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KBS 공채 40기 출신이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좋아하는 팬들은 잘 모를 수 있다. 그래서 인터뷰를 해도 될지 조금 망설였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나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용기를 냈다. 2022년 <아이러브캐릭터> 첫 호의 인터뷰 코너를 장식하게 돼 영광이다.
성우라는 직업을 택한 계기가 있나?
어릴 때부터 성우가 꿈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TV를 자주 봤는데 유독 외화를 좋아했다. 미국 드라마 V , 제시카의 추리극장 , 엑스파일 , 전격 Z작전 등을 보면서 배우들의 연기와 목소리를 따라 하곤 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성우에 대한 꿈은 여전했으나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곧바로 취직해야 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성우를 향한 갈증이 커지면서 스물다섯 살 때 용기를 내 KBS 시험에 도전했는데 덜컥 1차에 붙었다. 기적 같은 일이었지만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 금세 벽에 부딪혀 포기해야 했다.
그러던 중 췌장암 선고를 받고 석 달 만에 돌아가신 엄마의 유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 단 하루를 살아도 꼭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 ” 는 말씀이었다. 성악을 전공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엄마의 바람 같은 것이었다. 이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다가 30대가 돼 성우 시험에 다시 도전했다. 수차례 낙방의 쓴맛을 보다가 6수 만에 마침내 2015년 KBS에 합격했다. 시험과 관련해선 며칠 밤을 새더라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나?
애착이라기보다 아쉬움이 많이 남은 역할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립체인저라는 애니메이션의 남아 주인공이었다.
전속이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경험이 없고 톤도 잘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인공을 연기하다 보니 많이 헤매 후회가 크게 남았던 기억이 있다. 반면 나름 내세울 만한 캐릭터라면 우주전쟁을 배경으로 한 미국 애니메이션 스냅쉽이란 작품의 터프한 여전사 디라란 캐릭터다. 유튜브로만 방영된 데다 장민혁 선배님이 연기한 캐릭터와 썸만 타다 끝난 탓에 더욱 아쉽다.(웃음)
성우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는다면?
성실과 끈기 , 인내심이라고 생각한다. 성우란 직업은 하루에도 수많은 역할을 연기해야 하므로 매일매일이 도전의 연속이다. 그래서 성실하지 않으면 뒤처지기 마련이다. 매일 새로운 대본과 캐릭터를 만나기 때문에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또 잘나가는 다른 동료들과 비교하기 마련인데 스스로를 다독이고 기본기를 더욱 다지면서 앞으로 찾아 올 기회를 기다리는 마음도 매우 중요하다.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
내 목소리가 큰 편은 아니지만 크게 말하지 않아도 잘 들린다고 하더라. 시간에 쫓길 때가 종종 있어 택시를 자주 타는데 목적지만 말해도 기사님들이 뒤돌아보며 “ 마스크 안 쓰셨냐 ” , “ 혹시 아나운서 또는 성우냐 ” 라며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날 한 기사님이 내가 아는 길과 다른 길로 가려고 할 때 “ 전방에서 좌회전인데요, 좌회전하세요 ” 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며 “ 내비게이션에서 나오는 소리인 줄 알았다 ” 고 하시더라.(웃음)
오주희에게 성우란?
성우는 내 운명이다. 엄마가 물려준 목소리란 재능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고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또 내 목소리를 듣고 단 한 명이라도 마음이 치유되거나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만족한다.
다시 태어나도 성우란 직업이 존재한다면 다시 도전할 것이다. 성우를 꿈꾸고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그리고 노력하세요.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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