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인기 캐릭터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를 떠올려 보자.
A가 캐릭터의 성격과 세계관을 글로 쓰고, B가 그 설정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그려 원작 그림책(X1)을 완성한다. 이후 C가 이 캐릭터를 애니메이션으로 각색하고(X2), 성우 D가 목소리를 입혀, E가 영상을 제작·유통한다. 이때 A와 B는 각자 맡은 부분이 나뉘는 결합 저작자, C는 2차적 저작자, D는 저작인접권자(실연자)가 되고, E(영상 제작자)에게는 뒤에서 살펴볼 영상저작물 특례가 적용된다.
이처럼 겉으로는 애니메이션 한 편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한 편에는 여러 권리자가 단계적으로 참여한 권리가 겹겹이 쌓여 있다. C가 만든 각색물(X2)을 쓰려면 C는 물론 원작자인 A와 B의 이용 허락까지 받아야 한다. 따라서 저작물을 둘러싼 권리 관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원하지 않는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여러 창작 유형과 저작권법상 지위
저작권 관리는 결국 두 가지 질문에서 출발한다. 누가 저작자인가, 그리고 저작재산권(2차적 저작물 작성권 포함)이 누구에게 돌아가는가다.
저작물유형 |
예시 |
저작자 | 저작권귀속 |
단독저작물 |
A가 단독으로 그림, 소설을 창작 |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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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저작물 |
A가 웝툰 창작을 주도 E1, E2는 단순 채색만 보조 |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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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저작물 |
A와 B가 함께 웹툰을 창작 |
A, B 공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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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저작물 |
A가 작사, B가 작곡한 가요 |
작사 부분은 A, 작곡 부분은 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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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도금) 저작물 |
A가 프리랜서(C1), 전문회사 (C2)에게 캐릭터 개발 외주 |
수탁자 (C1, C2) | 수탁자(C1, C2) A에게 양도 가능 |
업무상 저작물 |
법인A가 사내직원 D1, D2에게 작업 지시 |
A(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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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창작 형태(단독·공동·업무상·위탁 등)와 계약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2명 이상이 관여하면 그 구분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표에서 보듯 저작권은 ‘만든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창작자 귀속이 원칙이다(업무상 저작물은 예외). 이 원칙은 외주·위탁 계약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의뢰인이 권리를 확보하려면 저작재산권 일체(2차적 저작물 작성권 포함)를 넘겨받는 계약을 반드시 체결해야 한다.
지난호의 업무상 저작물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공동 저작물과 결합 저작물을, 다음 호에서는 위탁(도급) 저작물의 권리 관계를 차례로 살펴본다.
공동 저작물과 결합 저작물
1. 공동의 창작 의사와 분리 이용 가능성
공동 저작물은 2명 이상이 함께 만들겠다는 의사로 창작에 기여했고, 각자의 기여 부분을 떼어 내 따로 이용할 수 없는 저작물이다. 반대로 결합 저작물은 여러 사람이 관여했지만 각자의 몫을 분리해 독립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이다.
두 개념의 가장 큰 차이는 권리를 행사하는 방식에 있다. 공동 저작물은 나눌 수 없으므로 저작재산권을 행사할 때 반드시 전원이 합의해야 한다. 반면 결합 저작물은 각자 자신이 만든 부분을 알아서 행사할 수 있다.
캐릭터 그림책을 예로 들어보자. 글 작가가 이야기를 쓰고 그림 작가가 캐릭터를 그려 한 권을 완성했다. 이 책이 공동 저작물로 평가되면, 나중에 그 캐릭터를 굿즈나 이모티콘으로 상업화할 때 글 작가와 그림 작가 전원의 동의를 받고 수익도 나눠야 한다. 하지만 결합 저작물로 평가되면 그림 작가는 자신이 그린 캐릭터 부분을 단독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같은 작업물이라도 어느 쪽으로 판단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리는 것이다.
2. 공동 저작물
공동 저작물의 성립 요건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대법원은 ① 함께 창작한다는 의사 ② 각자의 창작적 기여 ③ 기여분을 분리해 이용할 수 없을 것,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춰야 공동 저작물로 본다. 여기서 ‘분리해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못 떼어내는 경우뿐 아니라, 떼어내 쓰는 것이 현실적으로 곤란한 경우까지 포함한다. 공동 저작물이 성립하면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 행사에 원칙적으로 전원의 합의가 필요하고, 자기 지분을 넘기는 것도 다른 공동 저작자의 동의 없이는 안 된다(다만 어느 누구도 신의성실에 반해 부당하게 동의를 거부할 수는 없다).
