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를 품은 바닷속으로 _ 독립영화관43 _ 신석호 감독

남주영 기자 / 기사승인 : 2021-07-22 08: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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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수류>


빛이 일렁이는 바닷속을 헤엄치던 한 소년이 수류를 만났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낯선 수류. 미지의 존재를 만났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신석호 감독의 <수류>는 관객들에게 이야기에 대한 다양한 의문을 품게 만든다. 왜냐하면 수류는 정답이 반드시 존재하지 않을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미지가 또렷한 작품들을 통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신석호 감독은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독자들에게 소개를 부탁한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 계기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신석호라고 한다. 어릴 적부터 이야기를 좋아했다. 특히 영상매체로 실현된 , 현실과 판타지가 맞물려 공존하는 이야기가 좋았다. 영화 , 소설 , 만화 등을 가리지 않고 즐겨봤는데 그중에서 가장 직관적으로 다가온 것이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애니메이션 고등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그 학교에 진학하고 ,대학교에서도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며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 제작을 계속해왔다. 지금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 대해 좀 더 다양하게 고민하고 매체적으로 접근해보기 위해서 대학원에서 미술 공부를 하고 있다.

 

 

 

 

 

<수류>는 어떤 작품인가? <수류>는 어느 날 바닷속을 헤엄치던 한 소년이 정체불명의 공간을 발견하고 , 그와 동시에 해변에 갑자기 나타난 얼음덩어리를 사람들이 조우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세상에는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에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 모르는 세계가 존재한다. 만약 그런 미지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수류>는 이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만들어진 작품이다. 사실 우리의 삶에는 이해할 수 없는 , 이상한 상황들이 매우 많이 벌어진다. 단적인 예로서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들이 지금도 많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수류>는 그런 일이 내 눈 앞에서 벌어진다면 어떻게 대처할지를 생각하며 빚어낸 다양한 이미지와 사건들을 다룬다. 

 

<없는 방>


<수류>에서 바닷속 미지의 공간과 연결된 해변의 얼음덩어리는 각각 무엇을 상징하는지? 상징이라기보다는 이미지에 가깝다. 사람들의 눈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물체가 있다는 상황을 우선 가정했고 , 이에 집중하다가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가 바로 <수류>에 등장하는 해변의 얼음 덩어리였다. 그리고 미지의 물체를 이해하기 위해 인간은 어떤 행동을 할까 고민해보니 그 안에 들어가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답에 이르렀고 , 들어가기 위한 문으로써 바닷 속에 생긴 수류를 설정하게 된 것이다. 조금 더 확장해보면 , 인간에게 가장 알 수 없는 존재 중 하나가 환경이기에 스토리라인에 환경 이슈를 넣으려고 하기도 했다. 

 

<수류>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어떤지? 관객들로부터 소년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소년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등등. <수류>는 인간이 모르는 세계에 대한 작품이다. 서사적으로 비어 있는 부분이 많고 서로 조각이 꽉 맞춰지지 않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특히 주인공 역할을 하는 소년이 여러 궁금증을 유발하는 듯하다. <수류>에는 무엇 하나 확정적으로 설명되는 것이 없다. 그러나 사물들은 모두 사건으로 연결된다. 관객들이 소년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을 때 수류와 그 속의 공간 , 해변의 얼음덩어리 ,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 , 소라게 , 갯강구 , 개 , 파도 같은 존재들에 대해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모르는 것들 , 몰이해된 것들이 나열된 이야기에서 소년이 왜 그렇게 했는가에 대한 답이 있다면 그저 “ 사람이니까 ” “ 어린애니까 ” 라는 것밖엔 없을 것이다. 그냥 사람이라면 그렇

게 행동했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해보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소년은 수류에 휩쓸리고 , 사람들은 해일 앞에 서 있다. <수류>의 세계가 끝날 때 남는 것은 미지의 세계를 품은 바다뿐이다.

