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이 어떤가?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 기쁘고 뿌듯하다.
우리나라 캐릭터가 해외 패션디자인 제품에 적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더라. JW 앤더슨이 지금까지 스누피, 피터 래빗,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여러 작품과 협업한 사례가 많던데,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보지 못해 잘은 모르겠지만 동양적인 외모의 하니에 매력을 느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니가 해외에서 널리 알려져 우리나라의 만화,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특별한 요구사항은 없었나? 처음 JW 앤더슨 측에서 보내온 하니 그림들이 아주 옛날 것인 데다 원작과 많이 달라서 액세서리의 위치나 색감, 배경 등을 수정하고 상품 재질에 입히기 수월하도록 디지털 작업으로 이미지를 다시 만들어 보내줬다. 머리카락 색은 동양인이니 검은색과 짙은 갈색만 쓰게 하는 등 하니의 기본 디자인은 유지하되 옷의 색깔이나 소품들은 자유롭게 바꿀 수 있게 했다.
영국에 가볼 생각인가? 사인회나 작품 발표회 등을 요청하면 어떡하나 싶어 내심 미리 준비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는데 아직 초청한다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웃음) 미국을 오갈 정도로 비행기는 잘 타니 초청해준다면 안 갈 이유가 없다.(웃음) 헛된 꿈일 수도 있지만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계획인가? 현재 유튜브에 하니 플레이툰을 연재하고 있으며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에 이모티콘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요즘 친구들은 하니보다 경쟁자였던 나애리를 선호하던데 나애리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있고 홍두깨, 고은애 등 원작에 등장한 캐릭터들을 활용해 뭔가 해볼 생각도 있다. 사실 드라마나 영화 제작, NFT 발행, 인형 제작 등 여러 제의도 받곤 하는데 하니 캐릭터나 원작만 훼손하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좋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하니가 새롭게 조명받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마음 편히 자유롭게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삶의 소소한 가치나 주변의 아름다운 얘기를 발굴해 블로그가 됐든 SNS가 됐든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꾸준히 올릴 계획이다. 시장 등지를 돌아다니며 감동적이고 재미있고 유쾌한 이야기를 취재해 글과 그림으로 엮어 각박한 세상에서 공감하고 소장하고픈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
후배들에게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면? 웹툰이 각광받고 있지만 반짝 뜨고 나면 남는 건 판권을 가진 플랫폼과 배우밖에 없다. 때문에 작가가 캐릭터 중심의 서사와 저작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하니가 지금도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원동력이면서 작가의 생명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또 하나 작화의 기본기를 충실히 다져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한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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