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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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저편>

김창수 감독은 오랫동안 상업 애니메이션 분야에 종사해오다가 5년 전 첫 단편 애니메이션을 발표했다.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은 지금까지 탐닉하듯 모았던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스스로를 사유하는 지난하고도 즐거운 일이었다. 김 감독의 작품은 때로는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관객들은 그로부터 각자의 기억과 경험을 끄집어내고 공감한다. 그것이 그가 독자성을 만들어나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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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를 부탁한다.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 계기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김창수다. 상업 애니메이션 동화를 시작으로 20년 넘게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왔다. 그러다 오랫동안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는 이유가 내 이야기로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임을 깨닫게 됐다. 2015년 <어둠의 저편>을 발표한 후 <보편적인 삶>, <먹이들>을 만들었고 현재 다음 작품을 작업 중이다. 올해 발표한 <먹이들>은 어떤 작품인지? <먹이들>은 집단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개인들의 불안에 관한 이야기를, 살아남기 위해 불안을 숨기고 꽃을 먹어야만 하는 돼지들을 통해 표현한 작품이다.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 겠다고 결심했을 때 가장 처음 기획한 것이기도 하다. 처음 만드는 것이니까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래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 다. 나는 줄곧 관계라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원초적 관계인 가족을 시작으로 크게는 학교, 회사 등 우리는 모두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나. 내게는 늘 매력적인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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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인 삶>

<먹이들>에서 결국 죽음에 이르는 것은 가장 강해 보였던 성인 남성 돼지다. 그 이유는 뭘까?

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 에게는 힘의 관계가 맺어진다. 관계는 모두 힘을 포함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집단 내에서 가장 큰힘을 가진 존재도 다른 존재들과 똑같이 불안하다는 점이 다. 강력한 독재자에게도 ‘이 체제가 전복되면 내 위치 역시 흔들리겠지’ 하는 불안이 있는 것이다. 집단에서 도태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집단을 전복해서 새로운 규칙과 위치를 만들거나 아니면 집단을 떠나는 것이다. <먹이들>에서 성인 남자 돼지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듯 남들보다 더 맛있게 꽃을 먹어치우지만, 결국 그 역시 내부에서 피어오르는 불안을 억누르지 못하고 도태되고 만다. 강한 존재처럼 보이던 그 돼지는 살아남고 싶은 욕망이 가장 컸지만 그 욕망으로 인한 불안이 그를 다른 이들보다 먼저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닐까 싶다.

<보편적인 삶>과 <먹이들> 두 작품 모두에서 웃는 표정이 매우 상징적으로 쓰인다

앞에서도 말했듯 <먹이들>은 첫작품으로 만들고자 했지만, 아쉽게도 당시에는 제작지원사 업에 선정되지 못해 다른 작품들을 먼저 만들게 됐다. 하지만 계속 미련이 남았기에 <먹이들>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한명을 데려왔다. 그리고 집단에 속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게 되는 ‘역할’ 이란 것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만든 작품이 <보편적인 삶>이다. 순서가 바뀌긴 했지만 결국 <보편적인 삶>과 <먹이들>은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보편적인 삶>에서 등장인물들이쓴 웃는 표정의 가면은 사회적 인격인 페르소나를 상징한 다. 인간이 속한 가장 원초적인 집단인 가족 속에서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딸은 딸답게,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그러기 위해 속마음을 감추고 웃는 표정의 가면을 쓸 것을 강요한다. 한편 <먹이들>에서 웃음은 불안을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수많은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때로는 남들 에게 보여주기 위해 웃음 짓고, 웃고 싶지 않은데도 웃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웃음은 관계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작품 <어둠의 저편>은 자전적 내용인데, 가족의 죽음이라는 소재가 무겁지 않았는지?

<어둠의 저편>을 처음 으로 지인들과 함께 관람했을 때 그들이 내게 감상평을 쉽게 건네지 못했던 것이 기억난다. 아마 내가 이런 작품을 만들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어둠의 저편>을 만든 이유는 아버지와 누나의 죽음을 겪으며 느꼈던 감정들을 가족과 같이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그 일을 입에 담지 않는 것이 가족 안의 암묵적인 규칙이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어둠의 저편>을 함께 관람한 뒤, 다들 모두 그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참아왔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매우 놀랐다. 나는 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어둠의 저편>은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 지만, 보는 사람들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경험들을 끄집 어내 제각각 공감했다. 독립 애니메이션은 만드는 이의 내적인 이야기를 잘 담을 수 있는 도구이지만, 이 장점은 때로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에 누가 공감해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때의 경험을 통해 결국 나 자신만이할 수 있는 나의 이야기를 계속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굳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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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들>

주로 무게감이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주제에 짓눌리지 않고 완성해내는 비결이 있다면?

결국 내가 바라보는 세상,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 있는 것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그 시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내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작품들을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내 작품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나는 작품을 만드는 동안은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온전히 작업에만 몰두 하면서 그 안에 담을 이야기와 나 자신에 대해 사유한다. 지난하고 고되지만 작품을 만드는 일은 너무나도 즐겁다. 그렇게 한 작품을 만들고 나면 내 세계가 조금 더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작품을 만듦으로써 내가 바라는 자신에좀 더 가까워진다는 걸 느낀다. 그런 것들, 그런 시간들이 쌓여 이야기를 계속해나가는 힘이 된다.

국내 독립 애니메이션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독립이라는 말이 의미하듯 작품을 제작하는 것 자체가 많이 힘들다. 그나마 정부 제작지원이 있어서 꾸준히 좋은 작품 들이 나오는 것 같다. 한국의 단편 애니메이션 지원사업은잘 마련돼 있지만, 문제는 단편 애니메이션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에 비해 지원사업이 적은 편이라는 점이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잘 운영되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상영 기회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약 상영 기회가 많아진다면 더 다양한 작품이 나올 수 있고, 제작지원사업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수익구조도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보다 많은 이들의 피드백을 받고 싶다. 앞으로 좀 더 다양한 방안 들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향후 작품 계획은?

올해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된 <사라지는 것들>이라는 작품을 작업하고 있다. 재개발 지역의 독거노 인이 버려진 고양이들의 장례를 치루며 겪는 내용인데, 존재하고 사라지고 다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유한한 존재들은 그 자체가 사라짐으로 모든 게 끝나는 것일 까? 사라진다는 것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어떤 것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해 생각하며 만들고 있다. 배급은 내후년 정도로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계속 단편 애니메이션을, 또 기회가 된다면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 나는 늦은 나이에 이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또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좋다. 내가 가진 이야기를 지금 이 나이에, 나만이 가진 시선으로 할 수 있다는 것도 좋다. 현실적인 여건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앞으로도 내가 생각하는 어떤 것들, 바라보는 어떤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할 수 있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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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감독

·<먹이들> 2020

·<보편적인 삶> 2018

·<어둠의 저편> 2015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0.11월호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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