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쓰고 그린 소설·만화책 등장
생성형 AI 기술이 창작 환경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생성형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AI에 특정 지시를 내리면 글이나 그림으로 만들어주는 소프트웨어다. 기존 AI가 데이터와 패턴을 학습해 결과물을 내놨다면 생성형 AI는 데이터와의 비교 학습을 통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글 분야에서는 미국의 AI 연구기업 오픈AI의 챗GPT, 그림 분야에서는 영국의 스태빌리티 AI가 개발한 스테이블 디퓨전이 대표적이다.
현재 생성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출판업계다.
지난 3월 출판사 자음과모음의 장르 소설 브랜드 네오픽션은 작가 7명과 챗GPT가 함께 쓴 소설 7편을 묶은 소설집 매니페스토(Manifesto)를 출간했다. 작가들은 챗GPT에 지시어를 입력하고 그 결과물을 다듬어 소설로 만들었다.
일본에서도 AI가 그림을 그린 만화책 사이버펑크 모모타로가 발간됐다. 외신에 따르면 작가는 만화 그림을 그려본 경험이 없었고 100쪽 분량을 만드는 데 6주가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웹툰 분야에서도 AI 창작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노마AI는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와 챗GPT를 결합한 서비스 투툰GPT를 공개했다. 챗GPT로 스토리를 완성하면 투툰이 콘티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명령어를 넣어 캐릭터, 배경 등을 만들고 대사를 입력하면 웹툰이 완성된다.
네이버웹툰은 AI 팀을 꾸려 지난 2021년 웹툰 AI 페인터 시스템을 도입했고 카카오도 이미지 생성형 AI 프로그램 칼로와 앱 비 디스커버의 활용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웹툰업계 관계자는 “작품을 향한 니즈가 갈수록 높아져 작가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며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AI를 활용하는 건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 이라고 말했다.
노동집약적 산업 구조 탓에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는 애니메이션업계에서도 생성형 AI 기술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오류도 빈번하고 움직이는 영상을 완벽히 구현해내지는 못하지만 배경이나 소품, 엑스트라 등 영상 구성에 필요한 주변 요소를 만드는 일손은 충분히 덜 수 있다고 보고 시험 삼아 여러 시도를 해보는 곳이 늘고 있다.
한 제작사 대표는 “많은 작품을 만들었지만 그림에 특출난 재능이 없어 꼭 표현하고 싶었던 걸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게 많아 아쉬웠는데 이제는 AI로 그림을 그려 내가 원하는 그림으로 마음껏 연출해볼 수 있어 기대가 크다” 고 했다.
다른 제작사의 임원은 “AI 기술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시대가 오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이라며 “AI가 학습한 데이터의 질과 양, AI가 만든 결과물이 기존 작품들처럼 이질감 없이 보여지는지 여부가 콘텐츠 완성도와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고 전망했다.
시간·비용 절감해 콘텐츠 다량 생산 가능
생성형 AI가 대중화되면 짧은 시간에 소설, 웹툰, 캐릭터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지시어를 입력해 이야기와 그림을 그리거나 그림을 학습한 AI로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스토리 구성, 작화, 연출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줄여 콘텐츠를 빨리 만들고 그 형태도 빠르게 변화·확장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성과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애니메이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성형 AI는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하거나 보조 도구로 활용할 수 있어 제작 환경이나 기업 경영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 이라고 내다봤다.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콘텐츠 창작이 더욱 활성화돼 크리에이터 시장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특히 작가는 창작의 핵심적인 부분에 더 집중할 수 있을뿐더러 나아가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콘텐츠 제작 전 과정을 감독하고 관리하는 디렉터의 역할이 커지면 혼자서도 웹툰이나 애니메이션을 창작·유통하는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저작권 침해 분쟁 대비해야
생성형 AI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저작권 침해 분쟁이 발생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미지 제공업체 게티이미지가 “자사가 축적한 이미지를 무단으로 AI 학습에 활용했다” 며 스태빌리티 AI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게 단적인 예다. 생성형 AI가 학습하는 데이터는 결국 사람이 창작한 결과물이므로 원작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 활용과 저작권에 관한 제도 개선 및 법률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산업의 생성형 AI 활용 이슈와 대응 과제’ 란 보고서를 통해 “창작자에 의해 생성된 대규모의 이미지를 AI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는 것이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현행 저작권법에서 예외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 며 “생성형 AI로 제작된 창작물의 지식재산권을 인정할 수 있는 범위 기준을 마련하는게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또 빅데이터 전문 인력과 AI를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고 기존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도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 출처: 각 사 홈페이지,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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