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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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모꼬지가 키즈산업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자 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토크쇼를 열어 눈길을 끈다. 토크쇼 이름은 마시멜로우 캠프파이어. 어스름한 저녁 무렵 캠프에 피워놓은 불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마시 멜로를 구워 먹으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자는 뜻에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지난 1월 ‘펀드 전문가와 함께하는 애니메이션 투자 ABC’ 란 주제로 마련된 두 번째 토크쇼가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스튜디오 모꼬지 윤상철 부사장의 사회로 손석인 대교인베스트먼트 상무, 정무열 이크럭스벤처파트너스 전무, 변권철 스튜디오 모꼬지 대표가 참석해 투자유치에 도움이 되는 꿀팁들을 공개했다. 이에 촬영 현장을 찾아 이들이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들어보고 발언 내용을 간추렸다. 토크쇼는 유튜브 채널 마시멜로우 캠프파이어(Marshmallow Campfire)-Talk Show, Online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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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이번 토크쇼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주제로 선정했다. 우선 애니메이션 제작이 줄고 있는 추세다.
변권철 한한령 여파가 크다. 하지만 중국도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어 수요가 예전만큼 많지 않다.
정무열 지금은 우리나라의 작품 기획력이 우위에 있지만 자본, 기술, 상품 제조, 유통은 중국이 우위에 있을 만큼 중국 애니메이션산업의 해외 의존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또 자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와의 공동제작도 줄고 있다.
손석인 각국의 애니메이션 지원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공동 제작 여력이 없다. 우리나라 제작사가 기획한 뒤 해외에서 메인 프로덕션을 찾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현지에서도 자국의 지원을 못 받고 있어 공동제작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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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투자용어들이 조금 어렵다. 일단 모태펀드란 뭔가?
손석인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다. 펀드를 만드는 데 출자해 주는 방식이다. 우리 회사는 모태펀드가 투자한 자펀드를 운용한다. 모태펀드 운용사에 찾아가 ‘우리가 이런 펀드를 만들 테니 투자해주세요’ 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대부분 정부자금인데 1년에 3∼4차례 선정한다. 지원 후 선정되면 모태펀드 운용사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펀드를 결성한다.
정무열 애니메이션 펀드의 경우 대게 정부출자 비율이 70% 정도이며, 나머지 30%는 운영사가 민간자금을 유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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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기대하는 수익률은?
정무열 정해놓은 건 없지만 기준 수익률이라는 건 있다. 의무적인 조항은 아니다. 펀드 운영사는 기준 수익률 이상을 올리려 한다. 목표치 초과 달성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분야는 다른 업종에 비해 기준 수익률이 낮다.
손석인 펀드 존속 기간이 보통 7∼9년 정도인데 연장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기간 내내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투자기간은 3∼4년간이며 나머지는 회수기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제작사들은 펀드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투자사를 접촉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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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애니메이션 펀드로 지분 투자도 할 수 있나?
정무열 투자사 입장에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지분 투자를 선호하지만 리스크가 높아 여러 가지를 고민하게 된다.
변권철 제작사 입장에서는 여러 파트너들이 모이므로 프로 젝트 투자를 조금 더 선호한다.
손석인 프로젝트 투자는 작품이 방송되고 나서 어느 정도 회수된다. 그러나 지분 투자는 기업이 성장해 유가증권 시장에 진입해야 수익을 거둘 수 있는데, 그런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프로젝트 투자를 하는 것이다. 제작사나 투자사, 정부 모두 돈을 벌자고 하는 일이지만 애니메이션 펀드는 산업 진흥의 목적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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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투자사들이 좋아하는 제안서가 있나?
손석인 콘텐츠 분야 제안서는 간단한 것 같다. 간략하게 핵심만 간추려서 보여주면 된다. 스태프의 주요 이력, 프로젝트 예산, 향후 수익성 등 어느 정도 포맷이 정해져 있는 것아닌가. 여기에 맞춰 만들면 되는데, 강한 인상을 남기려면 짤막한 맛보기 영상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변권철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작품 위주로 제안서를 꾸몄다. 사업 부문에 많은 내용을 넣지 못했다. 작품에 투자해달라고 했지 돈 버는 방법을 물어보면 어떡하느냐란 생각이었다.
정무열 콘텐츠 트렌드에 따라 제안서를 작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요즘은 흐름이 빠른 만큼 사업 준비가 돼 있는지 아닌지를 먼저 본다. 막연한 사업계획서를 주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내용은 별반 차이가 없다. 바뀌어야 할 것은 내콘텐츠를 사전에 어떻게 띄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바로 마케팅에 대한 부분이다. 투자사 관점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투자사가 좋아하는 제안서는 양은 적되 핵심만 간추린 것이다. 워낙 많은 프로젝트가 들어오는 만큼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때문에 짧은 시간에 사업 내용과 프로젝트를 파악해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제안서를 만드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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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투자 제안은 언제 하는 것이 좋은가?