 

<없는 방>을 소개해달라. 기획 의도는? 지하철이 지나가는 철로 옆의 작은 방에 어떤 존재가 홀로 있다. 그는 매일 오가는 지하철 속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 바깥으로부터 침범해 들어오는 사건에 휘말리지만 그 모든 것이 남의 일인 것 처럼 기척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없는 방>의 스토리다.

이 작품을 기획했던 것은 2015년경으로 당시 사회 , 정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타자성이라는 개념이 엄청나게 회자되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나 역시 주체와 타자를 가르는 미묘한 차이들에 대해 인식하게 되면서 세상의 모든 존재들 이면에 드리운 타자성을 바라보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모든 사람이 타인인 세계의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싶었고 , 그것이 <없는 방>의 시작이었다.

 

<없는 방>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쓴 장면이 있다면? 옆방에서 벌어진 사건에 휘말렸을 때 주인공은 처음으로 움직이지만 , 곧 제자리로 돌아간다. 계속 움직이지 않던 존재가 처음으로 움직이는 장면인데 , 이 장면에서 그의 움직임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마치 스토리보드처럼 붉은 화살표로 표시된다. 그의 움직임을 안 보이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움직임을 작화로 표현하지 않고 붉은 기호로 표현했고 , 이로써 그의 움직임을 숨기고자 했다. 가장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는 날것의 느낌이 생생한 작품이다

는 한 소년이 클럽에 간 자신의 여자친구를 찾으러 갔다가 그녀의 주변을 맴도는 백호와 싸움을 벌이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중고등학생 시절의 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아직 어린 마음 , 나이브한 부분을 그대로 그려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 시절 소년들 대부분이 꿈꾸는 모습은 아마도 소년만화 속의 잘 정돈된 캐릭터 , 즉 까불거리고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정의로우며 성장하면서 점차 완벽해지는 인물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여물지 못한 약하고 치기 어린 부분이 존재하지 않나. 욕망이 들끓는 존재로서의 보는 그대로의 소년들 , 조금은 꼴 보기 싫은 실제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작품이 모두 사회비판적인 시선을 담고 있는 듯하다 사회 비판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나를 표현하는 것보다 외부에서 찾은 관심거리를 주제로 삼는 것이 작품을 만들기 쉽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매우 좋은 사람 , 매력적인 사람이라면 나를 보여줘도 괜찮겠지만 , 그렇진 않다 보니 외부에서 가져온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좀 더 편하다. 물론 그것에도 걸러낸 나 자신이 담기긴 할 테지만 말이다.


한국의 독립 애니메이션 시장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보다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으면 좋겠다. 반드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에 전념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 그냥 다른 일을 하다가 호기심에 한 번씩 만들어보는 문화가 생긴다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집중해서 제작한 짜임새 있는 작품이 주목받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활발해진다면 보다 흥미로운 지점들이 많아질 것이라 기대 된다. 모쪼록 독립 애니메이션 시장이 더욱 커지고 다양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은 대학원에서 순수미술을 배우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애니메이션 회사에 다니던 중 , 문득 ‘ 애니메이션이란 것은 뭘까 ’ , ‘ 애니메이션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줄곧 애니메이션을 습관적으로 하고 도구적으로만 생각해왔던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한 공부인데 , 모든 것이 참신하게 느껴진다. 요즘은 철로 조형물을 만들고 있다. 철 조형물에 관절을 달아 움직이게 하는 키네틱아트 같은 작업이다. 애니메이션을 현실로 이끌어내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크린 애니메이션 이전에 조에트로프 애니메이션이 있었 듯 애니메이션에는 조형적인 가능성도 있으니까 말이다. 지금은 여러모로 다양하게 탐구를 하고 있다. 결국 나는 애니메이션이 여전히 궁금하고 , 더 잘하기 위해 계속 공부하고 있는 것 같다. 계속 애니메이션을 만들 것이다.

 

 

 


신석호 감독
· CLUBTIGER (2017)
· 없는 방 (2018)
· 수류 (2020)

 

 

 

 

아이러브캐릭터 / 남주영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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