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지난 2016년 KBS 41기 공채 성우로 데뷔해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들어 MBTI에 꽂혀 있다. 16개로 분류된 유형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웃음) 전공을 한 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 명리학을 공부했고 심리학 관련 정보도 찾아보곤 한다. 이를 통해 다른 사람의 성향을 이해하고 성격을 명확하게 잡아내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어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성우란 직업을 택한 계기가 있었나? 어릴 적부터 꿈이 성우였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매일 비디오를 빌려 봤을 정도였다. 비디오를 한 번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습관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나오는 우리말 녹음 크레딧에 소개되는 사람들이 누구일까 궁금해 했다.
성우를 동경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특별히 목소리가 좋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고 선뜻 용기도 나지 않아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취업할 때가 되니 더 이상 꿈을 포기하며 사는 건 인생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 졸업을 앞에 두고 성우학원을 다니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경쟁률이 엄청 높아 합격을 장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에 성우만 바라보기보다 아나운서, 기상캐스터, MC로 활동하며 방송 경험을 쌓으면서 매년 성우 시험을 치른 끝에 4년 만에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
아나운서가 더 매력적이지 않았나? 사실 조금 고민하긴 했다. 아나운서도 꽤 만족스러웠지만 성우가 더 자유롭고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성우의 길을 택했다고 해서 아나운서를 못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우나 아나운서 모두 자신을 표현하는 직업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그래서 언제든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할 수 있을 때가 올 것으로 본다.
대표작을 소개해달라 한 분야에 집중하지 않고 내레이션, 더빙, 광고 등 여러 분야에서 두루 활동하기에 대표작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지만 애니메이션 신의 탑의 호 캐릭터나 최근 방영 중인 슈퍼다이노의 공룡 캐릭터 해리, 치치핑핑 등을 꼽을 수 있다. 치치핑핑은 시즌3까지 남자 캐릭터를 혼자 도맡아 했는데 연기 역량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천재소년 큐보그, 립체인저, 몬스터 탑, 고고버스 등은 중국어를 전공한 덕에 번역작업에 참여하면서 연기도 병행한 작품들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목소리가 어떤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무래도 평소 내 모습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가 잘 어울리지 않겠나. 목소리에 성격이 묻어나나 보더라. 그래서 개구쟁이 같은 하이 텐션의 밝고 명랑한 캐릭터와 잘 맞는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톤이 묵직하지 않고 나이에 비해 목소리가 어리게 들려서 그런지 젊고 신선한 기운이나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전달하려는 광고주들이 많이 불러주신다.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애니메이션 신의 탑의 호 캐릭터다. 원작의 서사가 워낙 탄탄했고 아픔을 간직한 배역이어서 그런지 애정이 많이 간다. 겉모습은 유순하고 착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능력이 부족한 나머지 열등감을 느끼는 캐릭터였는데 깊은 내면의 감정을 연기할 수 있어 좋았다. 지금은 종영한 MBC의 함께 사는 세상 희망 프로젝트-나누면 행복이란 프로그램도 2년 넘게 했는데, 팬들이 내 이름으로 기부에 참여할 정도로 뜻깊고 감사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성우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표현력과 독해력이다. 성우는 목소리로 감정을 표현하고 말의 맛을 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독해력이 필수다. 성우는 연기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대본이 나오면 곧바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순발력이 필요한데 이를 키우려면 글을 한눈에 읽고 이해하는 것이 빨라야 한다.
평소 독서를 좋아하는데 성우란 직업 때문에 더 많은 글을 보게 된다. 어릴 적 많은 책을 읽은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정의진에게 성우란? 인생에서 일을 하며 보내야 하는 시간은 무척 길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며 그토록 긴 시간을 보내긴 싫었다. 그런 의미에서 성우란 직업은 나와 가장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와 같다. 목소리는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나이와 상관없이 꾸준히 할 수 있는 직업이다. 일할 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지금이 매우 소중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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