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투명한 비전, 강도 높은 노동량, 낮은 처우 탓에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오늘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PD들이 있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현장의 PD들을 만나 애니메이션을 향한 그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장인 정신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올해 8년 차 PD다. 회사에 나보다 더 오래 한 분도 계시는데 어느덧 고참급이 됐다. 제작 총괄을 맡고 있어 만드는 작품 모두 한 번쯤은 내 손을 거친다. 지금은 뿡뿡빵빵 부부맨 시즌2 기획에 몰두하고 있다.
원래 애니메이션 PD를 꿈꿨나?
전혀.(웃음) 사진이 전공이다. 영상학을 복수 전공했는데 팀원들과 지지고 볶고 밤새도록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어 영상 제작에 꽂힌 적은 있다. 그때는 실사 작품을 만들고 싶어 촬영감독을 꿈꿨다. 근데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웃음) 그렇다고 졸업 후에 영상 관련 일을 한 건 아니었다. 이것저것 해봤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뭘 더 배워볼까 해서 대학원에 들어갔는데 김탁훈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잊고 있던 애니메이션에 다시 흥미를 느꼈다. 크면서 관심사가 달라졌지만, 어릴 적엔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끼고 살았을 정도로 즐겨 봤다. 애니메이션 PD가 된 건 김 교수님의 영향이 크다. 한 가지 일을 오래 못 하는 성격인데 이 일을 여태 하고 있는 걸 보면 결국 재미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일을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업무 특성이나 일하는 방식이 적성에 잘 맞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는다면?
뿡뿡빵빵 부부맨 시즌1이다. 제작 PD를 맡은 첫 프로젝트였다. 제작 PD로서 처음 경험한 애니메이션의 모든 공정이 신선했고 그만큼 또 재미있었다. 그래서 더 신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최종 결과물이 나왔을 땐 정말 누구보다 기뻐했다. 더구나 시청 반응도 좋았고 인기도 꽤 얻어서 나만의 최애작으로 꼽고 싶다. 지금 시즌2를 준비 중인데 초반 기획 단계인데도 벌써 신난다. 기대가 크다. 잘됐으면 좋겠다.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 아쉬운 순간은 언제였나?
내가 생각한 만큼 영상이 잘 나왔을 때다. 보통 생각보다 좋게 나오기 쉽지 않은데 딱 보고 희열이 감도는 결과물을 접할 때 엄청 짜릿하다. 나중에 힘들 때가 있으면 그걸 돌려보기도 한다. 기획안이나 피칭 자료, 대외 홍보자료를 만들 때도, 내 손을 타고 뭔가 마음에 쏙 드는 게 나왔을 때도 그런 감정을 느낀다. 팀원들에게 맡긴 일이 퍼즐처럼 빈틈없이 딱딱 맞아떨어질 때도 그렇다. 1년에 몇 번 안 되는데 그 느낌이 워낙 강렬해서 이 일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 반대로 뜻대로 안 될 때는 신경이 곤두선다. 성에 안 차는 결과물로 남은 과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을 때도 나도 모르게 날카로워진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동력은 무엇인가?
자기만족이 아닐까. 애니메이션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콘텐츠다. 그렇게 고생하고 쥐어짜서 결과물이 나아진 걸 보고 다같이 환호하는 그 순간이 좋다. 퍼즐을 완성한 뒤 느끼는 짜릿함이랄까. 그림이 움직이고, 캐릭터와 배경을 입혀 생명을 불어넣은 결과물이 나왔을 때 뭉클하다. 프레임 단위로 그림을 솎아내고 수정하고 편집해 영상에 새로운 리듬을 만드는 과정이 그저 재미있다. 데드라인이 다가오면 압박감이 심해지고 힘들어서 가끔은 도망치고 싶지만, 그래도 끝내고 나면 속이 후련하다. 마치 알을 깨고 나온 기분이다.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나 이야기가 있다면?
새로운 작품을 기획할 때 해보고 싶다고 늘 얘기하는 게 바로 소년 만화다. 캐릭터의 레이어가 깊고 넓은 걸 선호한다. 영화나 드라마 속 캐릭터는 다층적이고 입체적인데 어린이물은 복잡하게 그릴 수 없어 조금 아쉽다. 사건이 얽히고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그린 작품을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다. 뾰족뾰족 포크가족 시리즈의 스핀오프나 성인 버전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다. 꼭 공중파가 아니어도 플랫폼이 다양해진 만큼 새로운 방향으로 가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보자고 우리끼리 결의를 다지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일단 뿡뿡빵빵 부부맨 시즌2에 올인하겠다.(웃음)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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