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모태펀드 애니메이션 전문 분야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이크럭스벤처파트너스가 200억 원 규모의 펀드(이크럭스 애니메이션 전문 투자조합) 결성에 성공했다. 이크럭스벤처파트너스는 극장판, 원작 IP 활용 애니메이션 등 청장년층을 겨냥한 프로젝트와 쇼트폼, AI 활용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등에 100억 원 이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펀드가 예상보다 일찍 결성된 것 아닌가?
정부에서 나오는 출자금은 늘어도 경기가 안 좋아서 민간 매칭 출자금은 아무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운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는 출자자들의 니즈를 찾아 제안했는데 최근 웹툰이나 웹소설 IP가 원작인 애니메이션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나 귀멸의 칼날 같은 극장판의 세계적인 흥행을 보면서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프로젝트에 중점 투자할 생각인가?
애니메이션 투자 비중은 50%다. 10%는 극장판, 10%는 웹툰, 웹소설 같은 원작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에 투자한다. 정부가 정한 비율이긴 한데 작품 기획만 좋다면 그 이상의 투자도 가능하다. 장르나 포맷을 정해 놓은 건 아니지만 유아동 애니메이션 투자 비중은 과거보다 줄어들 것이다. 투자자는 성장하는 쪽에 주목하기 마련이다. 영유아 애니메이션은 줄어드는 시장이고, 하이틴 이상 청장년층 애니메이션 시장은 커지고 있으니 초등 고학년 이상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

투자를 결정할 때 회수 가능성 외에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점은?
무엇으로 수익을 낼 건지에 대한 방향이 분명해야 한다. 전 세계에 잘 팔리는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영상 판매에 집중할 건지, 아니면 캐릭터를 활용한 부가 사업에 집중할 건지에 대한 계획이나 전략을 잘 짜야 한다. 특히 타깃의 트렌드에 맞는 스토리가 있느냐, 그에 맞는 캐릭터가 매력적이냐, IP 부가 수익 창출이 목표라면 팬덤을 만들 수 있느냐 같은 기획이 치밀해야 한다. 이런 준비가 잘 돼 있어야 투자금 회수 가능성도 높아지더라. 어느 쪽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목표가 명확한 기획이라면 설득력이 높다.

성공적인 투자라고 판단할 만한 최저 기준은 뭔가?
펀드마다 기준수익률이란 게 있는데 애니메이션 펀드는 상대적으로 그리 높지 않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에 비춰보면 목표 수익률은 연간 15% 정도다. 이 정도까지 수익을 낸다면 대성공이지만, 5% 정도면 충분히 선방했다고 본다. 그런데 퇴마록이 5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기대감이 조금씩 커지는 분위기다. 원작의 전체 스토리 중 앞단의 짧은 내용으로도 이 정도를 동원했다면 앞으로 나올 얘깃거리가 더 많을 텐데 가능성도 더 높아지는 것 아니겠는가.
연의 편지도 해외 160개국에 팔릴 만큼 성과가 좋다. 서정적이고 작화가 뛰어난 작품에 대한 니즈가 우리나라에도 존재하는데 이를 끌어낸 게 연의 편지라고 생각한다. 보이는 스코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앞으로의 가능성이다. 당장 제작비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면 실패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앞으로 계속 갈 수 있는 작품이라면 투자자들의 생각은 달라진다.

지금의 K-애니메이션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애니메이션 산업은 돈을 넣는다고 갑자기 확 살아나지 않는다. 기간산업으로 보고 자금이 꾸준히 유입돼야 주변 산업과 함께 커갈 수 있다. 라면에 케데헌을 붙였더니 매출이 올라가는 건 결국 애니메이션의 힘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필요할 때 단발성으로 지원하지 말고 정부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업계도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 먼저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 금융권이나 연기금의 투융자 환경을 조성할 플랜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제작과 유통을 활성화해 국내 시장을 먼저 살려야 한다. 만드는 곳만 돈 주지 말고 사주는 곳도 지원해서 애니메이션이 더 많이 유통되고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해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투자심사역 설득에 도움 될 만한 조언 한마디
성인 타깃 애니메이션의 경쟁상대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영화, 드라마 같은 모든 영상 콘텐츠다. 극장판이라면 어느 영화와 붙여놔도 이길 수 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애니메이션이란 특성과 강점을 잘 살려 다른 장르와 경쟁해도 선택받을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 현재의 콘텐츠 소비 환경에 얼마나 부합하는 기획이어야 한다. 그리고 사업 계획이 구체적이면 좋다. 팬덤을 만들 홍보마케팅 전략이 막연하지 않고 짜임새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애니메이션은 이제 콘텐츠 소비가 왕성하고 소비력도 갖춘 20∼30대에게 주류 문화가 됐으니 그에 걸맞는 사업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K-컬처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국내에서의 성공이 해외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러니 해외시장만 바라보지 말고 국내 시장을 선점해 보자. 해외 작품에 잠식당한 시장 점유율을 우리 작품이 조금씩 찾아오면 산업의 판도가 뒤바뀔 것이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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