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을 잃고 안주하거나 철들면 안돼요 _ 애니메이션 속 그 목소리 _ 성우 안장혁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1-11-05 08: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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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인터뷰 내내 농담과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박력 있고 남성미 넘치는 우렁찬 목소리가 이 구역의 미친놈은 나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듯하다. 넉살 좋은 하이 텐션(high-tension)의 소유자 성우 안장혁이 마구 뿜어내는 유쾌한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감염될 정도로 매우 강력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도 입가의 미소는 가시지 않았다.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1993년 MBC 11기 공채로 성우가 됐다. 벌써 30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도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많이 안정됐지만 가만히 있지 못하는 타입이다. 복싱과 운동을 좋아하고 바이크 라이딩도 즐긴다. 에너지가 넘쳐서 가만히 있으면 아프다.(웃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한다. 지금은 술과 담배를 끊었지만 회식이나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선호한다.


성우라는 직업을 택한 계기가 있나? 고교생 시절 한 편의 연극을 보고 무대란 것에 반해버렸다. 정말 매력적이었고 저런 무대에 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연극배우가 됐다. 난 연극이 무척 좋았지만 부모님은 불안정하고 비전도 없어 보이니 안정적인 직업을 구하길 원했다. 그래서 부모님께 믿음을 줘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 소리가 남다르니 성우 한 번 해볼 생각 없느냐 ” 는 한 동료배우의 제안을 받고 이듬해 시험을 치러 합격했다. 성우가 된 후에도 연극에 대한 미련은 여전해 곧바로 연극무대로 뛰어나갈 줄 알았는데 마이크란 무대는 또 달랐다. 캐릭터가 한정되지 않고 많은 역할을 창조할 수 있으면서 연극과 똑같은 감정선을 갖고 있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지금도 가끔 연극 무대에 서곤 하지만 성우 스케줄이 빠듯해 자주 하지는 못한다. 어느 시점이 되면 연극에 다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있다.

 

 

대표작들을 소개해달라 최근 작품으로 소개하자면 실사영화 어벤져스의 토르 ,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해군대장 아오키지 , 드래곤 길들이기의 스토이크 , 쿵푸팬더의 타이렁 , 게임 오버워치의 둠피스트 등이 있다. 작품이 너무 많아서 대표작을 추리긴 정말 어렵다.(웃음) 아오키지는 느긋하고 마음의 여유가 느껴지는 친구이고 , 스토이크는 듬직하고 인자하며 푸근한 마음을 가진 바이킹 족장이다. 또 둠피스트는 주먹을 잘 쓰고 과격하다. 새내기 변호사가 살인사건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역전재판에서는 냉정하고 시크하면서도 젠틀한 검사역을 하기도 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어떤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나? 미소년이나 아름다운 청년 , 예쁜 역할 , 선한 역할은 빼고 다 어울리는 것 같다.(웃음) 상남자 , 4차원 성격의 캐릭터 , 유쾌한 역할 , 악당 두목부터 졸개까지 모두 소화한다.
선하고 예쁜 캐릭터보다는 선이 굵은 남성 위주의 역할을 맡다 보니 팬층이 다소 얕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웃음)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나? 아쉬움이 큰 역할이 하나 있다. 바로 쿵푸팬더의 악당 표범 타이렁이다. 어렸을 때부터 재능을 보인 타이렁은 자신을 키운 사부들이 하늘에서 떨어진 포를 용의 전사라고 인정하자 이를 참지 못해 성격이 포악해지고 지하 감옥에 갇혀 결국 포에게 제거된다. 속편에서 마음이 바뀌어서 다른 모습으로 등장할 줄 알았는데 감감무소식이었다. 지금까지 맡은 수많은 역할 중에 결말이 가장 안 좋은 캐릭터라서 그런지 마음이 짠하다.
그래서 원피스 루피 , 도라에몽 , 포켓몬스터처럼 장수하는 메인 캐릭터를 맡고 싶은 욕심이 있다.(웃음)

 

성우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는다면? 철들지말자란 생각을 갖고 있다. 제멋대로 행동하란 얘기가 아니다. 호기심을 잃지 않고 안주하지 않으며 늘 생기 있고 활력 넘치게 생활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는 의미다. 또한 실력도 중요하지만 타인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열린 자세로 두루두루 섞일 수 있어야 스스로의 자질과 실력은 물론 작품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내 목소리가 우렁차지 않나. 어느 날 대학원 건물 1층에 있던 엘리베이터 앞에서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7층 강의실에 있던 동기들이 내 목소리가 들렸다고 하더라. 지하철에서는 전화를 받지 못한다. 목소리가 큰 탓에 주변 사람들이 내 통화에 집중하기 때문이다.(웃음) 기가 세거나 목소리가 큰 캐릭터를 연기할 땐 내 마이크만 따로 빼서 주기도 한다.(웃음)
목청이 커서 평소에 목소리를 맘 놓고 내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아쉽다. 문득 생각났는데 성우가 막 되고 나서 삼국지라는 게임에 등장하는 8만 명의 군사의 목소리를 녹음한 적이 있다. 당시 군사들이 전쟁하듯 소리를 마구 질렀더니 일주일가량 스케줄을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목이 쉬어버렸다. 마이크를 잘 활용하지 못했던 탓이다. 그 일 이후부터 가수들처럼 복식호흡과 배 힘 강화를 위해 나름 훈련했다.
그래서 후천적으로 성량이 더욱 커진 것 같다.(웃음)


안장혁에게 성우란? 여행이자 놀이터라고 말하고 싶다. 녹음할 때면 늘 새로운 것 , 낯섦을 경험하러 가는 기분이 든다. 다양한 장난감을 갖고 노는 즐거운 기분이랄까. 새로운 캐릭터가 들어오면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차오르고 끝이 없고 끝도 알 수 없다는 묘한 기분이 들곤 한다. 이런 기분을 느끼니 매일매일이 새롭다. 어떻게 내게 이런 기회를 줬을까 고마울 따름이다. 연기를 좋아하게 된 것도 시대나 공간을 뛰어넘고 여러 인간군상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우도 마찬가지다. 하루에도 몇몇의 캐릭터를 연기하니 늘 새롭다. 그게 매력이다. 늘 설레고 새로운 마음이다. 그래서 늙을 수가 없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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