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하고 사람냄새 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 _ 독립영화관 49 _ 이혜리 감독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2-01-21 08: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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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사회에 오랫동안 받아들여지면서 단번에 위화감을 알아채기 어려운 사회적 문제를 체감하는 데 정말 효과적이었습니다. ” 이는 이혜리 감독의 작품 에 대한 감상평 중 일부다. 이렇듯 흔한 주제를 독특한 시각과 뛰어난 연출력으로 풀어낸 작품이 독학으로 애니메이션을 공부해 만들어낸 첫 작품이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혜리 감독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독자들에게 소개 부탁드린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 계기는?
애니메이터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이혜리라고 한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한 지는 3년이 채 안 됐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과제로 영상을 제작해야 했다. 남들과는 다른 영상을 만들고 싶어 고민하다 평소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애니메이션에도 관심이 많아 애니메이션 제작에 도전해봤다. 그때 만든 작품이 How to be the better me다.

the better me>가 첫 작품이라고 했는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소개 부탁한다
매스컴의 발달과 점차 획일화되어가는 미의 기준이 많은 남녀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과 욕구는 성형수술과 같은 매개를 통해 더욱 높아졌다. 과거에는 단순히 큰 눈 , 날씬한 몸매 정도가 미의 기준이었다면 점점 더 그 기준이 구체적이면서 세밀화되었고 이런 현상에 기괴함을 느꼈다. 현대사회에 만연해 있는 외모에 대한 편견과 도달하는 게 불가능한 미의 기준의 기괴함과 그런 사고방식이 아무렇지 않게 다음 세대로 대물림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용은 이미 행복한 주인공에게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파란 형체의 여자가 나타나 더 원하냐고 물어본다. 주인공은 더 원한다고 대답하고 나중엔 주인공마저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기이한 파란 형체의 캐릭터가 되고 만다는 얘기다.

인간의 얼굴을 했지만 인간이 아닌 선으로만 표현된 파란 캐릭터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캐릭터를 그렇게 그린 이유는 사회가 요구하는 미의 기준을 다 충족하려면 결국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 않을까 싶어서다. 파란색을 선택한 이유는 차갑고 날카로워 보일 수 있게 하고 싶어서였다.

the better me>


중간중간 주인공이 원하는 대로 얼굴이 바뀌어가는 과정에서 컴퓨터가 에러 나는 장면들이 있는데 의미하는 바가 있는지?
주인공은 바뀌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여기서 만족하고 그만두고 싶지만 주위 사람들이나 사회에서 더욱 예뻐지길 부추기고 , 그 과정에서 정말 원했던 게 무엇인지 그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렇게 자신 안에서 에러가 나는 걸 컴퓨터가 에러 나는 것처럼 표현했다. 또 글리치 효과를 쓰면 괴상한 느낌을 주는 데 더욱 효과적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의 다른 작품 <가진다는 말은 좀 그렇지>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가진다는 말은 좀 그렇지는 2021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만든 작품으로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다. 10CM의 열렬한 팬이었는데 운이 좋게도 그분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게 됐다. 워낙 인기 있는 뮤지션이라 지원자가 많아 안 될줄 알았는데 선택됐다고 했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내가 좋아하던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게 돼서 제작하는 내내 굉장히 행복했다.
내용은 소심한 소년의 짝사랑 이야기다. 과거 문맹이었던 대중들이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신앙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성경의 이야기를 접한 것처럼 주인공 또한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사랑을 키워나간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의 직업으로 스테인드글라스 공예가를 택한 이유가 있나?
유리를 조각조각 잘라서 그림을 그리고 조립해야 하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작업방식이 오랜 시간 좋아하는 마음을 차곡차곡 키워온 소년의 마음과 비슷해 보였다. 또한 사랑이란 감정 역시 하나의 색깔이 아닌 다채로운 색이라고 생각해 스테인드글라스의 특징과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선택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제일 욕심낸 장면은 회전목마 장면인데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3D 작업을 처음 해보기도 했고 회전목마가 돌아가는 장면과 다양한 빛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멘토님에게도 많은 걸 배우고 유튜브 강의도 봐가면서 굉장히 신경을 썼다.

 

<가진다는 말은 좀 그렇지>

 

뮤직비디오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색감이나 그림체가 음악과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해주신 분도 계시고 ‘ 마음이 살랑살랑 포근해진다 ’ , ‘ 깨기 싫은 기분 좋은 꿈을 꾼 것 같다 ’ 등의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도 계시다. 10CM님도 너무 예쁘게 만들어진 것 같다고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많이 힘들었을 때 10CM의 노래 헬프로 많은 위안을 받은 것처럼 이 뮤직비디오를 본 분들을 잠시나마 기분 좋게 만들어드린 것 같아 기쁘다.


한국 독립 애니메이션 시장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혼자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만들다 보니 정보가 많이 없었다. 알고 보니 각종 지원사업도 많았는데 이 부분이 홍보가 덜 된 것 같아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나 광고는 대중의 접근성이 비교적 높은 데 비해 감독님들 개인 작품을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나 볼 수 있는 방법들이 별로 없는 게 안타깝다. 이 부분은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리라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독학으로 배운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아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나갈 생각이다. 감사하게도 멘토링을 해주신 한지원 감독님의 단편 애니메이션에 참여하게 됐다. 감독님을 도와 열심히 익혀나갈 예정이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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