 다른 것도 잘하는 사람을 찾는다. 학교가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좋지만 현장에서는 다양하게 할 줄 아는 인재를 원한다. 별도의 학과 개설까지 실현되지 않더라도 현재 교육 과정의 커리큘럼과 카테고리가 좀 더 짜임새 있고 다양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소현 동감한다. 비즈니스 현장에 나오면 할 줄 아는 게 많아야 한다. 실전에 필요하고 써먹을 수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학과가 신설된다면 이런 걸 중심으로 가르쳤으면 좋겠다.


이지은 학교의 가장 큰 이슈는 학생들의 입학이다. 우리 학교가 수도권에 있지만 학생 수가 줄어 학과 정원도 줄었다. 그러다 보니 졸업생 취업률이 낮으면 학과가 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학과를 따로 만들기보다는 듣고 싶은 다른 과 교수님의 수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트랙제 운영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같은 권역의 학교로 범위를 넓히면 더욱 좋을 거다.

 

김효용 대학들이 강의, 학위, 교육 과정, 시설 등을 공유하는 공유 대학 라이즈 사업이 그런 건데, 캐릭터는 사실 AI 같은 요즘의 이슈나 트렌드와는 조금 거리가 멀어서 관심이 적다. 산·학·연이 똘똘 뭉쳐 정책을 제안하고 산업을 활성화할 방안을 찾지 않으면 계속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아이러브캐릭터 학생 입장에서는 디자인 말고도 알고 싶은 게 많은데 공부할 곳이 없다는 게 현실이다.

 

김효용 단일 전공으로 기초 이론부터 IP 비즈니스까지 2년 또는 4년간 쭉 가르치면 가장 좋겠지만 교육 환경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캐릭터를 여기저기에 쓸 수 있으니 융복합학과를 만들어도 기존의 학제와 부딪히는 게 많다. 그러니 캐릭터에 관한 기존 수업에 심화 과정을 별도로 운영하는 방안이 적절해 보인다.


조상연 캐릭터가 디자인의 한 카테고리지만 그 아래로도 너무 세분화돼 있고 또 천차만별이다. 표본이 있는 게 아니어서 캐릭터학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이지은 산업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그래서 학생들이 얼마나 취업을 잘할지가 학교가 주목하는 점이자 가장 중요한 지표다. 캐릭터 디자이너로 회사에 들어갈 수도 있으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이런 직군은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아서 취업률에 반영되지 않는다. 예전에 학생들이 웹툰 작가 한다고 하면 교수들이 말렸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웹툰 스튜디오가 생기고 취업이 되면서 웹툰과가 확 늘었다.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취업에 성공해서 정량적인 지표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당분간은 어렵지 않을까.


아이러브캐릭터 애니메이션, 게임, 웹툰 기업에서 캐릭터 디자이너에 대한 수요가 있다. 마케터도 부족해 구인난이 심하다.

 

조상연 기업에서 신입을 잘 뽑지 않는다. 신입이 할 수 있는 건 AI가 대체하고 있다. 그래서 어느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면 캐릭터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게 아니라 외주를 주거나 공모전을 여는 게 더 효율적이다. 사실 발굴하고 육성할 여력이 없다. 똘똘한 친구 한 명이 훨씬 낫다. 그러니 아주 큰 회사가 아니고서는 신입보다 경력을 찾는다. 디자인도 하고 마케팅도 하는 친구.

 

 

이지은 학교는 졸업생을 취업시켜야 하는데 회사는 경력을 뽑는다. 그래서 이를 연결하는 중간 과정이 있어야 한다. 학교는 실무를 가르치고, 회사는 좀 더 일머리가 있는 친구를 뽑을 수 있도록 하는 거다. 그게 현장 실습과 인턴 과정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회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양질의 인력이 온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말이다.

 

김효용 산업계와 학계가 같이 힘을 합쳐도 사실 한계는 분명히 있다. 애니메이션 쪽을 보면 정부가 지원하는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꽤 있다. 그런 것만 활용해도 기업은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에 비하면 캐릭터 쪽은 비빌 언덕이 없다. 캐릭터 산업에 관한 중장기 발전 계획을 마련해 이런 걸 모두 담아내야 한다.


아이러브캐릭터
대학에서의 교육 과정이 미흡하니 학원 같은 곳에서 따로 배우는 사람도 많다고 하더라.


