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파장… 움츠러든 문화예술계

/ 기사승인 : 2020-03-04 09: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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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전 세계적 으로 확산되면서 경제에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에서만 수만 명이 감염되고 사망자가 2천여 명이 넘으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린 탓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확진자가 늘어날수록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영화관, 공연장 방문에 대한 기피도 심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작 개봉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공연을 취소하는 일도 잦아져 문화예술 관련 업계가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



직격탄 맞은 영화관… 신작 개봉 줄줄이 연기

신종 코로나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문화계 현장은 영화관이다. 확진자 1명이 CGV 부천역점에 방문한 사실이 삽시간에 퍼졌고 대중적인 장소라는 점이 고려되면서 영화관은 어느새 국민들이 가장 기피하는 장소 중 한 곳이 됐다. 상황이 악화되자 CGV 부천역점은 임시 휴업을 선언했고 이후 다시 영업을 재개했지만 관객들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 었다. 이와 함께 지난달 5일 예정됐던 영화 ‘사냥의 시간’ 쇼케이스 행사는 취소됐고 7일 ‘말죽거리 잔혹사’ 관객과의 대화 행사도 잠정 연기됐다. 애니메이션 ‘더 프린세스:도둑맞은 공주’도 개봉을 미뤘다.


선제적 대응의 일환으로 영화관 곳곳에 손소독제와 질병관리 예방수칙 전단 등을 비치하고 관객을 응대하는 직원의 경우 모두 마스크를 쓰도록 한 뒤 방역조치도 이중, 삼중으로 하고 있다. 이후에도 곧장 영업을 재개하지 않고 소독과 청소를 거쳤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화 관객 수는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월 총관객 수는 1,684만 994명으로 집계돼 지난 2012년(1,662만 8,650명) 이후 최하점을 찍었다. 지난 1월 20일 신종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상황이 걷잡을 수없이 악화된 것이다.

영화관의 한 관계자는 “출입문 손잡이, 엘리베이터 버튼 등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염 경로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영화관이나 백화점이 그런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현장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우려했다. 다른 영화 관계자는 “세대별 반응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어린이나 노년층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연도 취소 잇따라 ‘문화가 있는 날’ 갑론을박

영화관뿐 아니라 각종 문화행사들도 줄줄이 취소, 연기되거나 잠정 보류되고 있다. 지난달 예정됐던 아이돌 그룹 위너의 싱가포르 콘서트, 악동뮤지션(AKMU)의 창원 콘서트, 백지영 콘서트가 모두 취소됐고 김태우의 소극장 콘서트도 잠정 연기됐다. 뮤지컬 장화 신은 고양이 비긴즈, 공룡 타루도 안전을 위해 환불 비용, 대관료 등 막대한 손해를 감수했다. 또한 각 지자체들의 공연장들도 방역을 위해 부분 폐쇄하거나 예정됐던 행사를 미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진행됐던 문화가 있는 날을 두고도 의견이 나뉘고 있다. 영화관·공연 장·미술관·박물관 등 전국의 주요 문화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부 주도의 행사들이 코로나 여파로 인해 위기에 몰린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취소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문체부 대변인은 지난달 3일 열린 브리핑 자리에서 “현재 1, 2차관 중심으로 비상 대책 상황반을 운영하며 매일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며 “지난달엔 정상적으로 문화가 있는 날 행사를 치렀는데, 이번 달 전격 취소 결정을 내리기엔 정부의 전체적인 지침을 봐야 할 것 같다” 고 말을 아꼈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현장에선 작은 위험 상황에 대비해 취소나 연기가 잇따르고 있는데, 정부가 늑장 대응식으로 아직 결정을 못 내리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전국의 문화행 사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 이용한 ‘도 넘은 마케팅’ 눈살

감염 우려로 많은 공연들이 취소되는 가운데 일부 공연들의 도 넘은 마케팅도 관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취소 표가 잇따르자 반값 특별 할인을 진행하며 관람객 잡기에 나선 것인데, 번개맨 뮤지컬의 경우 50% 할인과 함께 ‘관객이 줄어 여유롭고 쾌적한 관람이 가능하다’는 문자까지 전송한 것으로 알려져 반감을 사고 있다. 티켓을 구매했던 고객은 “아이들과 함께 보는 공연인 만큼 부모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취소하는 것”이라며 “취소 표로 인해 자리가 널찍해서 더 안전할 것이라고 공지하는 것은 올바른 조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위축된 업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안전을 기반으로 한 대책이 필요한 때다.


사진: 각 사 제공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0.3월호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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