정무열 펀드는 지원의 성격도 있지만 원래 목표는 수익이다. 이들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추가적인 투자유치 없이 제작을 끝낼 수 있는 단계를 선호하지만 딱히 정해진 답은 없다. 언제든 가능하다. 사실 제안서가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므로 향후 거둘 수익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고 보지는 않는다. 대신 이익이 어느 정도 날 것인지에 대해 수치로 제시해야 하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손석인 제작사들이 제시한 대로 수익이 예상 목표치에 도달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목표치와 현실의 괴리가 크다. 그래서 수치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시나리오를 쓰고 목표를 위해 정진하겠다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정무열 목표치를 제시해도 감안해서 들여다본다. 수익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면 좋은데 막연한 미래의 100원보다 확실한 현실의 10원이 더욱 좋다. 또 수익 목표치에 근접하기 위한 프로세스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변권철 처음 투자 제안서를 쓸 때에는 모범답안지를 참고 했다. 지금은 그렇게 쓰지 못한다. 근거 없는 숫자를 보여줄 순 없지만 그렇다고 3개년의 수익 예상치를 쓰는 것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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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투자심의위원회는 어떻게 진행되나?
손석인 제안서가 투심위에 올라간다는 건 투자받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전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다. 투자자는 투자 대상이 발굴되면 IR을 진행한 뒤 논의를 거쳐 투심위 상정을 결정한다. 하지만 투심위에 올라가더라도 떨어질수 있다. 펀드를 운영하는 회사마다 다르다.
정무열 투심위는 회사 내 의사결정 임원들로 구성된다. 투심위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제작사가 담당 심사역을 설득하 고, 투심위에 상정되면 심사역이 내부 임원들을 설득한다. 따라서 심사역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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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제작 중간에도 투자받을 수 있나?
손석인 그렇다. 콘텐츠 투자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투자자에게 작품 완성에 대한 확신을 줘야 한다. 수치로 보여줄 순 없지만 제작자의 의지, 다년간의 경험, 지원사업 등받을 수 있는 역량을 지녔기에 나머지 제작비를 조달해 콘텐츠를 완성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투심위는 안건이 있으면 수시로 열린다
윤상철 투자 계약서를 쓸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내용이 있나?
정무열 기본적인 조항은 대동소이하고 주로 보는 건 투자 조건이다. 투자 계약서의 양이 많고 용어가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래서 제작사들은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 계약 의무에 대해 간과하는 사례가 많다. 의무불이행에 대한 페널티가 있다. 보고, 자금 사용, 용도 제한 등의 조항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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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투자유치 후 가장 중요한 점은?
정무열 문제 발생 소지가 있는 것은 투자사와 미리 협의해야 한다. 지금 얘기하면 문제될 것 같아 함구하다가 나중에 얘기할 경우 투자사에서 손쓸 수가 없다. 따라서 규정에 맞춰 진행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투자사와 지속적인 소통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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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마케팅비도 따로 투자받을 수 있나?
정무열 제안할 때 제작비와 분명히 구분하면 된다. 전체 비용 안에서 마케팅비를 포함시키느냐 안 하느냐는 투자자와 협의해 반영시킬 수 있다. 투자사 입장에서는 마케팅비를 넣으라고 권유한다. 제작비로만 투자를 받다 보면 마케팅비 조달이 어려우니 해외마켓 참여, 사업설명회 진행 등으로 마케팅 비용을 포함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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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소망은?
정무열 운영하는 펀드가 좋은 결과를 내면 좋겠다. 업계에 부탁하고 싶은 건 애니메이션산업의 가치와 어느 정도의 지원이나 자본이 필요하다는 점을 열심히 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의 가능성과 문화산업에 기여하는 역할에 대한 것이 많은데 아직 설득 논리가 부족하다.
손석인 어려울수록 지혜를 발휘해 험난한 파고를 넘어보자는 생각이다. 올해 애니메이션 펀드가 사라져 지원받기가 쉽진 않지만 업계 모두가 마음을 다잡고 극복해보자.
변권철 애니메이션은 자본도 필요하고 제작 시간도 길다.
이제는 어떻게 빨리 적은 비용으로 간단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 중이다. 잡초 같은 정신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여 대중성을 입증해 보이고 싶다. 오늘 심기일전한 자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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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을 진솔하고 간략히 써라”
내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안서는 간략한 것이 좋다. 심사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의심이 많다.(웃음) 따라서 조금 부족하더라도 자신의 강점을 가장 진솔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확신할 수 있게끔 사업을 진행하고 움직이는 것이 보여지도록 해야 한다.
대교인베스트먼트 _ 손석인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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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제작사 대표는 사업가가 돼야”
투자 제안서는 자신을 처음 소개하는 자료다. 투자사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경쟁력과 차별성이다. 수익에 대한 설명도 눈여겨본다. 제작비 100원이 드는데 매출 110원이 확실하면 투자한다. 매출 산정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결국 매출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자사 프로젝트의 경쟁력을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드라마, 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 제작사 대표는 사업가가 돼야 한다.
이크럭스벤처파트너스 _ 정무열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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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정보 공유하고자 토크쇼 마련”
애니메이션산업과 관련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만남이 줄어들어 가뜩이나 침체된 산업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온라인이 활성화된 이번 기회에 지식과 경험, 정보를 서로 나눠보자는 생각이었다. 직접 만나서 물어보기 어려운 민감한 이슈나 관심 있는 사항들을 대신 질문해 궁금증을 해소하는 방식이다. 토크쇼는 정기적으로 열 예정이다.
스튜디오 모꼬지 _ 윤상철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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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1.3월호
출처 :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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