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치로와 친구들이란 작품에 클래식을 접목시키는 기획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사실 오래전부터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시즌4를 끝내고 3년간의 휴식기를 가질 때 아이디어 차원에서 크리스마스캐럴을 부르는 뮤직 애니메이션을 샘플로 제작해봤는데 반응이 썩 괜찮았다. 그래서 로보카폴리 시즌5 를 기획하면서 본편을 압축한 뮤직 드라마 형식의 스핀오프 작품을 먼저 선보이게 됐다.” 로보카폴리의 컴백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친구들의 아우성에 오늘도 머리를 싸매고 폴리와 씨름 중인 엄준영 감독을 만났다. 로보카 폴리 시리즈를 만드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의무이자 책임이 됐다고 말하는 엄 감독에게 로보카폴리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신작을 소개한다면?
로보카폴리 쏭쏭뮤지엄은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인기 전래동요(Nursery Rhyme)를 로보카폴리만의 개성 있는 이야기와 새로운 편곡 및 개사로 선보이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생일 축하합니다, 반짝반짝 작은 별, 마법의 시간 등 해외 전래동요 25곡과 창작 1곡으로 구성됐다.
기존 시리즈와 달리 음악을 소재로 했는데?
기존 시리즈는 브룸스타운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소동과 문제들을 구조대가 해결하는 이야기다. 긴장감 있는 이야기를 통해 박진감 넘치는 구조대의 활약을 보여주고 사랑, 우정, 믿음, 협동, 배려 등의 여러 주제를 다루면서 아이들에게 작은 교훈을 전달하고자 했다. 로보카폴리 쏭쏭뮤지엄도 노래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교훈을 전달하려는 점은 기존 시리즈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드라마의 긴장감과 구조대의 활약에 집중하기보다 노래가 가진 음악적 정서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한 점이 다르다. 기존 11분의 드라마 형식이 아닌 5분 정도의 짧은 드라마로, 쏭쏭뮤지엄에 모인 구조대원들이 지혜를 모아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찾아낸 뒤 뮤직비디오를 보여주고 각자의 감상을 나누며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액자식 구성을 하고 있다.
음악이 중심이 되다 보니 이전 작업과 달랐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이번 작업이 예전 작업보다 더 힘들고 어려웠던 것같다. 자동차 캐릭터의 비중이 사람 캐릭터보다 훨씬 높은 로보카폴리의 세계관을 잘 반영하면서 노래가 담고 있는 정서와 내용을 잘 표현해야 했는데, 그것이 가능한 노래를 선정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로보카폴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팬이 있어 노래와 장면이 어느 나라에서 듣고 봐도 어색하지 않게 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또 선정한 노래의 대부분이 해외에 기원을 둔 것들이어서 국내 방영을 위해서는 한국어로 번안하는 과정이 필수였는데, 아무리 익숙한 멜로디의 노래라 하더라도 우리말로 번안돼 있는 곡이 많지 않았다. 아예 번안이 불가능해 보이는 노래도 많았다. 그런 경우는 개사를 할 수밖에 없는데 가사가 해외에서 다시 원어로 전달됐을 때 노래가 가진 정서와 영상에 담긴 이야기가 크게 어긋나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바꾼 가이드를 정하고 장면을 구성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어떤 노래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멜로디와 가사를 지녔지만 원어로 들었을 때는 완전히 다른 내용을 담고 있어서 어떤 기준을 따를지 애먹었다. 이럴 땐 원래 내용을 최대한 반영해 개사했다. 또 역사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을 기반으로 하는 곡들도 발견했는데, 그런 노래들은 배제하면서 로보카폴리 세계관으로 표현이 가능하고 개사를 해도 기존의 정서를 해치지 않는 노래를 선정하는 과정이 아주 힘들었다. 11분짜리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보다 더어려운 과정이었다. 그렇게 수백 곡의 리스트 중 25개를 고르고 결국 1곡은 창작곡을 만들어 26개의 곡을 완성했다.
시청자들에게 기대하는 반응은?
로보카폴리 쏭쏭뮤지엄은 기존 시청자보다 조금 더 어린아이들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기존 시리즈의 시청층이 4~6세 정도였다면 이번 시즌은 2~3세 어린 친구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과 호흡을 갖고 있다. 로보카폴리에 입문하기 위한 콘텐츠라고 할까.(웃음) 기존 시리즈에서는 선보이지 않았던 다양하고 재미있는 상상의 공간과 풍성한 볼거리를 주기 위해 애썼다.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봐줬으면 좋겠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는 5분 동안 만큼은 아이들이 아주 즐겁고 행복했으면 한다.
올해는 로보카폴리 탄생 10주년이다. 감독으로서 소회는?
로보카폴리를 이렇게 오래 만들게 될지는 몰랐다. 벌써 10 년이라니. 처음 만들 때 두 아이의 나이가 세 살, 다섯 살이 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더 잘 헤아려보려고 로보카폴리를 기획했는데 10년간 작품을 만들면서 정작 아이들에겐 좋은 부모가 되어주지 못해 많이 반성하기도 했다. 로보카폴리의 이야기에는 어른으로서, 부모로서의 반성이 담겨 있기도 하다. 결국 로보카폴리의 10년이 나를 어른으로, 부모로 성장시켜준 셈이다. 참 고마운 작품이고 그런 시간을 보낼수 있었던 것은 로보카폴리를 오랫동안 사랑해준 어린이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로보카폴리를 사랑해주는 모든 어린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쏭쏭뮤지엄 이후의 작품 계획은?
현재 로보카폴리 시즌5를 기획하고 있다. 기존 시리즈와 같은 형식인 11분짜리 오리지널 에피소드다. 시청자들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많은 기대 바란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0.7월호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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