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투명한 비전, 강도 높은 노동량, 낮은 처우 탓에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오늘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PD들이 있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현장의 PD들을 만나 애니메이션을 향한 그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장인 정신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라인 PD가 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다. 강치아일랜드 시즌2 제작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시즌1 때는 일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뒤늦게 합류하다 보니 따라가는 게 조금 버거웠는데 지금은 훨씬 나아졌다. 라따뚜이란 작품을 참 좋아한다. 쥐가 요리사를 꿈꾼 것처럼, 누구라도 꿈꾸지 못할 꿈은 없다는 메시지가 마음에 와닿았다. PD가 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인생에 큰 계기를 만들어 준 작품이다.
원래 애니메이션 PD를 꿈꿨나?
영상디자인을 전공했다. 처음에는 영상 편집자를 꿈꿨다.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했지만 사실 그림을 전혀 못 그려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건 아예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그런데 3D 애니메이터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손이 아니고 프로그램으로 그림을 만드는 거니 해볼 만하겠더라. 그림의 완성도보다는 어떻게 재미있게 표현할지에 집중했더니 교수님도 애니메이터가 잘 어울린다고 추천했다. 그래서 한 3년간 애니메이터로 다양한 작품 제작에 참여했다. 그런데 점차 PD가 되고 싶은 생각이 커졌다. 일이 반복적이고 주어진 분량을 끝내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나중에는 그렇게 좋던 애니메이션도 보기가 싫어지더라. 그래서 초심을 찾으려고 PD가 되기로 결심했다. 한 파트에만 머무르지 않고 제작 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 좋다. 개인적으로도 바쁘게 일하는 걸 즐긴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는다면?
강치아일랜드다. PD로서 제작 전반을 이끄는 첫 작품이라 의미가 크다. 캐릭터들도 너무 사랑스럽다. 특히 망치라는 보라색 강치가 있는데 힘이 세지만 행동은 귀여운 강약약강 스타일이라 애정이 간다. 애니메이터로 직접 참여한 캐치 티니핑은 한 명의 시청자로서도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을 공부할 때 참고할 겸 틀었다가 넋 놓고 봤을 정도다. 시즌6에도 참여할 기회가 있었지만 PD가 되려고 과감히 포기했다.(웃음)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움직임이나 디자인이 내가 의도한 대로 잘 나오고, 보는 사람들이 그런 포인트를 알아봐 줄 때 정말 기쁘다. 어느 디자인을 놓고 감독님과 의견이 같을 때는 ‘아직 감이 살아있네’라는 생각에 기분이 으쓱해진다. 반면에 의도한 게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조금 속상하다. 수정을 반복하다 보면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와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즐거움도 줄어들 때가 있다. 그렇다고 겉으로 내색하진 않는다. 내향적인 성격인데 감정 조절을 나름 잘하는 편이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동력은 뭔가?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내가 참여한 작품이 세상에 남는다는 게 활동을 이어가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 사실 만드는 게 힘들고 야근도 많고 돈도 그렇게 많이 못 버는 게 애니메이션인데 나도 가끔 ‘왜 이 일을 시작했을까?’돌아보기도 한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나면 그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사라지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보여 지게 된다. 그게 큰 힘이 된다. 작품에 참여했다는 자부심이 다음 걸음을 내딛게 한다.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나 이야기가 있다면?
지금은 강치아일랜드에 몰두하고 싶다. 시즌1은 강치들이 사고를 치고 이를 수습하는 내용이 중심인데 시즌2에서는 강치들을 위협하는 악당 캐릭터가 등장하고 협동심으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이야기로 꾸며진다. 흥행에 성공해 시즌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재미있다는 말이 돌고 오래 기억에 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칭찬도 좋고 부족함을 꼬집는 피드백도 좋으니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많은 관심을 보내주길 바란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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