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청춘영화 같은 휴먼드라마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_ 스튜디오에이콘 _ 김선구 대표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1-12-02 14: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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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1970년 서울 평화시장에서 부당한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 희망의 불꽃이 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 <태일이>가 베일을 벗었다. 공식 초청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태일이는 관객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까. 태일이의 제작자로 참여한 김선구 스튜디오에이콘 대표는 “ 주위에서 흔히 보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 한 편의 청춘영화 같은 휴먼드라마를 보여주고 싶었다 ” 고 말했다.

 


그간 참여했던 작품을 소개해달라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번에 개봉한 태일이를 비롯해 마당을 나온 암탉(2011) , 아치와 씨팍(2006)을 제작했다. 또 로보카폴리 , 아기공룡 둘리 , 우비소년 , 고인돌 등 TV시리즈 , OVA(Original Video Animation) , 단편 애니메이션 등 여러작품의 제작에 참여했다.


애착이 가거나 아쉬움이 남는 작품을 꼽는다면? 220만 명의 관객을 모아 국산 애니메이션으로는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세운 마당을 나온 암탉 , 전 세계 어린이 팬들에게 사랑받은 로보카폴리. 이들 작품은 내게 의미가 크다. 제작과정에 어려움이 많았고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훌륭한 스태프들이 모여 열심히 만든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낸 작품들이다. 특히 캐릭터 사업과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 고마운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개봉한 아치와 씨팍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독창적인 상상력과 훌륭한 완성도에 비해 개봉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영화 태일이를 마친 소회가 궁금하다 태일이는 명필름의 이은 , 심재명 대표와 10년 전부터 얘기했던 프로젝트였다.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를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기획부터 제작 , 완성 , 개봉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많은 분들이 힘을 보탰다. 영화진흥위원회 , 서울산업진흥원 ,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제작지원과 투자에 나섰고 1만 명이 넘는 일반인이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해 제작비를 모아주셨다. 여러 단체와 노동조합 , 문화예술인들도 힘을 모았고 목소리 출연 배우들도 재능기부와 다름없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의미가 남다른 작품인 만큼 많은 가족단위 관객들이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다. 이 영화를 보고 전태일이란 인물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자서전도 읽어보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태일이가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의 다양성을 넓히고 성공 사례를 이어가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
 

무거운 소재를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내기 쉽진 않았을 텐데? 작품에 전태일 열사의 평범한 모습들을 담고자 노력했다. 누군가의 아들 , 오빠 그리고 동료들의 친구로서 지극히 평범했던 한 청년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 제목이 태일이인 것도 그런 이유다. 태일이가 갖고 있던 고민은 오늘날 청년들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관객들이 단순히 과거에 살았던 열사의 삶을 다룬 전기영화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가 그때의 태일이 생각에 공감할 수 있길 바란다.

 

극적 감동을 높이기 위한 기법이나 장치는 무엇이 있었나? 시나리오 개발에 많은 노력을 쏟았다. 전태일 열사는 스물둘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짧은 삶임에도 극적인 이야기가 너무 많다. 그래서 관객에게 전태일의 어떤 시절을 어떤 느낌으로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고 휴먼드라마로서 청년 태일이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고자 했다. 또한 1960∼70년대의 서울을 표현하기 위해서 배경세트를 3D로 제작했고 작품의 절반 이상을 배우들이 직접 연기한 실사 가이드 촬영으로 진행해 촬영 설계 , 연기 동선등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공장 안에 떠도는 먼지 , 작은 소품들 , 미싱 돌아가는 소리 등 디테일이 잘 쌓여서 관객들의 감정이 고조되길 바랐다. 전태일 열사의 삶 자체가 워낙 극적이라 오히려 평범한 모습과 담담한 말들이 관객들에게 더 크게 다가가지 않을까 한다.


스튜디오에이콘을 설립했다. 에이콘의 의미는? 스튜디오에이콘은 IP 개발 , 애니메이션 제작 및 배급 전문회사다.
에이콘은 도토리(acorn)라는 영어 단어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뜻하기도 한다. ‘ 거대한 숲은 도토리 한 알에서 시작된다 ’ 는 문구를 좋아한다. 좋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도토리들을 키워 거대한 콘텐츠 IP 숲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관객과 만드는 사람에게 좋은 작품이 뭔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는데 답은 찾았나? 관객에게 좋은 작품이란 ‘ 관객에게 필요하고 가치가 있는 작품 ’ 이 아닐까. 항상 ‘ 이것은 관객에게 좋은 작품인가 ’ 를 생각하면서 기획하려고 노력한다. 동시에 창작자와 작품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에게도 좋은 작품이 되길 바란다. 만드는 과정도 행복해야 하고 만들어진 작품에서 자부심을 느끼는 작업이 돼야 할 것이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만드는 사람들도 행복하고 보는 사람도 행복할까 답을 계속 구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달라 우선 2016년 SF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Hugo Award)을 받은 중국 작가 하오징팡의 작품 접는 도시(Folding Beijing)를 원작으로 한 폴딩시티(가제)란 SF물을 만들려고 현재 시나리오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30분 분량 6편으로 구성해 OTT에서 방영할 예정이다. 또 오리지널 IP로 어린이용 시리즈를 기획하고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작품도 공동제작하는 등 어린이 , 청소년 , 성인 등 타깃을 세분화해 여러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장편 애니메이션도 꾸준히 제작하고 싶다. 스튜디오에이콘이 만들어갈 행복한 상수리나무 숲을 기대해달라.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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