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사의 직원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자본, 제작, 유통을 수직 계열 화해 독과점한 대기업에 밀려 영세한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영화 제작은 프로젝트 작업이 어서 많은 사람을 상시 고용할 필요가 없다. 일정기간 동안 바짝 집중해 만들므로 프로젝트가 있을 때 마다 팀을 구성하면 된다. 영화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협업해 만든다. 제작사는 작가, 감독, 촬영 스태프, 홍보 마케팅 등 분야별 전문가와 함께 작품을 완성한다.
분야별 협업·분업화해 콘텐츠 생산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인력을 조정해 배치하고 전문가가 필요하면 외부에서 끌어 쓰니 전문성은 유지하면서 비용은 아끼고 자원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영화 제작 분업화의 원조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이다. 스튜디오 시스템은 1920∼50년대 미국 할리우드에서 나타난 영화 제작·유통 형태를 말한다. 제작에서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틀어쥐고 영상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이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의 특징은 작업 구조의 분업화와 프로듀서가 주도하는 제작 과정으로 요약된다.
프로듀서 중심으로 각본, 감독, 편집자 등 각자 할 일이 뚜렷하게 나눠져 있어 공정별 전문성과 작업 효율이 높다.
이러한 제작 방식은 영화를 넘어 드라마 시장에서도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드라마 스튜디오는 투자, 콘텐츠 기획, 유통을 맡고 창작·제작은 외부에 맡긴다. 자체 조달한 자금과 기획력, 역량있는PD, 작가, 감독과 직접 또는 다른 제작사와 협력해 콘텐츠를 만든다.
메이저 기획사 아래 레이블 같은 형태로 외부 제작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K-팝 아이돌 그룹을 발굴, 육성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흥행작을 만들어 투자자와 시청자에게 인정받은 스튜디오는 더 많은 자금을 끌어 모아 더욱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이러한 사례가 반복되면 탄탄한 자본력을 토대로 만든 고품질 작품을 해외에 유통해 수익을 올리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자본력 취약·전문 인력 부재
벼랑에 내몰린 애니메이션계에서도 영화계처럼 몸집을 줄이고 프리 프로덕션에 집중해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인식이 넓어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보인다.
산업이 발전하려면 자본력, 분업화, 전문화가 필수지만 애니메이션 산업은 이러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여전히 낙후돼 있다.
영화, 드라마 시장과 달리 애니메이션 투자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정부 지원이나 펀드가 아니면 자금 조달이 어려운게 현실이다.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자를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한 중견 제작사 대표는 “돈을 얼마 넣었더니 얼마의 수익이 나더라는 기본적인 계산이 서지않으니 투자를 꺼리는 것” 이라며 “투자 수익에 대한 확실한 데이터를 제시해야 그들을 설득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들어오고 금융자본이 유입되면서 영화 시장이 산업화될 수 있었다” 며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들어오게 하려면 그들을 유인할 성공 모델을 보여주는 게 급선무” 라고했다.
품질 유지를 위해 제작 인력을 내부에 두고 콘텐츠를 만드는 인하우스(In-House) 방식을 고수하는 자세도 분업화와 협업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콘텐츠 퀄리티를 위해 프리·메인· 포스트 프로덕션을 다 하겠다고 한다면 수익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만 커져 빚만 늘어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분야별 전문가 그룹의 부재도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 구축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대다수가 투자, 콘텐츠 기획, 제작, 유통, IP 사업을 진행하지만 사실 대표자, 감독 또는 소수의 실무인력이 이 모두를 전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인재풀이 적다는 방증이다.
A 제작사 대표는 “애니메이션 제작이 활성화되려면 시스템은 둘째 치고 일단 자본이 뒷받침돼야 한다” 며 “전문 인력이 많아야 분업화도 이뤄질 수 있는데 시나리든 연출이든 프로듀서든 사업이든 전문가라고 할 사람이 현장에 그리 많지 않다는 게 문제” 라고 꼬집었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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