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재 교수와 함께하는 AI 활용 가이드] 난 인간인데, 왜 내 글을 의심하게 됐나

김한재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6-04-22 14: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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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을 쓰다가 스스로 멈추는 순간이 생긴다. ‘순간’이라는 단어를 썼다가 지웠다. ‘지평을 넓힌다’는 표현을 쓰려다 삭제했다. 내가 자주 쓰던 말인데, 요즘은 그 단어들이 나올 때마다‘이거 AI 냄새 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앞선다.


이상한 일이다. 나는 인간인데, 내 글이 AI처럼 보일까봐 내 언어를 검열하고 있다. 그 불편함이 이 글을 쓰게 만들었다. AI가 어떤 단어를 어떤 구조로 반복하는지 알면, 적어도 의심받지 않고 내 말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AI가 유독 자주 쓰는 단어들
아래 이미지는 AI 생성 텍스트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빈도로 등장하는 표현들을 모아놓은 단어들이다. 틀린 단어가 아니다. 오히려 좋은 단어들이다. 그래서 더 문제가 된다. AI가 학습 과정에서 ‘좋은 글에 자주 쓰이는 단어’로 인식한 것들이 여기 몰려 있다.

 


이 단어들이 나쁜 게 아니다. 문제는 이 단어들이 구체적인 장면 없이 쓰일 때다. ‘그 순간, 지평이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는 문장은 문법적으로 완벽하지만,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어떤 순간인지, 무엇이 넓어졌는지가 없다. AI가 이 단어들을 자주 쓰는 이유도 같다. 구체성 없이 지적인 인상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AI가 반복하는 문장 구조
단어보다 더 깊이 박혀 있는 것이 구조다. AI가 생성한 글에는 반복되는 뼈대가 있다. 한 번 보고 나면 이후로는 어떤 글을 읽어도 이 구조가 먼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작법서를 닥치는 대로 보고 있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이 패턴들은 틀린 것은 아니다. 경험 없이도 작동한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이 단어와 패턴들을 버려야 할까? 아니다. ‘순간’은 좋은 단어다. ‘지평’도 마찬가지다. 이 구조들도 수십 년간 좋은 글이 검증해온 방식이다. 문제는 단어도, 구조도 아니다. 그것을 채우는 재료가 무엇이냐다.

 

 

나는 아마 앞으로도 ‘순간’이라는 단어를 쓸 것이다. 다만 그 앞에 어떤 순간인지가 먼저 와야 한다는 것을 이제 안다. 단어를 지우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다. 그 단어 앞에 장면을 놓는 것이 해결책이다.


쓰고 있는 문장이 내가 직접 본 것에서 출발하고 있는가, 아니면 패턴에서 출발하고 있는가만 유지하며 글을 쓸 수 있다면 AI의 구조를 빌리되 AI의 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내 언어를 검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나는 인간이니까. 



김한재
·강동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콘텐츠과 교수
·애니메이션산업, 캐릭터산업, 만화산업 백서 집필진
·저서: 생성형 AI로 웹툰·만화 제작하기(2024) 외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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