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맛집이라 불리는 곳에서 음식을 먹기 위해 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맛집의 특징은 이렇다.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고 속도도 더디다. 또 다양한 메뉴를 취급하기보다 단일 메뉴나 잘 팔리는 메뉴에만 집중한다. 모든 맛집이 이렇다고 할 순 없지만 대부분의 맛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 것만은 확실하다.
뜬금없이 맛집 타령, 메뉴 타령이냐고 물을 수 있겠다. 웹툰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이야기를 해야 하기에 이해하기 쉽도록 맛집을 예로 들었다.
웹툰은 매년 제작 규모가 커지고 있다. 현재 3,000건 이상의 신작이 나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작가와 스튜디오도 늘고 있다. 이는 웹툰산업 성장 규모에 비례한다.
이처럼 독자들을 대상으로 많은 작품이 쏟아지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장에 존재하는 웹툰 플랫폼들의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늘어나는 작품 수에 비해 웹툰 플랫폼 수가 충분하다고 할 수 없는데 그중에서도 웹툰 맛집이라 불리는 곳에만 작품들이 몰리고 있다. 맛집에서 음식을 먹기 위해 줄 서는 걸 감수하듯 작품 연재를 위해 소위 잘나가는 웹툰 플랫폼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또 맛집이 매출과 효율성을 위해 단일 메뉴나 잘 팔리는 특정 메뉴에만 집중하듯 잘나가는 웹툰 플랫폼도 흥행되는 특정 장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수치로만 보면 수많은 작품이 제작되고 있음에도 작품의 장르는 단일 메뉴에만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맛집에 들어와 테이블에 앉으면 알아서 정해진 메뉴가 나오는 것과 같다. 맛집에 왔으니 인기 메뉴를 먹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지만, 식당의 경우 손님이 다른 메뉴를 먹고 싶으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선택지가 많으나 웹툰 플랫폼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대표적인 맛집 근처에 유사 식당들이 생겨 특정 메뉴를 다루는 먹자골목이 조성되는 것처럼 웹툰 맛집으로 대표되는 웹툰 플랫폼과 함께 유사 장르를 다루는 웹툰 플랫폼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플랫폼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독자들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맛보고 싶어도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정해진 장르 외의 작품들을 맛볼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특정 웹툰 플랫폼으로 작품이나 독자들이 몰리는 현상과 인기 장르에만 집중하는 것을 잘못된 행위로 규정하거나 단속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래서는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
웹툰산업이 정상적으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간섭과 강제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때문에 단기적인 관점의 이익이나 자신의 유리한 이점을 위해 웹툰산업에 강제와 규제를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육성과 장려를 위한 지원을 바탕으로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환경을 구축하려는 노력이다. 지금의 웹툰 맛집은 맛집의 품질을 유지하고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다만 웹툰 맛집이 다루는 메뉴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선택하거나 즐길 수 있는 식당들이 함께 존재해야 한다.
이미 앞서 나간 이들에 대한 제재보다 후발주자들이 실험과 여러 시도를 통해 다양한 메뉴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들을 통해 지금의 웹툰산업에 절실한 다양성 장르를 전문으로 하는 중소형 웹툰 플랫폼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것이 지속성장이 가능한 선순환 생태계 구축의 첫걸음이다.
국내 웹툰시장은 정말 포화상태인가?
우리나라 웹툰시장은 포화상태일까. 난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국내 웹툰 플랫폼들은 수용성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그렇게 보면 국내시장을 포화상태로 볼 수 있지만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특정 장르만 포화상태다.
특정 장르에만 몰려 있는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지식·교양, SF, 추리, 미스터리, 공포, 역사, 스포츠,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구비해 독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창작을 지원하고 이들을 담아낼 중 소형 전문 웹툰 플랫폼을 육성해야 한다.
따라서 국내시장은 다양성 장르가 여전히 많아져야 하기에 포화상태라고 볼 수 없다.
해외시장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많이 존재하는데 우리나라 웹툰이 글로벌 진출을 노린다면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해외 독자들의 니즈에 부응해야 한다.
반대로 해외 작가들과 웹툰기업들이 장르가 편중된 우리나라 시장의 빈틈을 노리고 들어온다면 대응책을 찾지 못해 지금까지 유지해온 선두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글로벌 웹툰시장은 가능성과 희망을 제시하는가?
글로벌 진출을 위해 무수히 많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본과 인프라가 탄탄한 기업들이 해외시장의 기반을 다지고 정부는 중소업체들의 진출 루트를 확보해줘야 한다. 이 과정에는 반드시 해외 현지 플랫폼, 현지 스튜디오, 현지 작가들의 전략을 파악해야 하고 그들이 한국시장에 진입할 때 대안을 세워두는 것도 필요하다.
아쉬운 일이지만 현재 국내 웹툰산업에서는 창작자와 기업의 대립이 점차 극에 달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창작자와 기업은 서로 신뢰하고 힘이 돼주며 상호보완해야 할 대상이지만 누군가가 갈등을 부추겨 자신의 입지를 다지거나 이익을 챙기려는 수단으로만 삼아 부작용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의 이기적인 사고방식과 행위는 무척 위험하다. 웹툰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균형과 상생을 유지하고 어느 한쪽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다양한 웹툰의 제작과 공급도 중요하지만 전문적인 번역과 해외 마케팅 등의 현지화 전략도 중요하다. 다음에는 해외 진출 지원 방안과 국내에서 준비하고 있는 해외 각국의 현지 법령정보 플랫폼 구축방안에 대해 알아보자.
서범강
· (사)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 아이나무툰 대표
아이러브캐릭터 / 서범강 회장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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