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좋아하던 아이는 결국 커서 애니메이션 감독이 됐다. 그리고 그녀는 삶을 성장시키는 우리네들의 이야기, 고민 그리고 아픔을 담아내어 그것을 위로하는 작품을 제작하고 싶다고 한다. 그간 작품들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해왔는지 한지원 감독을 만나 들어보았다.

어떤 작품을 만드나?

공지영 작가의 에세이 딸에게 주는 레시피라는 작품을 원작으로 한 1분 20초 내외의 아주 짧은 단편 애니메이션을 그라폴리오를 통해 연재하고 있다. 실제 공지영 작가가 요리 레시피를 통해 딸에게 주는 삶의 조언을 담은 내용으로, 엄마들만이 해줄 수 있는 힐링과 요리에 관련된 따듯한 조언이 담겨 있다. 어떻게 보면 나와 엄마 또래의 어두운 이면, 삶의 우울한 지점과 그를 해결할 수 있는 레시피를 담은 에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단락별로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다 보니 단편애니메이션으로 전달하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중 5개 레시피를 뽑아 상·하편으로 나누어 총 10편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게 됐다.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어떤 계기로 작품을 만들게 됐나?

대체로 어떤 작품을 만들든 항상 성장에 대한 키워드를 늘 염두에 둔다. 그래서 내가 만드는 모든 작품의 주제로 나타나는 것 같다. 더불어 성장과 함께 성장통에 대해서도 다루게 되다 보니 아픔이나 고충, 갈등의 내용도 포함된다. 그런 면을 빼놓고는 성장을 말할 수는 없으니까. 그렇지만 너무 어둡게 풀지 않고,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로 표현하고 해결한 뒤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려고 노력한다.
사실 대학교 시절에 만든 첫 작품은 좀 찝찝하고 어두운 결말로 끝을 맺었다. 그러나 이후 아, 삶이 이렇게 어둡게만 돌아가는 게 아니구나 깨달으면서 어떤 작품에선 삶의 예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결말도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이 공존하는 느낌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제작 기간은 얼마나 되나?

모든 제작 과정은 혼자 진행하는데 한 편당 2주 정도 소요되는 것 같다. 퀄리티를 높이고자 욕심을 더 부리면 3주 가까이 소요되기도 한다. 월 1회 한 편씩 업로드하고 있으며, 연재는 연말즈음 마무리할 예정이다. 일단은 그라폴리오보다 트위터나 인스타를 통해 더 많이 홍보하고 있으며, 업로드에 대한 알림을 띄우면 SNS를 통해 그라폴리오 작품을 보는 독자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라폴리오가 아직은 아티스트에게 주로 알려져 있는 플랫폼이지만 인지도가 올라가면 차츰 구독자가 늘지 않겠나 기대하고 있다.

<딸에게 주는 레시피>

<딸에게 주는 레시피>

<딸에게 주는 레시피>

<사랑한다고 말해>

<사랑한다고 말해>

<사랑한다고 말해>

<코피루왁>

<코피루왁>

<코피루왁>

다른 감독들의 작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내게는 일종의 수도이자 기도, 명상이었고 최고의 치유였다. 아마 어릴 때부터 뭔가를 그리고 만들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취하게 된 방식인 것 같다. 무언가를 만들 때는 현재에 집중할 수 있고, 현재에 집중할 때는 과거나 미래의 불안이 나를 덮치지 않는다. 젊을 때는 미래를 살아서 불안해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과거에 하지 못했던 것들에 매여서 불안해하는 것처럼 현재를 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내게 있어 애니메이션은 현재를 살 수 있게 한다.

그라폴리오에 연재하는 작품 외에 기획하고 있는 작품이 있나?

10분 정도 되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기획 중인데, 시나리오 및 스토리보드까지 제작된 상태다. 그리고 딸에게 주는 레시피의 초반 1화를 작업하는 동안 베를린에 여행을 다녀올 당시, 거기서 얻었던 영감이나 인상 깊었던 것들을 일러스트집으로 엮어내는 작업을 올해 안에 마무리 지을 생각이다.

국내 단편 애니메이션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단편 애니메이션 자체는 굉장히 소중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수요를 늘려 수익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명맥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물론 지원사업이나 스폰서 등의 도움을 받으면서 초기에 기획한 방향이 달라지는 아쉬운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많은 분들이 단편 애니메이션을 아예 모르는 경우가 많아 장르 자체의 인지도가 조금 더 알려지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지브리 같은 경우에도 대중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아는 사람만 아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네이버의 그라폴리오 자체가 좋은 취지이자 창구라고 생각한다. 단편영화제 자체를 몰라서 찾지 못하는 관객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어쨌든 관객이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날 수 있는 창구가 되어주는 셈이니까.

<학교가는 길>

<학교가는 길>

<학교가는 길>

<학교가는 길>

<학교가는 길>

<학교가는 길>

국내 단편 애니메이션 지원 환경은 어떻다고 생각하나,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애니메이션 지원 자체가 없는 국가들도 많다고 들었다. 그에 비하면 국내에는 지원사업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시장의 여건은 국가마다 관객의 수요차이가 있지만 외국에서는 감독들이 여유로운 마음으로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관객들이 문화에 대해 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곳이나, 그런 창구가 마련돼 있는 점들이 부럽다. 국내도 독립 애니메이션, 단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수요가 좀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올해 목표는 웹 애니메이션을 건강하고 아프지 않게 매회 나름의 연출 방향을 살리며 연재를 마무리 짓는 것이다. 작업과 동시에 틈틈히 그림책 작업도 할 것 같다. 물론 좋은 프로젝트 제안이 있으면 뛰어들 준비도 얼마든지 돼 있다. 지난해 여름, 스튜디오에서 독립한 이후 얼마간 휴식 기간을 갖다가 본격적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시기라 다른 분들과 협업을 한다거나 프로젝트 기획을 해보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상태다. 이번에 진행하는 웹 애니메이션이 좋은 발판이 되길 바란다.

한지원 감독

·<코피루왁> (2010)
·<26년> (2012)
·<학교가는 길> (2013)
·<럭키미> (2015)
·<피아노 마주보기> (2016)
·<생각보다 맑은> (2016)
·<UN 추모공원 홍보영상> (2017)
·<딸에게 주는 레시피> (2018)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18.08월호 
<권태이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추천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