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신스틸러 _ 애니메이션 속 그 목소리 _ 성우 박성영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2-12-02 11: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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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듣고 있으면 용모가 아름다운 청년이 떠오르는 나긋나긋한 음색이 귀에 착 감긴다. 지적이면서도 차가운 역이 잘 어울리는 성우 박성영은 가면라이더 이그제이드를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차분하면서도 장난기가 엿보이는 눈빛이 진중하면서도 익살스러운 그의 목소리를 빼닮았다.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2016년 대원방송 7기 공채로 데뷔했다. 조용하고 내성적이지만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장난을 잘 치는 편이다. 개그 욕심이 있어 웃기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코믹한 캐릭터를 맡으면 웃겨보려는 욕심이 과해 연기할 때 티 나기도 한다.(웃음)


성우란 직업을 택한 계기가 있었나? 어릴 적부터 성우 팬이었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게임 등에 나오는 목소리를 좋아했다. 고등학생 시절 성우 연기에 푹 빠져 있던 날 보고 어머니께서 지나가는 말로 “성우 해보려고 그러니?” 라고 물어보셨다. 엄두가 나지 않던 성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그때 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차츰 팬심이 욕심으로 바뀌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건 군 복무를 마친 2012년부터였다. 여러 곳에 응모했지만 1차 테스트도 통과하지 못하고 떨어지기 일쑤였다. 8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처음으로 대원방송의 1차 시험을 통과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막상 행운이 찾아오니 얼떨떨하고 두려웠다. 대학 졸업식 전날 투니버스 낙방 소식을 듣고 앞날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성우가 되겠다는 마음을 다잡았고 여러 번 도전한 끝에 대원방송에 합격했다.


대표작을 소개해달라 대중이 알 만한 작품으로는 애니메이션 바다탐험대 옥토넛의 포니, 연애 하루 전의 이연우, 원피스의 캐번디시, 빨강머리 앤의 길버트 블라이스, 헬로카봇의 카봇 페이저, 스파이 패밀리의 윌터 에반스, 특수촬영물 가면라이더 이그제이드의 정세헌 역을 꼽을 수 있다. 게임에서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불페라, 그랑사가의 두억시니를 연기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어떤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나? 예전에는 에너지 넘치고 활발하면서 장난기 많은 캐릭터가 잘 어울렸다. 이제는 친근하고 인간미 넘치는 청소년이나 20대가 연기하기 편하다. 주인공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신스틸러 캐릭터를 주로 맡았다. 지적이고 생각이나 태도가 묵직한 인물이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나중에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 지금은 그렇다는 얘기다.(웃음)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직면한 인물을 연기할 때도 편하고 재미있다. 사실 이지적이고 차가우면서 시니컬한 인물 연기가 자신 있는데 그런 배역은 잘 오지 않더라.(웃음)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동물 탐정단의 샘이다. 이 작품은 과학적 사실과 추리력, 멋진 장비로 무장한 특수요원 샘과 키트가 동물왕국의 수많은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귀엽고 익살스러우면서도 늠름한 샘이란 캐릭터와 에피소드들에 감정이입이 잘돼 스스로도 연기가 매우 만족스러웠고 재미도 있었다. 궁합이 잘 맞은 작품이었다고 할까. 곧 새 이야기가 나올 테니 많은 관심 바란다.


성우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성우라면 끊임없이 탐구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예전에는 오래 활동한 선배님들은 실력이 이미 경지에 이르러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꾸준히 연구하고 탐구하고 분석하고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걸 만들어내면서 자신을 계발하는 것이 중요하더라. 계속 경험하면서 공부하고 찾아야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 프리랜서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개인적인 고민이 있어 세상을 좀 아는 어른에게 상담을 받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스스럼없이 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지 생각하다 문득 정재헌 선배님이 떠올랐다. 그래서 무작정 전화해 “소주 한잔 하고 싶다” 고 했더니 두말없이 응해주셨다. 속내와 고민을 따뜻하게 들어주신 게 편했던지 내 얘기만 계속했던 것 같다. 다음 날까지 숙취에 시달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급만남 이후로 정 선배님과 돈독해졌고 든든한 우군이 생겼다는 생각에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 성우 지망생 때부터 팬이었던 정 선배님과 함께 일하고 연락하고 지낸다는 게 지금도 가끔은 믿기지 않는다.


박성영에게 성우란? 짧게 표현하기엔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취미이자 오락이자 사랑했던 성우가 직업이 됐다. 보통 사랑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게 되면 만족감은 클지라도 크고 작은 현실적인 문제와 마주하기도 한다는데 난 예외인 듯하다. 성우로서 일하는 매 순간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오래도록 성우로 남고 싶은 마음에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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