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제 확산되나?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2-03-03 08: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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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코로나19로 보편적인 근무 형태인 나인투식스(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체제에 변화가 일고 있는 가운데 애니메이션업계에서도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곳이 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 중심으로 삶과 일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제작사들은 자율적이면서도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다양한 유연근무 방식을 속속 도입하는 모양새다.

“ 시간 자유롭지만 체감 업무량 많아 ”
업계에 따르면 제작사들은 소정 근로시간을 준수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미루거나 앞당기는 시차출퇴근제를 비롯해 어떤 날에 늦게까지 일하는 대신 다른 날 일찍 퇴근하는 탄력근무제 , 각자 상황에 따라 근무시간과 형태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 장소 제약 없이 일하는 원격근무제 또는 재택근무제 , 일정한 시간대에 고유 업무에 몰두하는 집중근무시간제를 여건에 따라 선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근무제는 자체 제작이나 외주작업을 소화할 수 있는 일정 규모를 갖춘 제작사들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해외자본이 유입된 일부 애니메이션 전문 케이블 채널에서도 재택근무를 실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부서원의 일부만 출근하거나 일주일 중 일정 기간만 출근하고 나머지는 원격근무로 대체하는 형태로 시행 중인 재택근무제에 대한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A사 관계자는 “ 재택근무의 장점은 출퇴근이 자유롭고 자신의 컨디션에 맞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 ” 이라고 했다.
B사 관계자는 “ 처음 시행될 때는 근태관리가 엄격해 잠깐 자리를 비우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제는 재택근무제가 유연하고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 고 말했다.
C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 출근하지 않아 일이 느슨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선택적이고 집중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오히려 체감하는 업무량은 더 많다 ” 고 전했다.
부서별 재량에 따라 유연근무를 탄력적으로 실시하는 곳도 있지만 업무의 성격이나 프로젝트 진행 , 인력 부족으로 사무실 출근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D사 관계자는 “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제작 파트여서 일괄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 고 했다.
E사 관계자는 “ 사측에서는 팀 재량껏 유연근무를 실시하라는 입장이지만 부서 인원이나 업무량 , 프로젝트의 론칭시기 등에 따라 출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 ” 이라고 말했다.
F사 대표는 “ 제작부서의 경우 일반 부서와 달리 다루는 그래픽 데이터의 용량이 크고 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반이 있어야 실질적인 유연근무가 가능하다 ” 고 설명했다.

 

기술력 보완되면 원격근무 확산할 수도
코로나19의 장기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재택근무 같은 유연근무 방식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코로나19 이후 일자리와 근무방식의 변화를 다룬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근무방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20년 기업의 약 50%가 재택근무를 운영했고 한국경제연구원의 단체교섭 현황 및 노동현안 조사에서는 2021년 주요 대기업의 약 70% 내외가 재택근무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고서는 이 같은 텔레워크(Tele Work) 근무방식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비대면 상황에서 근로자의 고용안정성과 기업의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도 어느정도 유지되거나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주로 컴퓨터를 기반으로 작업이 이뤄지며 외주제작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에도 온라인 소통과 원격근무 형태에 익숙했기 때문에 제작과 관련한 기술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애니메이션업계에서도 유연근무 방식이 빠르게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B사의 한 제작진은 “ 영상 편집 등은 데이터가 크기 때문에 스튜디오에서 진행해야 하지만 후반작업 중 비교적 가벼운 업무들은 외부에서도 진행할 수 있다 ” 며 “ 현재 운영 중인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원격으로 자료를 공유하는 방식이 좀 더 보완되고 개선된다면 제작 분야의 원격근무도 가능해질 것 ” 이라고 말했다.
F사 대표는 “ 정보 유출을 막고 보다 빠른 데이터 전송 관련 기술력을 갖춘다면 전사적인 원격근무도 그리 먼 얘기는 아니다 ” 며 “ 시스템 구축을 통한 전면적인 재택근무제 실시는 경영자 입장에서 볼 때 시간 , 사무공간 운영 비용은 물론 기회비용도 아낄 수 있어 분명 메리트가 있다 ” 고 강조했다.
한편 재택근무제를 계기로 그간 구축해온 제작 체계 전반을 바꾸고 조직을 슬림화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G사 대표는 “ 애니메이션 제작이 이미 전문화 , 분업화돼 있는 만큼 제작팀을 내부에 두지 않고 외부와 협업하는 방식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볼 계획 ” 이라며 “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 온라인 활성화에 맞춰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보다 내실을 기하는 차원에서 제작 중심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프로듀싱 , 기획 , R&D에 집중해나갈 것 ” 이라고 전했다. 

<사진 출처: Pexels>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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