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륙 사로잡은 한국 이모티콘 캐릭터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4-05-02 08: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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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대세 캐릭터 잔망루피가 중국 MZ세대의 마음을 파고 들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대표적인 SNS 메신저 위챗에서 잔망루피 이모티콘을 주고받으며 감정을 표현한다. 지난해 5월에는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홍슈에 잔망루피 공식 계정도 만들어졌다.



잔망루피·몰티즈·카카오프렌즈 인기
50만 명에 육박하는 팔로어를 거느린 잔망루피는 상하이 징안 조이시티 백화점 광장에서 연 첫 공식 팝업스토어를 통해 중국에서 대세 캐릭터의 행보를 본격화했다.


2020년 SNS에 처음 등장한 몰티즈는 참지 않는 성격의 강아지 캐릭터로, 카카오 이모티콘의 인기를 위챗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이모티콘 패키지 전송량은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30억 건을 기록했고 샤오홍슈에서 게시물 조회 수가 2억 회를 돌파했다.


몰티즈는 모바일에서의 인기를 등에 업고 지난해 중국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 루이싱커피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바이췌링, 큐렐, 오레오, 캐이스티파이 등 30여 곳과 손잡고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출시했다.


이모티콘의 원조 카카오프렌즈는 2019년 중국에 건너왔다. 위챗 이모티콘으로 인기를 얻자 상하이 난징동루에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이듬해 9월 정식 매장을 개설했다.


2021년 베이징에 개장한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스토어를 열었고 온라인 쇼핑몰에도 카카오프렌즈 전용관을 운영한다.

 

 

한국 캐릭터 중국 시장점유율 4위
국산 이모티콘 캐릭터가 중국에서 인기다. 2000년대 뿌까·마시마로, 2010년대 중후반 뽀로로·핑크퐁·아기상어로 이어진 인기 캐릭터의 바통을 2020년대 들어 잔망루피·카카오프렌즈가 이어받았다.

 

일러스트 캐릭터-애니메이션 캐릭터-이모티콘 캐릭터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중국의 캐릭터산업은 그간 애니메이션산업에서 파생한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미국·일본의 캐릭터 IP 비즈니스에 주목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국 라이선싱 시장 규모는2021년 기준 119억 4,500만 달러(한화 15조 4,600억원)로 미국, 영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에 이른다.
 

눈여겨볼 점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갖고 있음에도 매출 규모의 상당 부분을 해외 캐릭터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기준으로 중국 라이선싱 시장을 점유한 국가별 캐릭터는 중국(33.1%), 미국(30.2%), 일본(9.9%), 한국(4.1%) 순으로 많았다. 중국 시장에서 국산 캐릭터의 존재감과 성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류 열풍·창의적 디자인 주효
한국 캐릭터가 중국에서 인기 있는 이유는 뭘까. 일단 K-팝, K-드라마로 상징되는 한류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은 한류 열풍의 진원지라 할 만큼 우리나라 대중문화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디자인도 한몫한다.

 

몰티즈는 조형미가 있는 아트워크보다 이모티콘 디자인 특유의 단순함과 생동감 넘치는 유쾌한 표정, 동작으로 인기를 얻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현지 법인을 세운 한 IP사 대표는 “한국 캐릭터는 중국 캐릭터에 비해 디자인이 세련되고 창의적이란 얘기를 듣는다” 며 “익숙하지 않은 그림 형태나 다채로운 색감, 콘셉트, 이야기에 신선함을 느끼는 것 같다” 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강한 사회 문화나 분위기 속에서 젊은 층 사이에서는 메시지나 표현 방식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개성 있는 캐릭터를 찾는 경향이 있다” 고 분석했다.


타깃이 명확하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키마우스, 헬로키티 등과 달리 잔망루피, 몰티즈, 카카오프렌즈는 이모티콘으로 얼굴을 알린 만큼 SNS를 애용하는 10∼20대에게 빠르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모티콘이 전달하는 다양한 감정에 기반해 젊은 층과 교감하고 공감을 얻는 데 성공한 사례다.

 

 


“국내 팬덤 다져놓고 진출해야”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치밀한 사전 준비는 필수다. 더웍스컴퍼니는 2022년부터 중국에서 몰티즈의 상품화 권한을 미리 확보해 현지화 전략을 준비했다.

 

그래서 웨이보, 샤오홍슈 같은 SNS에서 팬들을 빠르게 모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쏟아내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룰 수 있었다.


현지인의 정서에 잘 녹아들 마케팅도 뒤따라야 한다. 잔망루피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전쟁터 같은 회사 생활이 괴로운 직장인을 빗댄 짤이 돌면서부터다.

 

이후 샤오홍슈 공식 계정에는 잔망루피가 출근이 힘들고 밥 먹을 때 행복을 느끼며 퇴근 후 즐거워하는 젊은이들의 일상과 감정을 표현한 콘텐츠가 올랐고, 이모티콘이나 사진에 자막을 넣거나 표정을 바꾼 밈을 팔로어나 누리꾼들이 만들고 퍼나르면서 인기가 치솟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지에서 성공한 IP는 한국에서 탄탄한 인기를 바탕으로 진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며 “중국 라이선싱 시장은 많이 알려진 브랜드를 중심으로 돌아가므로 국내에서 IP의 팬덤을 다져놓는 게 중요하다” 고 지적했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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