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제시하며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조경훈 스튜디오애니멀 대표가 유정주 전 회장의 국회 입성으로 공석이 된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장에 취임했다. 애니메이션 산업에 종사하는 크리에이터들의 권익을 보호해온 협회의 수장이 된 조경훈 회장의 포부와 향후 구상은 무엇일까.

회장을 맡게 된 소감은? 국회의원이 된 유정주 전 회장의 정계 진출이 가시화되기 얼마 전부터 여러 경로로 차기 회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사로 활동했을 때부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제작사 대표들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레 협회에서 스피커 역할도 하고 외부의 불합리한 처사에 적극 맞서다 보니 적임자라고 여겨진 것 같다. 이사부터 시작해 부회장으로 있던 최근까지 10년 이상 협회 활동을 해왔다. 부회장의 위치에서 역대 회장들의 정책 제안과 관련한 대내외 활동을 지원하고 불공정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현존하는 문제들이 어떠한 이유로 발생했는가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고 학습하고 많이 고민했다. 이 같은 경험에서 배운 것들을 잘활용하면 애니메이션 산업이 직면한 문제들 중 몇 개만이 라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 끝에 요청을 수락했다.

협회의 당면과제는 무엇인가? 협회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시도를 해봤고 많은 실패도 맛봤고 많은 성과도 거뒀다. 제작사가 좋은 작품을 만들어도 최종적으로 관객을 만나 돈을 벌기까지 넘어야 할 수많은 장애물이 존재한다. 하지만 관련 법령이나 지원제도, 규제 등은 창작자가 원하는 방향과 속도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인식을 바꾸고 제도를 개선하려는 다양한 노력의 과정 속에서 답답함과 갈증을 느꼈다. 쉽지 않은 현실을 체감했다. 그렇다면 우선적으로 뭘 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정작 외부 환경의 개선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외부의 문제를 지적하고 시정을 촉구하기 이전에 우리가 우리를 잘 모르고 있었다. 또 어떤 문제가 생기면 체념하거나 타협하고 묵인하는 소극적 행태가 오래도록 자리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였다.

회원사 간 소통이 잘되지 않고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때문에 산업계를 흔드는 내 · 외부 불공정 관행이나 부조리에 맞대응하기보다는 눈감아온 것이 사실이다. 당장 먹고 살것을 걱정해야 하는 애니메이션 업계가 너무 힘들다 보니 생긴 현상이라 본다.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아프고 숨기고 싶었던 업계의 속내를 끄집어내 소통하고자 한다.

상태를 알아야 진단이 나온다. 정보를 공유해야 합의를 이뤄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당장 아프더라도 서로 논의하고 토론해가면서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선행돼야 외부 환경의 여건을 개선해나갈 수 있다. 산업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으려고 노력하겠다. 여러 의견을 효율적으로 공론화하고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장이 바로 협회다.

정책 제안 위한 싱크탱크가 있는가? 업계 최전선에서 활동 중인 회원사 대표들의 현장 경험이 가장 큰 무기이자 싱크 탱크의 핵심이다. 살아남기 힘든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꾸준히 작품을 내놓고 유지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이들은 수많은 위기를 겪어오며 많은 문제의식들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우선 대표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업계의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자료들을 모으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또 문화산업 관련 포럼과 각 분과들에서 나온 자료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방향성과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찾고, 이를 정책과 입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특히 수치와 데이터를 토대로 관련법과 제도적 기준 및 장치를 확대해나갈 것이다. 효율적인 방안과 목표를 찾고 제시하려면 근거 있는 데이터를 갖고 얘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회원사들의 공감과 문제의식 및 정보의 공유가 필수적이다.

거대 자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애니메이션 타깃이 다른 콘텐츠 분야에 비해 유아, 어린이에 집중되다 보니 음악이나 공연, 웹툰처럼 팬덤을 형성할 수 없어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동력이 약한 편이다. 또 투자 유인 논리들도 다른 콘텐츠보다 협소하다. 때문에 애니메이션 산업으로 자본을 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본시장에 친화적으로 접근해야 더욱 성장할 수 있다. 거대 자본이 투자했다고 해서 창작자들을 제약하거나 간섭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시장 지배적 위치를 앞세운 제작 관여나 제작사의 과도한 현물투자 요구, 저작권 소유 문제 등 불공정의 요소들도 엄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업계의 외국 자본의 종속화는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외국 자본의 효율적 이용과 투자자의 영역 및 역할 구분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 회원사간 토론과 협의,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산업 발전과 업계 종사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도 꼭 필요 하다. 투자가 활성화돼 산업의 파이가 커지더라도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 서로 마음을 열고 의견을 나눠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이 있다면? 코로나19 탓에 취임사를 서면으로 대신했다. 6월부터 회장단 모임이나 이사회, 총회 등 미뤄왔던 일정들을 진행하면서 회원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회원사들의 모임을 어떻게 활성화할지 고민 중이 다. 여러 행사 등을 통해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나가겠다. 협회 활성화는 회원사들의 참여가 좌우한다. 회원사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면서 행동으로 옮겨지게 해야 한다. 개별 회사들의 아주 작은 관심과 참여가 협회를 움직이는 강한 힘이다. 그저 솔직하고 진솔하게 이야기해보자. 그러면 생각이 나오고 방향이 정해 지지 않을까 싶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0.6월호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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