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의 인기 교육 애니메이션 <넘버블록스>가 뮤지컬로 찾아온다. 세계 최초로 무대에 오르는 가족 뮤지컬 넘버블록스는 3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시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막을 올린다. 대교, 알파블록스, 블루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펭귄랜덤하우스코리아가 함께 준비한 뮤지컬의 기획과 제작은 브러쉬씨어터가 맡았다. 드로잉과 라이브 연주, 프로젝션 매핑 기술이 어우러진 융복합 미디어 공연 ‘두들팝’으로 세계를 휩쓴 브러쉬씨어터가 보여줄 무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간 창작 아동극을 선보였는데 남다른 철학이 있나?
연극영화과를 나왔다. 학교 다닐 때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나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배웠는데 사실 재미가 없었다. 어떤 재미를 주는 작품인지는 알겠는데 내 취향이 아니었다고 할까. 시의성이 있거나 깊이 생각해야 하는 작품보다 직관적이고 관객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공연을 더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코미디나 가족물에 끌렸다. 꼭 어린이를 위한 공연을 보여줘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진 건 아니었다. 그저 내가 좋아한 걸 만들다 보니 가족극으로 집중됐다고 말하는 게 더 맞겠다.
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한 공연은 이번이 처음 아닌가?
그렇다. 예전부터 여러 곳에서 제안을 많이 받긴 했는데 사실 우리가 하고 싶었던 건 공연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두들팝 시리즈나 드래곤 하이의 경우 상상이 가득한 동화 같아서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기에 딱 좋다. 공연은 순간적으로 큰 즐거움을 주지만 그만큼 휘발성도 강하다. 한번 보면 여운이 금방 사라지고 만다. 만화나 책, 애니메이션과는 성질이 다른 콘텐츠다. 그런데 처음으로 라이선스 공연을 하게 된 건 캐릭터의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동안 창작극을 알리는 게 정말 힘들고 어려웠다. 공연 외 수익 사업을 벌이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는데 캐릭터 비즈니스를 접하고 나서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원작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단순하면서도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원리나 이치를 알려주는 애니메이션은 보지 못한 것 같다. 숫자 안에 세상을 이루는 규칙이나 철학이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교육적이면서도 엔터테인먼트가 강한 작품을 만든 원작자가 대단하고 존경스러웠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IP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한국에서 만든 최초의 넘버블록스 뮤지컬이란 타이틀로 전 세계로 수출한다면 큰 의미가 있을 거라고 본다. 이런 게 하나씩 쌓이면 디즈니 같은 빅 IP사의 공연도 우리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생동감 있는 무대를 어떻게 보여줄 건가?
주연이 블록 형태라서 지금까지 배우가 연기했던 일반적인 공연과는 조금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배우가 탈인형을 쓰고 캐릭터를 연기하면 동작이 단순해지고 감정 전달력이 떨어진다. 스토리텔링도 어렵다. 그래서 여러 방법을 시도해 보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고 있다. 캐릭터가 그려진 옷을 입은 배우가 연기하거나 꼭두각시 인형극을 삽입하는 식이다. 숫자 100의 경우 구조물 높이가 5m가 넘는데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 연기하는 게 어떨지를 놓고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어린이와 부모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관람 포인트를 꼽는다면?
1과 1이 더해져 2가 되는 블록들이 눈앞에서 실제로 분리되고 합쳐지며 마법을 보여주는 부분이 재미 요소다. 각자 성격이 다른 숫자 캐릭터를 의인화해 배우가 보여주는 입체감 있는 연기도 볼만하다. 기존 애니메이션 음원과는 다른 뮤지컬 음악의 웅장한 감동도 느껴보길 바란다. 큰 공간에서 감동과 울림을 주는 메시지를 노래에 담다 보니 편곡을 많이 했다. 영국과 한국의 모든 관계자가 최고의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넘버블록스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는 팬이라면 뮤지컬로 변주한 이번 작품을 꼭 한번 만나보면 좋겠다.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25개 도시를 돌면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가능하다면 유럽, 북미 등 해외로도 진출해 볼 생각이다. 많은 기대와 관심 바란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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