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산업의 가장 최우선 목표인 지속 성장 가능한 선순환 구조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과 글로벌 웹툰산업의 시대에 선두 지위 유지를 위해 늘 언급되는 것이 있다. 바로 웹툰의 다양성 활성화다. 이를 제대로 추진하고 달성하려면 먼저 다양성의 개념과 방향에 대해 명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다양성이란무엇인가?
다양성을 주제로 얘기할 때 가장 흔히 또는 대표적으로 언급하는 용어가 대안 만화, 인디(독립) 만화, 실험 만화, 비주류 만화다. 이들 만화의 형식도 다양성 범주에 들어가고 중요한 대상이지만, 이들 만화가 웹툰산업이 목표로 하는 다양성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다 양성의 정확한 정의를 짚어보고 무엇을 더 알아야하며 고려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1. 대안 만화
대안 만화는 대안이라는 말 그대로 주류 만화 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만화를 의미한다. 일반적인 상업 만화와는 구별되는 독특한 특징을 가진 만화를 일컫는 용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는 주류 만화나 상업 만화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그에 대한 대안이 반대의 위치에 있는 비주류 만화, 인디(독립) 만화가 많은 게 사실이나, 정확히 말하면 작품에 있어 새로운 시도와 실험이 요구되거나, 기존 시스템이나 형식에 대한 파괴 또는 변화, 확장 등의 문제의식에서 대안을 찾아내는 행위라고 봐야한다. 어떤 점에서는 웹툰 역시 기존의 출판 만화의 연출, 시스템, 형식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비롯된 것이다.
2. 인디(독립) 만화
인디(독립) 만화가 기존의 주류 또는 대형 매체의 대안에서 나온 것 이다보니 대안 만화와 인디(독립) 만화를 같은 개념으로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인디(독립) 만화도 대안 만화의 일종으로서 대안 만화에 종속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인디는 ‘독립적인’ 이라는 뜻의 영어‘ independent’ 의 약자다. 상업적 제약 없이 작가 스스로 만들고 발행하는 만화다. 초창기 인터넷 시대와 르네상스 시기, 싸이월드 미니 홈피나 개인 블로그에 올리던 일상 툰 형식의 초기웹툰도 인디(독립) 웹툰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인디(독립) 만화 역시 대중적으로 흥행하거나 상업적의도를 가질 수 도 있으므로 마냥 주류나 상업 만화의 반대 선상에 놓아선 안된다.
하지만 인디(독립) 만화는 작가의 개성과 목소리를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소재와 표현방식을 바탕으로 사회문제, 역사, 철학, 개인의 경험 등 주제가 다각적이고 자유롭다. 그래서 독창적인 스토리텔링과 예술적 표현 방식을 시도하기에 적합하다.
3. 실험 만화
등장인물이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과학 개념을 배우는 과정을 보여주고, 독자도 함께 실험해보도록 유도하는 내용의 만화가 아니다. 실험 만화는 대안 만화의 일종이기도 하고, 대안 만화 역시 실험 만화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 정확히 같은 개념이라 보긴 어렵지만 각각의 범주에 포함될 순 있다. 주로 작가의 개성과 목소리를 드러내고 새로운 표현 방식을 시도하는 실험, 기존 시스템이나 유통 방식과 다른 환경을 통해 제공하는 실험, 소재나 주제가 보편적인 것에서 벗어나는 실험, 일반적이거나 학습된 연출방식을 뒤틀거나 파괴하는 실험, 제작 도구와 재료 그리고 제작 방식 등에서 변화를 주거나 전혀 다른 것을 사용하는 실험 등이 모두 실험 만화에 포함된다.
4. 비주류 만화
비주류 만화를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유행을 타는 주류 또는 상업 만화의 대안으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은 주류 만화에 속하지 않거나 그렇지 못한 작품을 가리키는 용어로 봐야한다. 따라서 비주류 만화는 장르나 작품이고 정화되지 않는 특징이있다. 주류였던 장르와 작품이 유행이 지나면서 비주류가 될 수도 있고, 과거 비주류였던 장르와 작품이 시간이 지나 재평가를 받거나 다시 유행을 타면서 주류 장르와 작품이 될 수도 있는 것 이다.