3. 결합 저작물
반대로 여러 사람이 참여했더라도 각자의 성과를 따로 떼어 쓸 수 있다면 공동 저작물이 아니라 결합 저작물이다. 작사·작곡이 결합한 가요, 원작 소설에 나중에 삽화를 더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때는 각자 자신이 만든 부분의 권리를 독립적으로 행사하며, 제3자가 전체를 묶어 이용하려면 권리자마다 따로따로 이용 허락을 받아야 한다.
4. 영상저작물의 특례
저작권법상 영상저작물은 ‘연속적인 영상(소리가 함께 있는지는 상관없다)이 담겨 있어, 기계나 전자장치로 재생해 보거나 감상할 수 있는 저작물’을 말한다. 영화는 물론 TV·OTT 드라마,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도 연속된 영상에 창작성이 담겨 있으므로 모두 영상저작물이다.
영상저작물은 대개 막대한 비용과 많은 인원이 투입된다. 그만큼 얽히기 쉬운 권리 관계를 명확히 정리하고 완성된 영상물이 원활히 유통·이용되도록, 저작권법은 특례 규정을 따로 두고 있다.
이 특례에 따르면, 영상 제작자와 제작에 협력하기로 약정한 저작자는 특약이 없는 한 그 영상저작물에 대한 저작재산권을 영상 제작자에게 양도한 것으로 추정한다. 또 원저작물의 저작재산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영상으로 만들도록 허락한 경우, 특약이 없으면 공개 상영·방송·복제·배포처럼 영상물을 이용하는 데 필요한 권리까지 함께 허락한 것으로 추정한다.
캐릭터 애니메이션에도 영상저작물 특례가 적용되므로, 계약을 맺을 때 영상화 허락과 이용 범위 조항에 무엇이 들어가고 무엇이 빠지는지를 한 줄 한 줄 미리 확인해야 한다.
참고로 캐릭터를 활용한 뮤지컬·오페라 같은 무대 공연은 종합 예술이지만, 무대에서 이뤄지는 공연 그 자체는 영상저작물이 아니라 연극 저작물로 분류한다. 뮤지컬·오페라는 대본(어문), 음악, 무대의상·배경(미술), 안무(연극) 등이 결합된 대표적인 결합 저작물이어서 각 기여자가 자신의 창작 부분을 독자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영상저작물 특례도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제작·투자 단계에서부터 권리자별 권리 행사 범위와 수익 배분을 더 상세하고 명확하게 계약해 둘 필요가 있다.
실무상 대응 전략
여러 사람이 얽히는 창작 현장에서 분쟁을 막으려면, 협업의 성격부터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기획 초기에 이번 작업이 기업 내부의 업무상 저작물인지, 외부에 맡기는 외주(도급)인지, 다른 창작자와 함께 만드는 협업인지를 가려야 한다.
내부 제작이라면 권리가 법인에 귀속되는지, 외주라면 저작재산권 일체(2차적 저작물 작성권 포함)를 넘겨받는 계약이 있는지 확인한다(업무상 저작물은 지난 호, 외주 제작 저작물은 다음 호 참고).
그리고 타인과 협업하는 경우라면 먼저 기존 원작에 기반한 2차적 저작물인지 원저작물과의 관계를 살피고, 나아가 그 결과물이 공동 저작물(분리 불가·전원 합의)인지 결합 저작물(분리 가능·독립 행사)인지까지 판별해야 권리 행사의 틀이 바로 선다.
캐릭터 분야에도 사내 제작이나 외주 말고 다양한 협업이 있다. 디자이너 한 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지 않고 스튜디오 방식으로 함께 만들거나 외부와 브랜딩 협업을 한다면, 스케치·색채 계획·형상 결정·최종 승인 같은 단계별 권한과 기여도를 서면으로 분명히 남겨두어야 한다.
아울러 저작권 등록 명의인을 누구로 할지도 미리 정해두면, 권리 귀속이 대외적으로 공시되어 분쟁 시 입증에 유리하다.

최성우
· 특허법인우인대표변리사
· 한국상표·디자인협회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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