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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와 2TV, MBC TV에서 방영하고 있는 만화영화는 1백% 모두가 외국만화영화로 국내에서 제작된 것은 단 1편도 없는 실정이다.…(중략)…이들 어린이 프로 중 만화영화의 비중이 KBS 1TV가 40%, KBS 2TV가 43%, MBC TV가 50%로 만화영화의 비중은 상당히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제작한 만화영화는 단 1편도 방영 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현재 방영되고 있는 것조차 일본과 미국 등 특정국에 편중되어 있다.”(1982년 7월 30일자 매일경제)

“TV 어린이 프로 제작 무성의, 지원 소홀로 작가도 PD도 꺼리고 만화영화는 수입에만 의존” 이란 주제어 아래 “TV 에서 방영되는 만화영화는 일본 것이 주류를 이루며 (중략) 저러다가는 어린 시절부터 일본이나 구미의 사고방식과 문화에 너무 익숙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왜 만화 영화를 제작 방영하지 않느냐고 질문하면 방송사 측은 외국에서 사오는 것에 비해 비용이 10배 이상 든다는 답변을 한다. 시청료와 광고료로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는 방송사가 비용을 핑계로 어린이에게 외국 만화영화만 계속 보여 주어도 괜찮은 건지. …(중략)… 어린이 프로에는 무성의 하기 짝이 없다.”(1984년 5월 10일자 동아일보) 이처럼 국내 자체 제작보다는, 가격이 수십 배나 저렴하면서도 단지 손쉽게 방영만 하면 되는 외국 만화영화의 수입 방침은 한국 방송사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국영방송을 비롯해 방송사들의 담합에 가까운 무언의 결정과 그에 따른 방영은 오로지 방송사에 경제적 이득이 안 된다는 이유로 일본 만화영화를 수입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국적을 세탁해 미국이나 유럽에서 제작한 것처럼 뻔뻔스럽게 위장 수입, 방영한 점은 시청자들을 ‘무지한 바보’ 로 여긴것인 아닌지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러한 부도덕하고 부정직한 정책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무차별적으로 무려 약 40년 이상 자행되어 왔다.

“로봇과학만화는 지난 한 해 동안 나온 어린이 만화 비디오의 70%를 차지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데, 최근에 나온 영화일수록 폭력 장면과 잔인한 내용이 많아지고 있다.

89년 이전의 영화의 폭력 장면은 평균 15%인데 비해 그이후에 나온 작품은 36%로 거의 2배 이상 증가했고, ‘ 변신 로봇 유니크론(미국 제작)’ 의 경우에는 75분의 상영시간 동안 65분이 폭력, 파괴 장면으로 채워져 있었다.”

(1990년 2월 18일자 한겨레신문) 이 유니크론과 변신로봇(The Transformers: The Movie) 은 TV애니메이션 시리즈인 트랜스포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화는 1986년 8월 8일에 미국에서 개봉되었다.

1991년 1월 아키라가 한국에 폭풍소년이라는 이름으로 개봉되었는데, 수입사 세라양행(현재-솔필름)이 홍콩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으로 허위 신고서를 제출해 공연윤리 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했다. 수입사인 솔필름(세라양행-대표 신풍우)은 영화사 면허가 취소되고, 솔필름과 함께 홍콩영화로 포장한 홍콩 영화사 신영역제작유한공사는 1년 동안 영화 수입을 하지 못했다.

1991년 2월 7일 한겨레신문은 “일본영화 국내상영 뒤늦게 밝혀져” 란 표제어 아래 “폭풍소년의 일본어 원제는 아키라. 오토모 가츠히로가 감독으로 일본의 도호주식회사가 아키라 제작위원회를 구성해 제작한 장편 만화영화다. … (중략)… 수입사 세라양행이 제작국을 홍콩으로 적어냈다고는 하나 공륜이 두 차례나 되는 심의(수입, 본심사) 과정에서 영화의 국적 확인을 하지 못한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영화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1991년 2월 17일자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아키라를 수입한 세라양행(대표-신풍우/솔필름 대표-백일섭)은 영화의 제작국을 홍콩으로 기록한 신청서를 제출해 공륜의 수입심 의를 통과했고, 문화부는 이에 근거해 이 영화의 수입을 허가했다. 이 영화는 공륜심의에서 연소자관람가 판정을 받아 …(중략)… 어린이용으로 개봉됐는데, 공륜의 등급 판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소리도 높다. 폭주족들의 폭력 장면은 물론이고 이상 발달한 인간의 근육에 끼어 사람이 으깨어 죽는 장면 등 영화의 전편에 배어 있는 잔인함은 어린이가 보기엔 부적합하다는 평이다.”

