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105] 김승연 감독, 애니메이션은 내게 일기 같은 것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6-09-28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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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둥지벌레>


<둥지벌레>는 함께 삶을 나누던 친구들이 나비가 되어 떠나간 뒤, 홀로 남아 둥지를 만들어 살아가는 한 벌레를 비춘다. 김승연 감독은 혼자가 되는 순간 누구나 마주할 외로움과 상실감, 그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장면을 포착했다. 그녀는 "모두 나비가 되어 떠날 때, 홀로 둥지를 만들어 자신만의 시간을 견뎌내는 애벌레의 모습을 통해 또 다른 방식의 성장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학교를 떠나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 중인 평범한 청년이다. 외주 작업도 하고 만화도 그리고 이모티콘도 그린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는 중이다. 생계 유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가 최대 고민이라서. 돈 벌면서 개인 작업도 계속 이어가고 싶은데 딜레마다. 혼돈의 시기랄까. 요즘 현실의 벽을 많이 체감하고 있다.

<둥지벌레>는 무엇에서 영감받았나?
내 심정이 <둥지벌레>와 같았다. 주위에서 슬슬 취업하거나 다른 데로 나가는 걸 보면서, 주변인들이 하나둘 떠나고 나만 홀로 남은 느낌이 들었다. 소꿉친구들도 삶의 환경이 달라지면 멀어지게 되더라. 그러다 얼마 만에 만나면 할 얘기가 별로 없다. 과거 이야기만 남는 상황이 조금 슬펐다. 그래서 외로움이란 감정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만들었다. 기획은 빨리 끝났다. 늘 하던 고민이었으니까.

 

<드림>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을 꼽는다면?
둥지에 벌레 세 마리가 같이 누워있는 장면, 그리고 하나둘 나비가 되어 떠나가는 장면이다. 사실 <둥지벌레>는 이 두 장면을 보여주려고 만든 작품이다. 2D 디지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질감을 표현하려고 스톱모션 기법을 적용했다. 스톱모션 작품이라면 보통 세트장을 만드는데 그걸 혼자 다 만들 순 없어서 콜라주나 크로마키 기법을 적절히 활용했더니 입체감이 생겨 나름 만족스러웠다. 혼자서 빠르고 간단하게 만드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환승>, <꾸다>, <포자러브> 등 그간의 작품 전반에 역동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장면이 많이 등장하던데 의도한 건 뭔가?
플롯은 단순하게 짜고 영상은 직관적으로 연출하는 편이다. 주로 감정의 이야기를 다루니 감정을 잘 설명할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했다. 그간의 작품을 보면 감정과 감정이 연결되는 순간, 그리고 감정이 증폭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걸 가장 화려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난 아름답고 화려한 이미지가 좋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은 좀 예뻐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한 컷 한 컷이 예쁘지 않으면 건성건성 만든 것처럼 보인다. 예전에는 그림의 완성도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장면 하나하나 예쁘게 움직이는 일러스트레이션을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처음 본 사람들은 장면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는데 앞으로도 이런 연출 방식을 고집할 테다. 모두가 내 작품을 100% 이해할 필요는 없으니까. 난 각자의 해석이 있는 작품이 좋다.


애니메이션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언제인가?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인문계고를 다니다 특성화고로 옮겼다. 회화, 만화, 일러스트레이션 등 여러 분야가 있었지만 애니메이션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움직이는 그림에 음악을 입혀 완성했을 때 성취감이 크다. 어릴 때 <핀과 제이크의 모험>을 가장 좋아했다. 그림이나 세계관이 마음에 들었다. 그때부터 캐릭터의 움직임이 보였는데 그것에 꽂혔다.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얻는 즐거움은?
사실 스트레스가 심하다. 기획하는 게 가장 싫다. 그런데 만드는 과정은 재미있다. 완성하고 나면 고민이 해결되는 기분이다. 작업을 끝내는 순간, 날 가득 채운 고민이 확 빠져나가면서 공허해지기도 한다. 중독일 수도 있다. 아마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모두가 중독을 호소하지 않을까.(웃음) 만들고 난 후 시간이 좀 흘러 사람들에게 감상평을 들으면 즐겁다. 뭔가 편안하고 스스로 애썼다고 칭찬하기도 한다. 평소 조용한데 애니메이션을 통해 뭔가를 폭발시켜 보여준다. 관심을 갈구하는 걸 즐겨서 그런가.(웃음) 그래서 계속 만드는 게 아닐까.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건가?
내 고민에 관한 거다. 해결되지 않은 고민. 딜레마일 수 있다. 내가 어떻게 할 것인지 선택의 갈림길에서 주저하게 되는 순간들, 그런 딜레마에 빠져 갈팡질팡하는 이야기와 감정을 표현하려고 한다. 고민이 많은데 이를 표현하는 방식을 다르게 보여주고 싶다. 난 계속 달라질 테다.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으니까. 뭔가 하나로 굳어지는 건 별로다. 개인적이면서도 쓸데없을 순 있지만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다. 서둘러 6개월에 한 편씩 만든다 해도 앞으로 살면서 얼마나 많은 작품을 만들겠나. 원하는 만큼 만들 수 없어서 슬프다. 내겐 일기 같은 거니까.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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