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먼쓰 안영훈·배현선 작가, <우엉>은 완벽하지 않아 더 매력적이에요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5-11-21 08: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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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일러스트레이터 안영훈, 배현선이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쓰리먼쓰의 고양이 캐릭터 <우엉>은 보는 이에게 일상의 은은한 즐거움과 행복을 속삭인다. 쓰리먼쓰는 몽실해서 더욱 정감 가는 우엉을 통해 불완전하기에 더욱 인간적인 우리의 모습과 삶에 대해 얘기한다.

 

 

쓰리먼쓰란 이름에 담긴 의미는? 어떻게 팀을 이뤘나?
배현선 둘의 생일 차가 석 달이란 점에 착안한 이름이다. 13년 전 난 동화책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 중이었고 안 작가는 광고 디자이너를 꿈꾸고 있었는데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함께 그림을 그리다 자연스럽게 같이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각자의 역할이 있나? 디자인 특징은 같은가?
안영훈 딱히 역할을 나눠 작업하진 않는다. 그림 스타일은 꽤 다르지만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렇게 생각이 섞이면서 쓰리먼쓰의 색깔이 나오는 것 같다. 최근에는 개인적으로 러프하고 좀 더 자유로운 느낌의 ‘훈 일러스트’도 그리고 있다.


배현선 내 그림은 따뜻하고 아기자기한데 안 작가 그림은 재치 있으면서 시니컬한 매력이 돋보인다. 개성이 완전히 다른 것 같아도 사실 좋은 그림에 대한 생각은 비슷해 의견을 모으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요새는 일러스트와 만화로 나눠 다른 재미를 주려고 시도하고 있다. 일러스트는 숨겨진 다양한 이야기의 발견, 만화는 절제된 표현이 주는 유머가 재미 포인트다.

 

 

<우엉> 캐릭터의 탄생 비화를 소개해 달라
배현선 올해 열두 살 된 반려묘 우엉이가 실제 모델이다.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두 마리 반려묘 우엉이와 오니기리가 귀여워서 계속 그리다 보니 어느 날 캐릭터가 돼 있더라. 여기에 반죽에서 태어난 말랑말랑한 우엉이란 새로운 자아를 불어넣었다. 이후 반죽이 좀 더 많이 구워져 작고 새까만 부우 캐릭터를 추가했다.

 

 

<우엉>을 통해 무엇을 얘기하는가?
배현선 우엉이는 완벽하지 않은 캐릭터다. 때로는 실수하고 겁을 먹기도 하고, 엉엉 우는 날도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완벽하지 않은 점이 더 인간답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우엉이와 친구들을 보며 공감하고 자신이나 주위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다. 우엉이를 통해 작게는 일상을, 크게는 인생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팬덤을 유인하는 포인트는 뭘까?
배현선 일러스트와 만화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다른 것 같다. 일러스트에서는 숨은 그림 찾기처럼 상상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만화는 좀 더 직관적인 시각적 임팩트와 위트를 담아내는데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고여 있지 않고 계속해서 조금씩 변화와 재미를 주기 위한 여러 시도가 팬들을 끌어들이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협업 프로젝트를 꼽는다면?
안영훈 중국 상하이에서 진행한 첫 전시 겸 팝업스토어다. 작업하면서 상상한 모습을 실제 현장에서 마주했을 때 느낀 감동과 희열은 지금도 생생하다. 커다란 우엉이 캐릭터 풍선이나 곳곳에 섬세하게 꾸민 디스플레이가 의도한 대로 나와 매우 만족했다. 상하이에서 핼러윈 콘셉트에 이어 크리스마스, 만두 가게 등 재미난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정말 신나게 준비했다. 작년에는 대만에서 목욕탕을 테마로 한 단독 팝업을 열었는데 장소가 실제 남자 목욕탕이 있던 유서 깊은 건물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13년 차 작가로서 슬럼프나 시행착오는 없었나?

안영훈 몇 번 있었지만 아무래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견뎌낼 때가 가장 어려웠고 고민도 많았다. 스튜디오의 존폐를 걱정할 정도였다. 기왕 시작한 일이니 끝까지 가보자고 결심하니 시간이 흘러 에이전시나 해외에서 연락이 오고 좋은 기회가 찾아오더라.


배현선 사실 매 순간 고민과 어려움이 있다. 창작자의 숙명이랄까. 해가 갈수록 더 깊은 고민이 따라붙는다. 오래 버틴다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더라. 슬럼프를 이겨내려면 느리더라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꾸준히 계속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그간 이룬 성과와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목표가 뭘까?

안영훈 긴 시간 쓰리먼쓰의 그림을 꾸준히 알려왔다는 점은 정말 뿌듯하다. 한 가지 일을 오래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니까. 해외 진출 역시 감사하면서도 더욱 욕심나는 일이다. ‘훈 일러스트’개인전을 기획 중인데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즐거운 작업을 이어가겠다.


배현선 그저 함께 그림 그리는 게 재밌어 시작한 일인데 어느덧 12년이 넘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사하고 좋은 기회가 많았던 것 같다. 앞으로는 다양한 나라에서의 활동도 늘려 가고 싶고 그림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시도도 이어가 보려고 한다. 예술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쓰리먼쓰라는 이름으로 5년, 10년, 30년 뒤에도 인사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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