1991년 3월 6일 한겨레신문은 “세라양행 영화업 등록 취소, 문화부-일본영화 아키라 위장수입 관련” 이란 주제어 아래 “폭풍소년의 국내 상영을 금지하고 수입업체인 세라 양행의 영화업 등록을 취소했다. 아키라를 홍콩영화로 위장 수입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런 조처를 취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1991년 개봉 당시 포스터에는 일본제목 아키라가 아니라 폭풍소년으로 표시되었다. 물론 ‘AKIRA’ 는 영문자로 표시되어 있다.

1991년 3월 11일 동아일보는 “수입 만화영화, 폭풍, 일 작품 밝혀져 말썽, 공윤위 공신력 먹칠” 이란 표제어 아래 “말썽을 빚은 만화영화 폭풍소년(원제-아키라)이 문화부 조사 결과 홍콩 영화가 아니라 일본 만화영화의 재편집으로 밝혀지면서 …(중략)… 폭풍소년의 위장수입 여부를 밝혀내기 위해 …(중략)… 이 영화를 수입한 세라양행(현재는 솔필름)의 영화업 등록을 취소했다.”

한편 물의를 빚기는 했으나 아키라는 다방면에서 신기록을 남겨왔다. 재패니메이션의 마스터피스로 불리는 아키라의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은 혼자서 78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모든 콘티 컷을 70mm 필름에 맞게 그렸으며, 보통 극장판 작품의 평균 3배에 달하는 15만 장의 셀화, 총 컷수 2,200컷, 327가지 색을 사용했다. 또한 성우들이 대사를 먼저 녹음하고 거기에 맞춰 완벽한 입모양을 그리는 미국 식의 프레스코(pre-sco) 방식으로 제작했다. 대사(dialogue) 용의 입모양도 대부분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사용하는 3 장 방식이 아니라, 미국 식의 TV용 6가지 입모양(모음-아, 에, 이, 오, 우와 자음) 또는 극장용의 8가지 입모양을 사용했다.

이처럼 1988년, 당시 아키라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파격적인 규모의 작품으로 70mm 프린트, 선녹음(프리스코어링), 3D CG 기술 도입 등 첨단기술 접목으로 화제가 되었다. 또한 개봉 이후 오오토모가 비디오 판에 200컷을 더하고, 1억 엔을 추가 투자해 퀄리티를 높인 국제영화제 참가판을 제작하기까지 했다. 본래 러닝타임은 125분이었으나, 1991년 수입 당시에는 폭력 장면 40분을 삭제해 85분(삭제판)으로 만든 후 뉴코아 문화센터에서 상영하다가, 일본 영화로 들통나는 바람에 이내 상영이 중지되었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폭력적인 장면이 많기는 했지만, 이 영화의 비주얼 및 세계관과 상상력은 강한 임팩트를 지니며 2D 애니메이션 작화의 정수를 보여준 면에서는 우수하고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터미네이터2-심판의 날의 핵 폭발 장면이 아키라에서 영감을 받았고, 워쇼스키 자매 감독도 매트릭스가 아키라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남국

·전 홍익대 조형대학디자인영상학부 애니메이션 전공교수

·전 월트 디즈니 &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감독 및 애니메이터

·국립공주대학교 영상예술대학원 게임멀티미디어학과 공학석사

·CANADA SENECA COLLEGE OF APPLIED ARTS & TECHNOLOGY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0.8월호

출처 :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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