황소현 최근에 캐릭터허브에서 매뉴얼 가이드북 작성에 관한 강연을 들었다. 어떻게 만들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만드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현재 활동 중인 작가 중에 정말 쓸 만한 매뉴얼 북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을 거다. 강연을 듣고 나서 내가 어떤 점이 부족했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여러 멘토를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작업이나 사업 실무에 필요한 정보를 쌓았다.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조상연 캐릭터학과가 존재해야 한다, 아니다를 떠나 학교에서 이들이 현장에 금방 적응할 수 있도록 실무에 관한 어느 정도의 커리큘럼을 꼭 갖춰야 한다.

 

이지은 취업률을 올리려고 신진 작가전 같은 전시를 열어 예술인으로 등록하려 해도 벽이 너무 높다. 취업률이 낮으면 학교도 곤혹스럽다. 입시생들이 “여기 졸업하면 어디로 취업해요?”라고 물으면 딱 떨어진 답을 줄 수 없으니까. 결국 입시와 취업을 연계하려면 제도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관련 협회나 산업계에서 목소리를 내서 정책 마련을 이끌어야 한다.

 

아이러브캐릭터 청강문화산업대는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하다. 이렇듯 캐릭터도 특성화 교육이 이뤄진다면 수요가 생기지 않을까?


이지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은 혼자 만들 수 없다. 팀 작업이 필수다. 이곳저곳과 협업도 해야 한다. 반면 웹툰이나 만화, 캐릭터는 1인 작업이 대부분이다. 웹툰 붐이 일어서 대학마다 웹툰과가 생긴 지 이제 3∼4년 돼가는데 취업률을 어떻게 산출할지 봐야 한다. 그게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 앞서 말했든 학교는 어쨌든 학생들의 취업이 가장 중요하니까. 요즘 아이들은 자기 할 일만 딱 끝내고 마는 그런 업종이나 근무 시간이 좀 유연한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아니면 자기가 CEO를 하든가. 그러니 혼자 다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런 1인 작업자들의 결과물을 거래하는 플랫폼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조상연 캐릭터로 뭔가를 해보고 싶은 꿈을 가졌다면 일단 갈 수 있는 학과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제 막 사업을 준비하는 작가도 많고 활동 중인 작가도 많은데 이들을 재교육하고 인큐베이팅하는 과정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김효용 기안84나 조석 작가 같은 웹툰 작가들이 뜨니까 웹툰과가 많이 생겼다. 캐릭터 쪽에도 잘나가는 작가가 많이 생겨야 이게 돈이 되는구나, 먹고 살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가 생기고 확신이 들면 대학의 생각도 달라질 것이다. 인기 유튜버나 SNS 인플루언서처럼 캐릭터 분야에서도 셀럽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런 성공 사례가 계속 만들어지고 보여줘야 생각이 달라지고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면 정부도 당연히 눈을 돌릴 거다. 그러면 정부 지원이 더 원활해질 수 있다. 캐릭터 디자인부터 사업화까지 프로세스 전반을 다룰 수 있는 교육 과정은 필요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꼭 캐릭터학과라고 이름 붙여 그 안에 모두 다 넣어야 하는가 라는 점에 대해선 의문이다. 지금은 시각디자인, 애니메이션, 게임 이런 쪽에서 캐릭터에 접근하고 있는데 산업이 커지면 학과 설립에 관한 논의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전망이 밝다면 너도나도 다 만들고 싶을 거다.


조상연 일본은 70∼80대 할아버지가 지하철에서 만화책을 보는 나라다. 그만큼 캐릭터를 보는 시각과 시장이 우리와는 완전히 다르다. 일본처럼 내수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작가가 많아지고 유명해진다면 캐릭터학과가 생기고 취업률도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을 테다. 지금은 해외 캐릭터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니 국산 캐릭터, 국내 작가들의 성장이 더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장이 지금보다 더 커져야 이런 논의가 더 활발해지지 않을까.


아이러브캐릭터 캐릭터 그리는 작가는 많아졌는데 그걸로 돈을 벌려면 뭐가 필요하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전문가로 키우는 교육 과정의 부재가 아쉬웠다. 여러분의 말씀을 들어보니 캐릭터학과가 등장하기까지에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교육 현장의 현실에 공감한다. 앞으로 캐릭터 심화 전공이나 트랙제 같은 대안책이 활성화되길 기대해 본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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