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제작 현장 구인난 심화 왜?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2-06-02 08: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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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A제작사의 한 임원은 최근 이직을 위해 사직서를 제출한 직원을 붙잡을 수 없어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는 “애니메이션이 신한류를 이끌 핵심 콘텐츠라고 말하지만 정작 선배로서 이렇다 할 성공모델을 제시하지 못한 탓에 현장을 떠나는 후배들을 붙잡을 명분이 없었다” 며 한숨을 내쉬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를 졸업한 인력들이 시장에 넘쳐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사람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왜 그럴까.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작사들이 기획, PD, 애니메이팅 등의 분야에서 실무를 맡아 진행할 인력을 뽑기 위해 잇달아 채용공고를 내고 있지만 쓸 만한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만 구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뜩이나 사람을 찾기 어려웠던 2D 영상 제작 분야는 물론 3D 분야에서 활동할 인재마저 찾기 어려워지는 가운데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일부 애니메이터들은 차량 제공 등의 파격적인 대우를 제안받고 이직하는 사례도 종종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제작사 대표는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공고를 내면 지원자가 넘쳐 채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는데 지금은 구직 사이트에서 직접 찾아 입사를 제안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렸다” 며 “우리가 구직자에게 선택을 받아야 할 정도” 라고 푸념했다.
이어 “팀장급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보수를 지금보다 30∼40% 더 준다고 해도 선뜻 오겠다는 사람이 없다” 며 “업계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고 전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에 몸담았던 인력들이 몰리는 곳은 게임, 웹툰, 뉴미디어 등 소위 잘나가는 콘텐츠 시장이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을뿐더러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여가와 일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의 정서와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좀 더 자유로운 근무형태를 선호하는 흐름이 짙어지는 것도 인력 유출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은 게임, 웹툰, 실감형 콘텐츠,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일하거나 자체적으로 팀을 꾸려 프로젝트에 따라 옮겨 다니며 활동하고 있다. 또 소규모 스튜디오 또는 1인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영역으로 진출해 자신만의 IP 브랜드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C제작사의 대표는 “한 작품을 만들어보고 애니메이션 제작의 전 과정을 알게 된 이들이 배우고 나면 다른 곳으로 옮겨버리니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인력이 부족한 실정” 이라고 말했다.
D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유동성이 풍부한 게임사 등이 보수를 너무 올려놓은 바람에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인건비 부담이 상당히 높아졌다” 며 “수익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지만 제작비는 오르고 이를 조달할 방법은 줄어들고 있어 자칫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고 우려했다.
디지털과 모바일 기술 발전, 뉴미디어 성장과 가상공간 출현 등으로 콘텐츠 활용도가 높은 애니메이션 분야의 인력 유출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지만 문제는 이들을 붙잡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작품을 만들어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현장에는 처우나 근무환경이 우수하고 미래가 유망한 콘텐츠 분야로 서둘러 갈아타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A사의 임원은 “직원 월급을 주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며 “업무량이나 노동 강도는 높지만 보수가 낮고 비전이 없어 젊은 인력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다” 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 등을 보고 꿈을 키우며 학교에 들어오는 젊은이들이 많지만 막상 사회에 나오면 세계에 내놓을 만한 국산 애니메이션이 없다는 데 실망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 며 “결국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히트작이 많이 나와야 하고 그런 작품을 만든 제작사에 참여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해 자부심을 심어줘야 한다” 고 강조했다.
E제작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직을 결정하는 요소에는 연봉, 근무환경, 복지, 근무형태 등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본질은 돈과 미래” 라며 “정확한 목표를 설정해 가까운 미래에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자립해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좋은 방법” 이라고 조언했다.
심화되는 구인난을 계기로 제작 프로세스와 조직을 전면 개편해 체질개선에 나서는 제작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F제작사의 한 간부는 “투자 대비 수익구조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제작거점을 해외로 옮기고 작품 기획과 사업에만 집중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G제작사 대표는 “모든 작업을 인하우스 방식으로 진행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기획, 프로듀싱, 관리 부문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각각의 전문가 집단과 협업해 작품을 만드는 방향으로 제작 방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직원 수나 작품을 만들어내는 양으로 제작사의 역량을 가늠했지만 이제는 메인 프로덕션보다 작품 기획과 퀄리티로 승부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고 덧붙였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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