다양성의 범위
그렇다면 이제부터 앞서 설명한 다양성의 경우를 포함해 어떠한 것들을 ‘다양성의 확장과 활성화’에서 고려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1. 장르의 다양성
웹툰 시장은 유행에 민감한 성격을 띠고 있다. 어떤 작품이 크게 흥행하면 유사작품이 쏟아져 나온다거나 특정 장르에 기대어 지나치게 편중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문제라거나 단점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되겠으나, 산업이 지속 성장 가능한 선순환 구조의 생태계에 도달하려면 이 외의 장르에 대한 시도가 필수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주류의 영역을 키우고 비주류의 영역을 줄이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로맨스, 판타지, 액션, 코믹, 역사극, 드라마, SF, 공포, 미스터리, 추리,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가 나오고 이어지게 하는 폭넓은 시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2. 형식의 다양성
웹툰은 인지도나 수익률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평균을 유지하는 성향이 있다보니 대개 장편 연재를 선호한다. 물론 좋은 작품이 꾸준히 장기간 연재되는 건 장려할 만한 일이기도 하고, 의미와 가치가 있는 일이기도 하다. 다만 단편 작품이나 중편 연재에 대해서도 활동 무대와 기회의 문은 넓게 제공돼야 한다. 이는 창작을 하는 작가들에게도 필요한 일이지만 독자들에게 작품에 대한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더불어 작화 스타일, 채색 방식이나 선을 표현하는 기법, 디지털이나 아날로그 방식 등 작품 제작 방식에서도 형식의 다양성을 시도할 수 있다.
3. 주제의 다양성
장르가 편중되면 주제 역시 장르에 맞춰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꼭 장르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여러 이유로 주제가 제한되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는 소재와 주제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다룰수록 장르와 형식도 다양해지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4. 목적의 다양성
작가든 제작사든 작품을 만들거나 활동을 이어가려면 수익이 나야 한다. 수익은 작품을 만드는 데 소요된 비용을 메우고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조건이다.
또 수익으로 인한 자본이 여유로울수록 새로운 시도와 실험에 적극적일 수 있기에 어떤 면에서는 가장 우선시되는 목적이 된다. 다만 작품은 사회나사람들에게 여러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있다. 이는 돈을 버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목적이어야 하므로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 외에도 존재만으로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사회 활동의 목적, 역사 기록의 목적, 정보 전달의 목적, 교육의 목적 등 다양한 목적으로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어야 한다.
5. 실험의 다양성
장르든 형식이든, 주제든 목적이든, 환경이든 대상이든 실험이 다양해져야 한다. 기존의 것을 답습하거나 그대로 따라가는 건 한계가 있다. 실험에는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나 리스크가 클수록 그에 따른 성과와 이익도 커지는 법이다. 무엇보다 실험을 멈추는 것은 호흡을 멈추는 것과 같기에 선택이 아닌 필수여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6. 대상의 다양성
작품은 작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작가는 독자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독자는 작품과 작가 이상으로 웹툰산업에서 필수 구성 요소임과 동시에 중요한 대상이다. 독자의 대상은 연령, 성별, 직업, 관심사, 취향, 문화, 지역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작품이 독자를 따라오게 만드는 것은 스스로 그 무대와 기회를 좁히는 일이 된다. 따라서 지속 성장 가능한 선순환 구조의 생태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다양하고 폭넓은 대상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임을 꼭 기억해야 한다.
7. 환경의 다양성
웹툰 플랫폼은 그 수가 적지는 않으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장르와 작품, 형식과 목적이 다양해지려면 그에 적합한 성향을 지닌 웹툰 플랫폼이 필요하다.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플랫폼, 대상과 장르의 구분에 따른 전문적인 플랫폼도 필요하고 형식이나 서비스 방식의 차이에 따른 플랫폼도 필요하다. 어떤 플랫폼은 대상의 구분 없이 불특정 다수가 계속 늘어나고, 어떤 플랫폼은 취향이 분명하거나 전문적이거나 마니아적이거나 특수한 목적을 갖기에 따라 그 수가 늘지는 않아도 탄탄하고 꾸준하게 유지될 수 있다. 환경이 다양해지면 앞서 말한 모든 것이 다양해지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다양성의 의미
이처럼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다양성의 범위는 생각보다 많다. 다양성이 곧 만화, 웹툰을 위한 미래의 불씨이자 어둠 속에서 길을 비춰주는 불빛이 될 수 있음을 알고 다양성의 확장과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할 것이다.
서범강
· (사)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 아이나무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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